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IEA “호르무즈 개방돼도 일부시설 가동까지 6개월 걸릴 것”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이란 전쟁 여파로 훼손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단기간 내 정상화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설령 분쟁이 종료되고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손상된 석유·가스 시설을 다시 가동하는 데는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비롤 총장은 이번 사태를 “역사상 가장 큰 에너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며,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이 받는 충격이 과거 주요 위기를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란 전쟁으로 인한 가스 공급 차질 규모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유럽이 잃었던 물량의 두 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석유 공급 감소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그는 “현재의 공급 충격은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보다 더 클 수 있다”며 “시장과 정책 당국이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위기의 핵심 변수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꼽힌다. 전 세계 석유·가스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이 사실상 막히면서 글로벌 에너지 흐름 자체가 크게 위축됐다는 설명이다. 비롤 총장은 “가장 중요한 조치는 해협을 통한 수송 재개”라며 “봉쇄가 지속되는 한 유가 상승 압력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중동 주요 에너지 시설도 잇따라 타격을 입은 상태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 과정에서 가스전과 정유·액화 시설 등이 공격을 받으며 생산 차질이 현실화됐다. 이에 따라 전쟁이 조기에 종료되더라도 공급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IEA는 대응 차원에서 전략비축유 약 4억 배럴 방출을 결정했지만, 이는 전체 비축량의 일부에 불과하다. 비롤 총장은 “여전히 추가 대응 여력은 남아 있지만, 비축유 방출만으로는 중동발 공급 공백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유럽에 러시아산 가스 의존을 다시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이 모두 훼손된 만큼 과거의 의존 구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비롤 총장은 이번 에너지 위기가 장기적으로는 정책 전환을 촉발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과거 오일쇼크 이후 원자력 확대와 에너지 효율 개선이 이뤄졌던 것처럼, 이번에도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와 전기차 확산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가스 공급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석탄 사용이 늘어나는 등 에너지 구조의 일시적 역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