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3-10 (화)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호르무즈 봉쇄에 국제유가 90달러 돌파…“150달러 갈 수도”

  • 입력 2026-03-09 07:01
  • 김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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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김경목 기자] 중동 전쟁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강하게 흔들고 있다.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원유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했고 국제 유가는 단기간에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승을 단순한 지정학적 긴장이 아니라 실제 공급 충격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걸프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이 막히면서 저장시설이 빠르게 채워지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생산 감축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도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며 강경 노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국제 유가는 100달러를 넘어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쟁 여파로 유가 급등…주간 상승률 ‘사상 최대’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일 대비 12.21% 오른 배럴당 90.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이번 주에만 35.63% 상승하며 1983년 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의 또 다른 기준인 브렌트유도 큰 폭으로 올랐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는 8.52% 오른 배럴당 92.69달러로 마감했다. 2022년 3월 이후 가장 큰 일일 상승 폭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승이 단순한 위험 프리미엄 확대를 넘어 실제 공급 차질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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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봉쇄…수송 차질이 생산 감축으로

시장 충격의 핵심 원인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해협 통항이 제한되면서 걸프 지역에서 생산된 원유의 수출이 차질을 빚고 있다.

수송이 막히면서 산유국 저장시설도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유조선이 움직이지 못하면 원유를 실어 보낼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생산량 조정이 불가피해지는 구조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크플러는 쿠웨이트 일부 유전에서 이미 생산 감축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현재 속도가 유지될 경우 약 12일 안에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저장시설 여유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장기화되면 생산 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라크 정부 역시 사태가 지속될 경우 하루 최대 300만 배럴 규모의 생산 감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이라크 북부 유전에서는 드론 공격으로 하루 약 3만 배럴의 생산이 중단됐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형 정유시설도 공격을 받아 일시적으로 가동이 멈췄다. 세계 2위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인 카타르 역시 일부 LNG 시설이 공격을 받아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전쟁 장기화 변수…미국 정치권에서도 논쟁

전쟁의 향방 역시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이란에 대해 “무조건 항복 외에는 어떤 협상도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할 경우 이란 경제 회복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미국 내부에서는 이번 군사 작전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부에서도 해외 군사 개입을 둘러싼 이견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 성향 인사인 터커 칼슨, 메긴 켈리,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 등 일부 인사들은 이번 군사 작전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켈리는 자신의 라디오 방송에서 “누구도 외국을 위해 죽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의회 승인 없는 추가 군사 행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토머스 매시 공화당 하원의원과 로 카나 민주당 하원의원은 관련 결의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전쟁 이후 미국 휘발유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약 3.32달러로 군사 작전 이전의 약 2.98달러보다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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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50달러 가능성…세계 경제 변수로 부상

에너지 시장에서는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요 원유 트레이딩 업체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카타르의 사드 알 카비 에너지 장관은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몇 주 안에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은 세계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물가 둔화 속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중동 전쟁의 확산 여부와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당분간 국제 에너지 시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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