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2-11 (수)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빗썸 '유령코인' 사태...가상자산거래 내부통제 미흡, 감독부실 드러난 국회 청문회

  • 입력 2026-02-11 13:4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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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빗썸의 홈페이지는 '안전한 금융파트너'를 강조하고 있다

11일 빗썸의 홈페이지는 '안전한 금융파트너'를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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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회 정무위가 11일 긴급 청문회를 열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의 '유령 코인' 오지급 사태에 대해 질의했다.

이날 오전 질의에선 가상자산거래소의 취약한 내부통제, 그리고 감독당국의 부실한 역량만 드러났다.

국회와 금융감독당국은 가상자산거래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 한국 가상자산 역사에 남은 2월 6일 빗썸사태


지난 6일 한국 가상자산 역사에서 경악스런 기록으로 남을 일이 벌어졌다.

빗썸 직원이 이벤트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단위를 '원' 대신 '비트코인'(BTC)으로 잘못 입력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큰 혼란이 일어났다.

당시 빗썸이 실제 보유한 비트코인(4.6만개)의 13배가 넘는 62만개(약 62조원 규모)가 이용자 249명의 잔고에 표시되는 '유령 코인' 사태가 벌어졌다.

이 때 일부 이용자가 잘못 지급된 코인을 매도하거나 출금을 시도하는 일을 벌여 상황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현재 회사측은 99% 이상이 회수된 상태라고 하고 밝히고 있으나 가상자산 거래시스템, 그리고 감독체계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는 중이다.

이날 국회에선 빗썸 사태로 아직 125억 BTC, 130억원 가량이 회수되지 못했으며, 물량을 어떤 자금으로 매입했는지 공개가 가능하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재원 빗썸 사장은 "그렇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또 이 사태와 관련해 이재원 대표가 "피해액 10억원 정도를 파악했다"고 하자 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담보가치 하락으로 강제청산된 것 등과 관련해 피해규모를 면밀히 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에서 한국의 가상자산 보유규모는 2% 정도지만 거래량은 2위, 3위에 육박할 정도로 크다. 주식거래자가 1,400만명이지만, 가상자산 거래자도 1100만명에 달할 정도로 많다.

하지만 국내 점유율 30%에 달하는 빗썸이 일으킨 '유령코인 사태'는 한국 가산자산거래 시스템의 허술한 민낯을 전세계에 드러내고 말았다.

■ 60조원 지급한 빗썸...실제 '그 돈'이 있을 리 없었다

이번 사태 발발 당시 빗썸이 실제 보유한 잔고는 4.2만 BTC였다. 하지만 혼동해서 잘못 지급된 규모는 62만 BTC, 즉 60조원이 넘었다.

구조상 없는 돈을 지불하는 게 가능하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가상자산 실제 잔고와 장부상 잔고의 차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원 빗썸 대표는 "내부통제 차원에서 그 문제를 뼈 저리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일은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코인을 지급한 무차입 공매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그간 국내외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코인의 '실제 보유 규모'와 관련해 의심을 받아왔다.

거래소들은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우리가 보유한 코인은 '이 정도로 충분하다'는 식의 대응을 하기도 했지만, 스냅샷(특정 시점만 확인)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이러다 보니 POR(Proof of Reserve, 예치금 증명)과 금감원의 온체인 분리 보관 의무화 등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 POR과 온체인 분리보관

가상자산의 안전한 거래를 위해선 실시간 POR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빗썸사태로 거래소 장부(내부 DB)와 실제 지갑(블록체인) 잔액이 일치하는지 실시간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이번 사태처럼 '유령 코인'이 전산으로 찍혀 거래되는 장부 거래(Paper Trading)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면 안전성이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는 거래소 소유 자산과 고객 자산이 서로 다른 지갑(On-chain)에 분리해 보관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도 불러일으켰다.

현재 고객자산은 따로 보관해야 하며, 콜드월렛 비율도 지켜야 한다. 즉 고객자산의 80% 이상을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물리적 지갑(Cold Wallet)에 보관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온체인 분리 보관, 그리고 실시간 POR이 완벽했다면 블록체인에 존재하지 않는 코인은 전산상에서도 생성되거나 거래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일단 이번 사태는 감독당국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밖에 없다.

금감원은 전날 이번 사태가 단순 사고가 아닌 시스템적 결함으로 보고 현장 점검을 정식 검사로 격상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날 국회에 나와 "현재 8명이 투입됐으며, 금주 중엔 결과를 받아서 보고하겠다"고 했다.

■ 이제 잊을 만한데 억울하게 소환된 삼성증권?

2026년 2월 빗썸의 62만 BTC 오지급 사태는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 사고도 소환했다.

두 사태 모두 전산상의 숫자(거짓 자산)가 실물처럼 거래됐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증권 사태는 우리사주 배당금을 주당 1천원 대신 1천주로 잘못 입력해 발행주식 총수보다 많은 28억주의 유령주식이 직원 계좌에 입고된 사건이었다.

