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재명 대통령, 출처: 청와대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추경 편성 '속도전' 선언하고 가격통제 나선 대통령...동시에 나오는 기대감과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추경에 대한 속도전'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추경 편성도 최대한 신속해 하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은 "보통 추경 편성 과정에서 한, 두달씩 걸리는 게 기존 관행이었던 것같다"면서 이번엔 어느 때보다 빠른 편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통령은 약간의 농담을 섞어 "어렵더라도, 밤을 새더라도, 정책실장 아시죠"라고 주문했다.
■ '어느 때보다' 신속한 추경 주문
이 대통령은 이날 "지금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다"라며 "민생경제 충격 완화를 위한 골든타임을 허비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추경도 신속히 준비하고 각종 지원도 최대한 속도를 내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은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서 신속하고 정교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했다.
위기 때는 서민의 삶이 가장 타격을 받는 만큼 상반기엔 공공요금을 올리지 말고 기름값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하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은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농수산물 할인 지원 확대 등을 포함해서 유류세 인하, 화물차·대중교통·농어업인에 대한 유가보조금 지원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원 방식도 다양화하라고 했다.
대통령은 "지원엔 직접지원, 간접지원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일률적으로 하게 되면 불평등이 심화될 수도 있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직접 지원, 차등 지원이 되도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세 연간 감면액이 70조원, 80조원이라고 하는데, 직접 깎아주니 잘 못 느낀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차등 지원하면 효율적인 면이 있다"고 했다.
대통령은 이런 지원에 대한 '포퓰리즘 비판'을 의식한 듯 "이를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기도 하는데, 차등 지원이 눈에 띄니 그렇게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지역화폐에 대한 특유의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꼭 필요한데 지원하면서 현금보다 지역화폐로 하면 소상공인 매출 증가 등 이중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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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전세계 최고 물가 인식'...물가 경고에 일부 기업 '가격 내리기'
이 대통령은 "나프타와 같은 핵심 원자재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마침 식용유, 라면 생산업체들이 내달 출고분부터 일부 제품 가격에 대해 최대 두 자리수까지 인하하기로 했다"고 기뻐했다.
그는 "일부 업체들의 인하 결정은 믈가부담 완화와 민생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런 변화의 시기에 상품가격을 내린 것은 처음 아닌가 한다"고 했다.
대통령은 "위기극복에 동참해준 기업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기업들도 국제경쟁,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선택을 해줬다"고 했다.
대통령은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대한민국 물가가 가장 비싼 축에 속하고 서민들의 삶이 팍팍하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에 공동체 일원으로서 어려움 나눈다고 생각해 달라고 했다.
아울러 한국 물가가 크게 오른 데는 산업 전반이 독과점화 된 영향이 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통령은 "독점적, 과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곳들을 찾아내서 시정 조치 통해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자고 했다.
대통령은 "현재 당면한 위기를 국가 대전환의 기회로 삼아 달라"라며 "위기 극복은 당연하고 진짜 실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 때 나타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기 때엔 (위기를 활용해) 기득권이 양보하게 만들어야 한다. 중동발 위기를 통해 우리 사회 불합리한 탈법, 편법을 시정해야 한다"면서 위기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려는 사람들에겐 손해가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전환 속도를 내야 한다. 불합리한 유류 가격 책정 관행을 개선하고 이 참에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도 개편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 여당은 추경 '속도전' 동참...가격 통제에 대한 우려도
대통령이 '신속한 추경'을 주문한 가운데 여당도 추경 속도전에 동참할 계획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2일 "추경을 포함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민생경제를 든든히 지원해야 하는데, 속도도 중요하다"면서 "적기의 추경이 편성되고 민생 현장에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이 민생지원형 조기 추경의 필요성을 거론한 만큼, 정부는 내실 있는 추경안을 신속히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당은 정부의 추경안이 마련되는 대로 조속한 국회 심의와 의결에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이 강조한 물가 안정에도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정부는 생필품을 중심으로 가격 안정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하면서 담합 적발 시, 기업 매출액의 최소 10% 이상을 과징금으로 부과하도록 제재 수준을 대폭 높였다"면서 "전자상거래 소비자 보호법을 반복적으로 위반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최대 100%까지 과중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도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공정위는 조사와 가격 조정 등의 영향으로 설탕과 밀가루 등 일부 원재료 가격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설탕 가격은 약 16%, 밀가루는 약 8% 수준 인하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대통령은 생리대 가격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고 그 이후 제조업체·유통업체가 초저가 생리대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고 홍보했다.
정부와 여당의 과감한 추경을 통한 민생 지원, 가격 통제 등을 반기는 소비자들 사이로 경제 전문가나 기업에선 우려하는 시각도 내보인다.
시장 일각에선 신속 추경, 물가 내리기 정책 등이 '시장 원리'에 반한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대통령이 추경안을 후딱 만들어 후딱 처리하라고 하는데, 이는 예산 편성의 기본 원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채권시장이 적자국채 없다고 안도하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재정을 남용하게 되면 결국 물가는 더욱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의 자화자찬식 재정 살포 칭송을 보고 있노라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힘을 더 받을 듯하다"고 걱정했다.
아울러 정부의 '가격 통제'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보인다.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억압은 암시장 등을 출현시킬 수 있으며, 결국 기업이나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도 보인다.
한 대기업 간부직원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라면 가격 왜 이리 비싸냐는 발언에 결국 일부 업체가 가격을 내리기로 한 모양"이라며 "이같은 가격 통제가 일시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더 큰 부작용을 부를 것"이라고 경계했다.
그는 "기업이라는 곳은 원가를 줄이든 매출을 늘리든 해서 이익을 내야 하는 곳"이라며 "이러면 저가 제품, 비인기 품목 공급이 타격을 받아 특정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으며, 기업들은 슈링크플레이션 등으로 원가 절감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정부가 일시적으로 가격을 눌러 놓더라도 통제가 풀리면 가격이 가파르게 오를 수 밖에 없다. 아울러 기업들이 정부 눈치를 보느라 인건비, 원자재, 물류비 등을 가격에 제대로 얹지 못하면 R&D나 투자 등을 줄이게 돼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런 식이면 결국 국가경제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경제라는 게 윽박지르는 대로 굴러가면 얼마나 쉽겠는가"라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