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창용 한은 총재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전쟁에 '통화정책방향' 떠넘기고 떠나는 한은 총재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중동사태 전개 상황과 미-이란의 2주 협상이 자리 잡아야 정책과 관련한 의견 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자신이 주재한 마지막 통방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방향'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이같이 답했다.
오는 20일 임기가 끝나는 이 총재는 정책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길을 제시하지 못했다.
전쟁의 추가적인 흐름을 모르니 답을 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충격이 일시적일 경우에는 정책 시차 등을 고려할 때 금리 조정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반면 그 충격이 장기화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확산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질 경우에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총재는 다만 "현 시점에서는 중동 상황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은은 전쟁으로 인해 물가 전망은 올리고 경제전망은 낮출 수 밖에 없었다.
일단 물가는 2월 전망치(2.2%)를 웃돌아 2%대 중후반을 나타낼 것이라고 했으며, 성장률은 2월 전망치(2.0%)를 하회할 것이라고 했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 큰 비중을 두지는 않았지만, 이 문제 역시 전쟁의 지속기간과 관련돼 있다고 했다.
총재는 "전쟁이 빨리 종결되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낮아진다. 다만 전쟁 예측 어렵고 매일매일 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돼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고 했다.
■ 러-우 전쟁 통해 힌트 준 총재? 매파의 길을 말한 것일까
퇴임하는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방향을 적극 얘기하지 않았지만 지금 상황을 러-우 전쟁 당시와 비교해서 판단해 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총재는 "2022년 취임 당시에 있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와 비교해 볼 때, 그때와 같이 통화정책으로 적극 대응하게 될 가능성과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모두 열려있다"고 말했다.
러-우 전쟁 당시에는 팬데믹 기간중 억눌렸던 수요가 확대되면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는 국면에 있었고, 따라서 전쟁의 충격이 경기를 둔화시키기보다는 물가를 크게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즉 당시엔 금리인상을 통해 물가상승 압력에 적극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러-우 전쟁 발발 초기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지역에 더 큰 충격이 나타났다.
당시 유로존 통화정책을 보면, 이 지역은 2016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제로금리를 장기간 유지하다가 2022년 7월부터 인상을 본격화했다.
ECB는 2022년 7월 50bp, 9월 75bp, 11월 75bp, 12월 50bp, 2023년 2월 50bp, 3월 50bp씩 올렸다. 이후엔 25bp씩 올리면서 기준금리를 2023년 9월 4.5%까지 높였다.
그런 뒤 2024년 6월부터 금리인하 사이클에 돌입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총재는 지금의 미-이란 전쟁은 아시아가 문제라고 했다.
총재는 "러-우 전쟁 당시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지역에 더 큰 충격이 나타났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아시아 지역이 전쟁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지금은 경기가 개선되고 있지만 부문 간 회복 격차 등으로 개선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상황에서 충격이 발생했기 때문에 전쟁이 물가뿐만 아니라 경기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면서 물가와 경기 간 상충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총재는 다만 "러-우 전쟁 당시와 비교해 환율 수준이 크게 높아져 있고 팬데믹 이후 고인플레이션기를 겪은 경제주체들이 물가변화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기대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전쟁 통화정책 대응하기...비관주의자 vs 낙관주의자
중앙은행 통화정책방향이 전쟁의 종속변수가 됐다.
미-이란 전쟁이 이번 '2주 휴전'을 통해 끝날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하다.
우울한 미래를 그리는 사람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이나 금리인상 등을 좀더 적극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전쟁이 2주 내에 끝나지 않으면 물가 불안이 필연적"이라며 "퇴임하는 한은 총재는 전쟁이 단기에 끝나지 않을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논쟁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총재가 스태그플레이션을 거론하면서 최악의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으나, 이 전제는 정치적 수사"라며 "중앙은행 총재도 트럼프의 마음을 알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11월 선거에 신경을 써야 하는 트럼프의 미국, 국토가 파괴돼 복구가 시급한 이란 모두 전쟁 장기화를 원치 않을 것이란 판단 하에 '종전을 믿고' 가는 게 낫다는 주장들도 보인다.
다른 증권사 채권딜러는 "휴전은 종전으로 가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중간중간 험한 말이 나오면 채권금리가 밀리겠지만 그 때마다 매수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종전되더라도 유가는 관련 시설들이 많이 파괴돼 당장 80달러 밑으로 가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가는 80~100달러 사이에서 유지되다가 시간이 좀 흐르면 60~80달러로 레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략 이런 구도를 보면서 국고3년 금리의 중심 레인지로 3.20~3.40%를 제시했다.
종전에 무게를 두는 사람들은 채권, 주식 모두 사라고 조언하는 중이다. 중간중간 갈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정해진 결론으로 향해가는 와중에서 벌어지는 이벤트 정도로 보라는 조언도 보인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2주간 이란은 휴전 시 약속했던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두고 간혈적으로 봉쇄와 개방을 통해 미국을 압박할 것"이라며 "미국은 그럴 때마다 이란 내 발전소와 교량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휴전 2주, 즉 종전 협상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빈번하게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며 여기에 속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미국과 이란이 갈등을 하더라도 종전 합의가 쉽지 않다고 해석하기 보다는 양국간 협상술 정도로 의미를 제한해야 한다. 미-이란간 2주간 휴전의 의미는 양국 모두 휴전을 통해 종전을 위한 큰 틀의 합의를 내비친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 즉 2주 동안 종전을 위한 세부사항을 논의하는, '선 합의-후 논의' 방식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주식을 담아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