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창용 한은 총재

(종합) 이창용 "통화정책방향은 중동사태, 2주협상 본 뒤 의견 제시 가능"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중동사태 전개 상황과 미-이란의 2주 협상이 자리 잡아야 정책과 관련한 의견 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방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금융시장 대다수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를 묻는 질문에 "금리 인상, 인하에 대한 논의도 크게 없었다. 사태를 지켜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 전쟁은 성장 둔화, 물가 상승으로 영향...정책 대응 말하기 곤란한 시점
이 총재는 2월 통방 직후 중동전쟁이 발생하면서 대외여건이 크게 바뀌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 2.0%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향후 성장경로는 중동사태 전개상황 및 통상환경 변화, 반도체 경기 및 내수 회복 흐름 등에 크게 영향받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물가는 지난 2월 전망치 2.2%를 상당폭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2%대 중후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봤다.
지금은 전쟁 불확실성이 워낙 커 정책 대응의 방향을 얘기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총재는 "충격이 일시적일 경우에는 정책 시차 등을 고려할 때 금리 조정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반면 그 충격이 장기화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확산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질 경우에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총재는 다만 "현 시점에서는 중동 상황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 큰 비중을 두지는 않았지만, 이 문제 역시 전쟁의 지속기간과 관련돼 있다고 했다.
총재는 "전쟁이 빨리 종결되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낮아진다. 다만 전쟁 예측 어렵고 매일매일 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돼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고 했다.
미-이란 전쟁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 총재, 러-우전쟁 당시와 비교해 통화정책 방향 힌트 줘
총재는 지금 상황을 러-우 전쟁 당시와 비교해 판단해 보라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총재는 "2022년 취임 당시에 있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와 비교해 볼 때, 그때와 같이 통화정책으로 적극 대응하게 될 가능성과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모두 열려있다"고 말했다.
러-우 전쟁 당시에는 팬데믹 기간중 억눌렸던 수요가 확대되면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는 국면에 있었고, 따라서 전쟁의 충격이 경기를 둔화시키기보다는 물가를 크게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이에 당시엔 금리인상을 통해 물가상승 압력에 적극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반면 러-우 전쟁 당시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지역에 더 큰 충격이 나타났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아시아 지역이 전쟁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특히 지금은 경기가 개선되고 있지만 부문 간 회복 격차 등으로 개선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상황에서 충격이 발생했기 때문에 전쟁이 물가뿐만 아니라 경기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면서 물가와 경기 간 상충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총재는 다만 "러-우 전쟁 당시와 비교해 환율 수준이 크게 높아져 있고 팬데믹 이후 고인플레이션기를 겪은 경제주체들이 물가변화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기대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고환율 상황서 퇴임' 아쉬워
이 총재는 오는 20일 퇴임을 앞두고 고환율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환율이 하향 안정될 때 국제국 직원과 저녁 먹고 들어오는데 이란사태가 터졌다"면서 아쉬워했다.
총재는 "환율이 많이 안정된 상태에서 후임자에게 넘겨야 하는데 아쉽다. 트럼프 대통령이 안 도와준다"면서 웃기도 했다.
전쟁이 종료되면 환율이 상당히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총재는 "환율은 이란 전쟁이 없었으면 상당히 안정될 수 있는 모멘텀이 있었다"면서 "지금의 환율을 1998년, 2008년 위기와 비교하는 것은 반드시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했다.
아울러 환율을 볼 때 레벨로만 보지 말고 달러인덱스와 비교해서 보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총재는 "환율은 DXY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 환율이 1400원 초반으로 갈 때 달러에 의해 움직여 문제 없었지만, DXY 대비 더 많이 움직였던 것은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환율 레벨을 1200원, 1400원 등 과거와 비교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달러인덱스 대비 변화로 판단하면 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