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중동 충격에 4월 생산자물가 2.5% 급등…외환위기 이후 최고 - 한은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원자재 공급 차질 영향으로 지난달 국내 생산자물가가 약 2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석유제품과 화학제품 가격 급등세가 이어진 가운데 금융·운송서비스 가격까지 오르면서 소비자물가 전반에 대한 상방 압력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26년 4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128.43(2020년=100)으로 전월보다 2.5%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월(2.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6.9% 올라 지난 2022년 10월(7.3%)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품목별로는 공산품 가격 급등이 전체 상승세를 주도했다. 석탄·석유제품은 전월 대비 31.9% 급등하며 전월(32.0%)과 비슷한 상승폭을 유지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73.9%로 2022년 6월(83.3%) 이후 가장 높았다.
세부 품목 가운데 솔벤트는 94.8%, 경유는 20.7% 각각 상승했다. 화학제품 중에서는 폴리에틸렌수지와 폴리프로필렌수지가 각각 33.3%, 32.0% 올랐다. 반도체 가격 강세도 이어지며 D램 가격은 전월 대비 37.8% 상승했다.
이문희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3월에는 휘발유·경유와 함께 나프타 가격이 크게 올랐고, 4월에는 나프타 상승 폭은 다소 축소됐지만 경유와 휘발유 상승세가 이어졌으며 제트유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영향으로 국제가격 상승분이 일부 시차를 두고 반영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물가도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운송서비스(1.6%)와 금융·보험서비스(3.0%) 등이 오르면서 서비스 가격은 전월 대비 0.8% 상승했다. 국제항공여객(12.2%)과 항공화물(22.7%)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금융 및 보험서비스는 전년 동월 대비 26.2% 상승하며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시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위탁매매 수수료 급등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농림수산품은 농산물(-4.0%)과 수산물(-3.2%) 가격 하락 영향으로 전월 대비 1.0% 하락했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은 산업용 도시가스(3.9%) 상승 등에 힘입어 0.3% 올랐다.
생산 단계별 물가 상승 압력도 확대됐다. 국내공급물가는 전월 대비 5.2% 상승했고, 이 가운데 원재료는 28.5% 급등하며 198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간재와 최종재도 각각 4.3%, 0.5% 상승했다.
국내 출하분에 수출품까지 포함한 총산출물가지수도 공산품 가격 상승 영향으로 전월 대비 3.9%, 전년 동월 대비 13.8% 상승했다.
한은은 중동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 팀장은 “중동 전쟁 지속에 따른 원자재 공급 차질과 가격 상승 영향이 여러 부문으로 파급되면서 생산자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고, 소비자물가에도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업의 수요 상황이나 정부 정책, 유통 단계 할인 여부 등에 따라 소비자물가 전가 정도와 시차는 달라질 수 있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흐름과 관련해서는 “5월 들어 두바이유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전월 평균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산업용 도시가스와 국내 항공여객 요금 인상 가능성이 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향후 생산자물가 흐름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