두 사건 모두 뚱뚱한 손가락(팻 핑거) 사태, 즉 오퍼레이션 오류였다.

직원의 단순 입력 오류가 사태를 엄청나게 키운 것이다.

금융사 등엔 이런 실수를 걸러낼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두 사건에서 발행 한도를 초과하는 주식이나 거래소가 보유하지 않은 코인이 전산상으로 발행되는 것을 막는 통제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엉뚱한 돈이 내 지값(계좌)으로 들어오는 순간 이를 활용해 이익을 내려고 한다. 견물생심인 것이다.

삼성증권 사태 당시 일부 직원들이 유령주식을 즉시 시장에 팔아치워 주가가 폭락했고, 이번 빗썸 사태에서도 오지급된 코인을 매도하거나 외부로 인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자 시장이 요동쳤다.

비트코인을 1억원 가량 들고 있는 A씨는 "이 사태는 거래소 화면에 떠 있는 내 코인이 블록체인상에 실재하느냐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거래 시스템 불안정성을 드러낸 역대급 사건"이라고 했다.

이날 국회에선 '삼성증권 사태'를 겪고도 금융당국이 배운 것이 없어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비판들도 제기됐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를 겪고도 금융당국은 아무런 조치를 안 했다"면서 "이번 팻핑거 사태에 대해선 금융당국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국회에 출석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 "유감"이라고 했다.

특히 이 사태로 가상자산 거래소가 제도권 금융기관 수준의 내부 통제와 전산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사태로 가상자산거래소 내부통제에 대해 사람들이 굉장히 놀랐다고 하자 이찬진 금감원장은 "저 자신도 놀라고 있다"고 했다.

빗썸을 포함해 다른 가상자산거래소의 내부통제 문제를 확인했느냐는 질문에 이 원장은 "점검하고 있는 상황이며, (그간) 미흡해서 권고했던 사항을 확인했다"고 답했다.

■ 빗썸 '대주주' 이정훈은 불참

이날 청문회에 지배주주인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이사회 의장은 나오지 않았다.

이정훈 전 의장은 개인 회사를 통해 빗썸의 지주사인 빗썸홀딩스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 5월 빗썸을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하면서 이정훈 전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특정하며 실질적 지배력을 공식화했다.

이 전 의장은 빗썸코리아에서 인적 분할된 신사업 투자 법인인 빗썸에이(Bithumb A)의 대표를 맡으며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빗썸 실소유주인 이정훈씨는 뭐하고 있는가. 구속된 이상준 전 대표는 보수를 47억원이나 받기도 했다"면서 "이현서(이정훈 누나)씨는 지금 뭐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강 의원은 빗썸 경영진이 불법 행위로 감옥에 가거나 의심스러운 일들을 벌였다면서 금감원 출신들이 빗썸 으로 내려간 것 역시 부실을 키운 원인이라고 했다.

빗썸이 금감원 직원들을 영입해 전관예우를 해주면서 부실한 내부통제 등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의심한 것이다.

다만 이날 국회엔 이재원 대표가 나와 답변을 했다. 이 대표는 이상준 전 빗썸홀딩스 대표는 코인 상장 뒷돈 수수 혐의로 구속된 뒤 회사를 이끌고 있다.

최근 쿠팡사태를 떠올리면서 아무리 국회가 불러도 대관을 잘한 업체의 '오야붕은 안 나온다'는 식의 논평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증권사의 한 직원은 "최근 쿠팡사태 때 오야붕 김범석은 안 나오고 대신 한국인, 미국인 꼬붕만 나오는 것처럼 이번 사태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본어로 오야붕(親分)은 우두머리, 꼬붕(子分)은 부하를 뜻한다.

■ 대주주 지분 제한 문제와 중국 자금 연루 의혹

이번 빗썸 사태로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논의도 한창이다.

현재 빗썸의 실질적 지배주주인 이정훈 전 의장이 빗썸홀딩스를 통해 지분을 2/3 가량 보유중이다.

정치권에선 가상자산거래소 운영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대주주 지분율을 제한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마련하는 중이다.

금융당국도 가상자산 거래소를 공공 인프라로 간주해 대주주가 보유할 수 있는 지분 상한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빗썸 관련 '중국의 검은 돈' 의혹도 제기된다.

이날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자칫하다가는 대주주 규제 과정에서 중국 자본이 한국 가상자산거래소를 접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사실 빗썸의 중국계 자본 연루 의혹은 예전부터 꽤 많았다.

또 정치권에선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가 시행되면 기존 대주주가 내놓은 지분을 바이낸스(Binance) 등 중국계 배경을 가진 거래소들이 인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주도권을 중국계 자본에 넘겨줄 수 있어 '밉더라도' 조심스럽게 제도 개편에 나서야 한다는 걱정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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