
자료: IMF 외환위기, GFC 때의 수준으로 오른 달러/원,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환율 1550원 근처로 폭등...IMF, GFC 때나 보던 환율에 한국물 위축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1,550원을 향해 폭등했다.
달러/원 환율은 5일 장중 20원 가까이 뛰면서 한국 금융시장 전반을 위협하는 중이다.
간밤 달러/원 환율이 1,540.2원까지 터치하면서 긴장감이 커진 가운데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 상승세가 얼마나 진정될 수 있을지가 큰 관심사지만, 환율은 안정되기는 커녕 더 뛰었다.
달러/원 환율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시절, 2008년 GFC(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치솟았다.
■ 외국인 거침없는 주식시장 '셀 코리아' 속 환율 상방 계속 높아져
이날 달러/원 환율은 전날 3시30분 기준 종가보다 0.7원 하락한 1,529.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상승폭을 키웠다.
개장 직후엔 방향성을 탐색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주가가 폭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위로 향했다.
코스피시장에선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가운데 외국인이 매도에 힘을 실었다.
외국인은 전날 코스피시장에서 7조원 가까운 대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한 뒤 이날도 초반부터 한국 주식 매도로 나오면서 환율을 띄웠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전날까지 19거래일 동안 무려 66조 6,187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도 오전에만 2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주식시장에선 외국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로 한국물을 파는 게 단순히 리밸런싱 차원일 뿐 다른 이유는 없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모습들도 보인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다른' 이유를 찾지 못해 답답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외국인이 오버된 부분 비중 조절하는 것 외에 특별히 파는 이유를 들어보지는 못했다. 차익실현 차원에서 파는 것 빼고는 한국물을 급하게 줄여야 하는 이유가 딱히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후퇴나 반도체 실적 쇼크, 뭐 그런 것이 나오면 모르겠으나 아직 그런 조짐은 없다. 개인들이 ETF로 수급을 계속 받치고 있으니 이래저래 시장 충격은 크게 주지 않으면서 외국인이 비중을 줄이지 않나 싶다"고 했다.
달러/원 환율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주식, 채권 등 증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 코스피 폭락...한국 시총 1,2위 폭락이 지수 하락 견인
코스피시장에선 한국 시총 1위, 2위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브로드컴 사태' 등으로 폭락했다.
외국인은 20영업일째 코스피 주식을 팔면서 장중 코스피 지수는 6% 넘게 떨어졌다.
미국 AI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Broadcom)의 실적 발표 가이던스 실망감으로 인해 AI 거품 우려가 확산되면서 한국 반도체 종목들도 큰 타격을 입었다.
브로드컴은 견조한 2분기 실적을 발표했으나 시장의 눈 높이를 맞추지 못해 주가가 12.59% 폭락했다.
브로드컴은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를 짓거나 스마트폰, 네트워크 장비를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기술기업이다.
브로드컴이 제시한 3분기 AI 칩 매출 전망치(160억 달러)가 시장의 공격적인 기대치(163.6억 달러)를 밑돌았기 때문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컨퍼런스 콜에선 AI 수요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적인 전력 인프라 및 부대시설 구축 속도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이 거론됐다.
맥쿼리증권은 구글의 자체 AI 칩(ASIC) 개발 추진을 이유로 브로드컴의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하며 빅테크 공급망 다변화 리스크를 확대했다.
시장에선 빅테크 기업들의 AI 자본 지출(CapEx) 속도가 정점에 달했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키웠다.
또 미국 일각에선 Vera Rubin 내 SO-CAMM 탑재량 축소를 언급해 반도체 수요 둔화 우려가 불거지며 전일 메모리반도체 주가 하락에 일조한 것으로 추정됐다.
엔비디아가 내년에 출시할 차세대 AI 가속기인 '베라 루빈(Vera Rubin)'의 설계를 변경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신무기인 차세대 메모리(SO-CAMM) 탑재량을 예상보다 축소하기로 했다는 지적이었다.
HBM과 더불어 대규모 메모리 특수를 기대하던 국내 반도체 업계에 '핵심 부품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 것이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러나 "금번 탑재량 축소 결정은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심각한 공급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시스템 스펙 Downgrade 차원에서의 변화라 볼 수 없으며, 과도한 우려를 할 이슈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시대에서 나타난 수요와 공급의 변화로, 반도체 힘의 Hegemony는 메모리 반도체로 이동했다. 역대 최대 사이클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할 때"라며 "금번 이슈는 사이클의 전개 과정에서 나타나는 통상적 이슈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아무튼 반도체를 둘러싼 혼란 속에 간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주가가 7.74% 급락하면서 이날 한국 대표주들의 주가 급락도 예비된 상태였다.
그리고 달러/원 환율은 한국 대표주를 필두로 주가지수가 폭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1,550원을 위협했다.
■ 달러/원의 1550원 위협...기댈 곳은 금융당국 뿐
달러/원 환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1997년 IMF 외환위기 등 한국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 수준으로 폭등하자 투자자들의 긴장감도 커졌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 속에 달러 매수 수요가 유입되면서 주식, 채권 등 증시도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금융시장이 기대는 곳은 당국이다.
전날 신현송 한은 총재와 구윤철 재경부장관이 참석한 '시장상황점검회의'는 외환시장 상황과 관련해 "역대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중동 전쟁과 외국인 주식 매도 지속 등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특히 "국내 주식시장의 급등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일시적 비중 조정(리밸런싱) 및 차익 실현으로 인한 수급 요인이 변동성을 추가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윤철 장관은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불안 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높은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도한 쏠림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 뒤 전날 달러/원이 1,530원을 위협하자 스무딩 오퍼레이션이 나오는 듯한 그림이 연출됐다.
하지만 이날 달러/원은 1,550원을 향해 질주했다.
환율이 1,550원선 앞에선 막혔지만, 좀 밀리면 다시 달러 매수세가 등장하는 등 만만치 않은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중이다.
■ 증시, 환율이 무섭다
주식, 채권 등 증시의 환율에 대한 경계감은 커졌다.
외국인이 쉬지 않고 한국 주식을 파는 데다 달러/원 환율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자 긴강감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것이다.
증권사의 한 주식브로커는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패대기 치고 국내 개인이 담고, 그러면서 주가지수는 올랐다"면서 "하지만 최근 변동성이 커진 뒤 오늘처럼 주가지수가 폭락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어 경계감이 크다"고 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오늘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사면서 장을 지지했지만 환율이 1550원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채권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임 신현송 총리가 지난 금통위에서 한미 금리차 문제를 강조했다. 7월 기준금리 인상도 사실상 확정인 상황인데, 이 분위기면 매 회의 기준금리를 연속적으로 올려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