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4-17 (금)

(장태민 칼럼) 미국 재정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은 한국

  • 입력 2026-04-17 14:1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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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현지시간 15일 '2026년 4월 재정 점검 보고서(Fiscal Monitor)'를 통해 각국의 재정 전망을 내놓았다.

IMF는 일단 한국을 대표적인 재정 악화 우려국으로 꼽아 한국민들의 주목을 끌었다.

그런데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재정 상황' 역시 녹록하지 않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

트럼프 정부는 어려운 자국의 재정 상황 때문에 다른 나라들에게 조공(높아진 관세)을 걷는 중이다.

이 부분이 지난해 미국 재정에 기여했지만, IMF는 향후 미국의 나라 살림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재정의 2025년 선방...관세의 힘

IMF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일반정부 적자는 GDP 대비 6.8%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의 7.9%보다 개선된 수치였다.

미국의 이같은 적자폭 축소는 최근 미국의 '이자 지출 급증'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미국의 이자 지출은 GDP 대비 4.3%로 상승했다. 이는 2024년보다 0.3%p,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보다는 1.5%p나 높은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효율성 강화' 정책은 큰 힘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정부가 씀씀이를 줄이기 어려워 GDP 대비 기초지출(Primary spending) 비중은 대체로 변동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DP 대비 적자폭 축소가 일어난 이유는 관세 때문이다. '관세맨' 트럼프는 자부심을 가질 만했다.

IMF는 "미국의 기초 재정적자 감소는 부분적으로 연방 수입의 급격한 증가에서 기인했다. 이는 광범위한 신규 관세표 도입에 따른 관세 수입 급증의 결과 때문"이라고 밝혔다.

2025년 미국의 관세 수입은 2,640억달러(GDP의 0.9%)에 달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230% 증가한 수치였다.

다만 2026년 2월 연방 대법원이 해당 관세의 법적 정당성을 문제 삼은 상태여서, 향후 '법률 공방' 등을 확인해야 한다.

IMF는 또 작년 미국 정부는 43일간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을 겪었지만 이 사건은 월간 지출 패턴에 일시적인 혼란을 주었을 뿐 연간 전체 재정 결과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 'One Big Beautiful Bill' 법안의 아름답지 않은 미래

IMF는 2025년 7월 통과된 '원 빅 뷰티풀 빌(One Big Beautiful Bill) 법안'이 미국의 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법안은 2017년에 시행된 감세 조치 대부분을 영구화한다.

또 팁(봉사료), 초과 근무 수당, 자동차 대출 이자에 대한 새로운 공제 제도를 도입해 연방 정부의 수입을 축소했다.

미국은 감세 비용을 일부 상쇄하기 위해 복지 지출 등(메디케이드 및 저소득층 영양 지원 프로그램(SNAP), 학자금 대출 보조금, 녹색 에너지 공제)을 손 봤지만, '원 빅 뷰티퓰 빌'의 충격을 상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미국 의회예산처(CBO)의 추정치에 따르면 이 법안은 장기적으로 매년 미국 기초 재정적자를 GDP 대비 0.5%p 이상 증가시킨다.

IMF는 "CBO의 중기 전망에 따르면, 이자 지급 비용이 계속 상승해 2031년에는 GDP의 5%에 육박함에 따라 일반 정부 적자가 GDP 대비 7~8% 범위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아웃풋 갭이 거의 해소된 상태에서 이처럼 지속적인 적자 수준은 평상시에는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IMF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총부채는 2025년 GDP 대비 123.9%에서 2031년 약 142%로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IMF는 특히 "만약 높은 부채와 대규모 적자가 장기금리에 상승 압력을 가하게 된다면, 차입 비용이 예상보다 더 커져 재정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5년 12월 기준 미국의 국가 부채는 이미 약 38.4조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예상 대로라면 2031년엔 이 부채규모가 49조 달러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다.

최근 미국 부채가 39조 달러를 넘어 40조 달러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인구 고령화, 국채 이자 비용 상승(조만간 GDP의 5% 육박) 등은 미국 재정건전성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 모두가 신경 쓰이는 미국의 부채...미국 우려가 한국 우려는 될 수 있는 이유

미국의 부채 문제는 전세계가 신경을 써야 한다.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이 어려워지면 다른 나라들도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 미국이 관세를 통해 우방국들까지 괴롭히는 이유는 자국의 어마어마한 빚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당장 국채 수요처 문제 때문에 지니어스(GENIUS) 법이라는 이상한 법까지 만들 정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은 지니어스 법안 등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준비금의 일부를 반드시 미국 단기 국채(T-bills)로 보유하도록 유도해 민간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는 중이다.

미국의 늘어나는 국채와 수요처 확보는 만만치 않은 문제다.

그런데 한국경제 역시 미국 부채 증가, 그리고 그에 따른 금리의 움직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 정부가 빚을 갚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려 미국채 금리가 오르게 되면 한국 금리 역시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예컨대 미국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 결과적으로 한국의 시중은행 대출금리같은 것들도 떨어지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미국의 부채 증가와 금리 상승은 한국 가계들에게 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미국의 국채 금리가 자국 부채 때문에 내려오기 힘들다면, 한국 자금은 더 높은 수익을 찾아 미국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

이러면 달러/원 환율 상승, 즉 원화 가치는 하락 압력이 이어지면서 수입 물가는 더욱 뛰고 국내 인플레이션도 자극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달러/원 환율은 이미 과거 위기 때나 보이던 레벨을 장기간 지속하는 중이다.

한국인들이 미국 투자를 열심히 하다 보니, 정부는 RIA(국내시장복귀계좌)라는 이상한 계좌까지 만들어 자금을 역류시켜야 할 정도로 상황이 쉽지 않다.

흔히 우리는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한국 경제는 독감에 걸린다는 식의 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미국은 현재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를 올리는 등 보호무역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와중에 전쟁마저 벌이고 있으니, 주변 국가들은 모두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있다.

아무튼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하면 한국과 같은 '교역 중심 국가들'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수출 중심 국가인 한국이 미국 정부의 부채 대응 과정에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 역시 부채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라는 점이다. IMF는 한국 부채비율이 2031년 63%까지 급하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상은 얽혀서 돌아간다. 한국 재정은 미국 재정 사정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대외 여건이 도와주지 않아 한국의 빚이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게 되면, 해외 신평사는 한국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면서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옐로우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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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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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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