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로또 맞은 집안이 나중에 풍비박산 난다고 하지 않느냐. 지금 삼성전자 이곳저곳 난리도 아니다."
며칠 전 25년 넘게 삼성전자에 다닌 부장급 직원과 대화를 할 때 들은 얘기다.
이 직원은 "지금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을 감안할 때 상식적이면 파업을 못할 것인데, 상식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노조를 이끌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반도체 부문 노조원들이 말을 함부로 하는 등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처럼 굴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DS 노조원들의 이기주의는 삼성전자에 오래 다닌 선배 직원들이 볼 때 당황스럽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20일 밤 삼선전자 협상은 파업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됐다.
■ 노조의 승리...그러나 잊을 수 없는 DS 노조원들의 이기주의
삼성전자 노와 사는 20일 밤 평균 임금 인상률 6.2%(기본 4.1%+성과 2.1%), 직급별 연봉 상한선(샐러리캡) 상향,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사업성과 재원의 10.5%를 10년간 지급) 등에 합의했다.
성과급 금액 상한제 폐지(기존 연봉의 최대 50%), 현금이 아닌 세후 전액 자사주(주식) 지급 등을 합의했다.
노조가 22일~27일 임금협약 잠정합의에 대해 찬반투표를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나 삼성전자 주주가 볼 때 이 정도면 노조의 압승이었다.
협상은 타결됐지만, 주변에선 삼성전자 노조의 여태 본 적 없는 행태에 경악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이번 협상과정에서 특정 노조원들의 '이기주의'는 상상 이상이었다.
DS(반도체) 부문 중 '메모리' 노조원들은 자신들이 성과의 일등 공신이니 자신들이 성과급을 다 갖겠다는 식으로 나와 많은 주주들이 우려하기도 했다.
냉정하게 볼 때 DS 부문 노동자들이 뛰어나서 메모리에 엄청난 성과가 난 것은 아니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그것은 글로벌 반도체 사이클의 수급 불일치에 따른 '행운' 때문이었다.
다른 부문의 성과를 무시하는 일부 노조원들의 태도는 볼썽 사나웠다.
특히 일부 노조원들은 DS(반도체) 부문의 분리 독립을 요구하기도 했다. 어처구니 없었다.
■ 3년 전 상황도 기억하지 못한 '극단적' 노조 이기주의
필자는 삼성전자 노조의 이기주의를 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이들이 과연 삼성전자의 역사를 알고 있을까. 단 몇 년 전의 역사마저 모르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전자는 불과 3년 전에 15조원의 적자를 내면서 많은 국민이 걱정하게 만들었던 회사다.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전자가 하는 업(業)은 극심한 경기 사이클을 탄다. 좋을 때는 너무 좋지만, 안 좋을 때는 너무 안 좋아 회사가 휘청일 수도 있다.
불과 3년전인 2023년 DS 부문이 연간 15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냈을 때 삼성전자는 어떻게 위기에서 벗어났는가.
삼성은 오히려 천문학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 돈은 최근 일부 삼성 노조원들이 '무시한' 다른 부문에서도 거들었다.
당시 삼성전자에겐 호황기에 성과급 파티를 하지 않고 비축해 둔 사내유보금이 있었다. 무엇보다 반도체 형제들의 도움도 컸다.
최근 일부 노조원들이 '2등 사원'이라고 조롱한 DX(가전·스마트폰) 부문 등 다른 사업부가 낸 이익을 활용했던 것이다. 핸드폰 등의 사업부에서 삼성 반도체가 어려운 시절 이 반도체들을 구매해 위기의 숨통을 틔웠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가전을 같이 하는 '포트폴리오' 때문에 반도체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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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원들, 2~3년 바짝 당기고 때려치우자?...이래서 글로벌 경쟁력 유지될까
일부 노조원들의 행태를 볼 때 마치 '2~3년 치 성과급을 바짝 벌고 때려치우려는' 것 같은 모습도 보였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최근 "지금 노조원들은 소위 '헤까닥' 돌았다. SK하이닉스에서 부부 직원이 10억원 넘게 돈을 당겼다는 얘기를 들은 뒤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주주들 역시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경우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은 한국 최고기업이라는 삼성전자 노조원들이 회사야 어떻게 되든 아무 상관없고 나만 몇 년간 돈 벌면 된다는 태도였다.
삼성전자는 지금 큰 돈을 벌고 있지만 절대 안주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금 미국, 일본, 대만 등의 반도체 기업 노동자들을 보라. 누가 삼성전자처럼 일률적으로 특정 부서에 수억원씩 영업이익에 기반한 성과급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가.
다른 나라 반도체 기업들은 너무 유들유들한 삼성전자 사측과 달리(!) 적자가 나면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고 급여도 삭감해 버리곤 했다.
특히나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첨단산업을 두고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게임에서 반도체가 워낙 중요하다보니 한국 메모리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왔다.
그리고 이 악다구니 같은 패권 게임에서 한국 경제는 삼성전자에 크게 기대고 있다.
많은 한국인과 주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지금의 삼성전자는 '돈 내놓으라는' 입사 후 15년도 안 된 듯한 젊은 노조 지도부과 아니라, 그들의 '선배들'이 만든 회사다.
■ 선배들도 놀라는...삼성 노조의 이기주의와 '이상한' 엘리트주의
삼성전자는 또 노조원들 만의 회사가 아니다. 수없이 많은 협력업체와 주주들이 이 회사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일부 노조원들은 겸손함을 상실한 채 '우리가 없으면 회사는 안 돌아간다'는 식의 엘리트주의에 젖어 있는 모습도 보였다.
필자도 사실 오래 전 노조를 이끌고 사측과 임금 협상 등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영업이익의 몇 %'와 같은 주장은 아예 꺼낼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노조'가 회사 내의 각 부서를 차별화하면서 '우리가 더 갖겠다'는 식으로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것도 이번 삼성전자 노조 사태에서 처음 봤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삼성에 '젊고 패기 넘치지만' 별종의 신인류가 출현했다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명지대 출신의 '엘리트' 최승호 위원장, 광주공고 출신의 엘리트로 '삼성전자는 우리가 그냥 없애버리는 게 맞다'고 했던 이송이 부위원장 모두 제가 알던 삼성맨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저는 소위 학벌이라는 것도 있지만, 감히 제가 엘리트라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습니다. 삼성에 노조가 생기면서 상상도 못했던 별종들이 탄생한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이런 스산한 분위기에서 소액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가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주주단체는 세금도 떼기전 영업이익에서 주주의 이익을 강탈해 가려는 노조와 이에 동조한 회사측에 경고장을 배달했다. 당연한 수순이다.
민경권 주주운동본부 대표는 21일 "주주총회 결의 없이 이사회가 단독으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할당하는 계약은 상법상 주주 권리를 무력화하는 무효 행위"라며 "노조 찬반투표를 거쳐 이 잠정합의안이 최종 비준되거나 이사회 결의가 상정될 경우 법원에 '무효 확인 소송'과 '단체협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즉시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