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신현송 "인플레·성장·환율·가계부채 모두 같은 방향…통화정책 운신 폭 커져"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 한국 경제가 높은 물가와 강한 성장세, 환율 및 가계부채 부담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통화정책 운용 여건이 과거보다 명확해졌다고 진단했다.
신 총재는 1일 한국은행이 개최한 '2026년 BOK 국제컨퍼런스' 정책대담에서 "중앙은행은 지금 단기적으로 매우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이미 너무 높은 수준에 있고 중앙은행은 이를 억제하기 위해 더욱 노력을 배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중동 정세와 관련해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유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헤드라인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한국에서는 생활물가 지표를 특히 주시하고 있으며 4월 생활물가는 2.9%로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신 총재는 한국 경제가 에너지 가격 충격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유로존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최근 성장세는 매우 견조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3.6% 증가했고 국내총소득(GDI)은 12.3% 늘어났다"며 "통상 유가 상승기에는 교역조건 악화로 GDI 증가세가 GDP보다 둔화하지만 이번에는 반도체 산업의 강한 성장세가 에너지 가격 부담을 압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반도체 호황이 한국 경제의 명목 성장률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 총재는 "강력한 반도체 수출과 수익 증가는 명목 GDP 성장률에 그대로 반영될 것"이라며 "명목 GDP 증가세가 매우 클 것으로 보이고 이는 가계와 공공부채 부담을 완화하는 데도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물가와 성장 간 상충 관계가 과거보다 약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경제가 약한데 물가만 높은 상황이라면 중앙은행이 얼마나 물가에 집중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현재는 경제가 매우 강건하고 산출갭도 내년에 플러스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화정책의 딜레마가 상당히 줄어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계부채와 환율 등을 포함한 여러 지표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한국은행은 현재 더 많은 운신의 폭을 갖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책대담에 참석한 이사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공급망 충격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세계 경제에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슈나벨 이사는 "최근 세계 경제는 성장률을 낮추고 물가를 높이는 공급 측 충격을 경험하고 있다"며 "유럽은 에너지 순수입 지역인 만큼 미국보다 훨씬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ECB는 데이터에 기반해 매 회의마다 정책을 결정하고 있으며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사전 가이던스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분쟁이 예상보다 빨리 종식될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유가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민간 부문의 통화 혁신은 상당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지만 금융안정성 위험을 높이고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는 물론 국제통화질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코에다 준코 일본은행 정책위원도 참석해 중동발 공급 충격과 인플레이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