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재명 대통령의 X

(장태민 칼럼) 대통령의 매입임대에 대한 의심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8일 '매입 임대'에 대한 의심 섞인 시각을 드러냈다.
대통령은 매입 임대 사업자 등록 제도가 주택 투기를 부추길 수 있지 않나 의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일요일 오후 X에 올린 글에서 "임대용 주택을 건축했다면 몰라도, 임대사업자 등록만 하면 집을 얼마든지 사모을 수 있다는 것도 이상하다"면서 "한 사람이 수백채씩 집을 사모으도록 허용하면 수만채 집을 지어 공급한들 부족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고 적었다.
대통령은 "건설임대 아닌 매입임대를 계속 허용할 지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주택자 압박 통했나. 서울 매물이 나흘 만에 1000건 늘었다'는 기사를 링크했다.
■ 대통령, '다주택자 압박 효과' 에 흐뭇?...우리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아
대통령이 링크한 한국일보 기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다주택자와 투자자를 대상으로 '집을 안 팔면 손해를 볼 것'이라고 압박해 매물이 점진적으로 증가한다'고 적고 있다.
한국일보는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오피스텔 포함) 매물은 4일 5만9,021건에서 8일 6만141건으로 1.8% 늘었다고 보도했다. 자치구별 증가율은 성동구(5.9%) 마포구(5.7%) 종로·광진구(5.2%) 송파구(4.7%)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고 했다.
이른바 '한강 벨트(한강변)', 다주택자와 투자자들이 주택을 많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지역에서 매물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세제를 언급하며 다주택자를 압박하기 시작한 1월 21일과 비교하면 매물 증가율은 6.1%(3,484건)로 뛴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선 '말발이 먹혔기 때문에' 매우 흐뭇할 법한 보도내용이다.
하지만 정말 대통령의 정책 독려 때문에 매물이 늘었는지, 또 궁극적으로 매물이 늘어나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는지 봐야 한다면서 정책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보인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크리스마스 이후 설 명절 전까지는 부동산 비수기이며 매물이 늘어난다. 즉 최근 매물 감소엔 계절적 효과가 작용했다"면서 "과연 전적으로 대통령이 부동산과 전면전을 선언한 효과 대문에 매물이 늘었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그는 세상 일을 순리대로 풀지 않으면 역효과가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게 해서 집값이 내려가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최근 수년간 계속해서 다주택자는 줄어 들었으며, 아파트를 몇 채씩 가진 다주택자가 많지도 않습니다. 집값이란 게 대통령이 '안정되라'고 외친다고 안정되는 게 아닙니다. 개인적으론 정부가 억지로 수급을 더 꼬고 있어서 집값 급등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봅니다."
■ 매입임대, 대통령은 '나쁜 다주택자 프레임'으로 보는 중?
임대주택은 건설임대와 매입임대로 나눌 수 있다.
'건설 임대’는 건설사 등에서 직접 주택을 지어 임대로 내놓는 것이다.
매입임대에 비해 종부세 합산 배제나 양도세 감면 등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세제 혜택이 상대적으로 더 큰 특징이 있다.
‘매입 임대’는 기존에 지어진 주택을 사들여 임대로 내놓는 것이다.
임대사업자가 매매 등을 통해 기존에 지어진 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하여 임대하며, 빌라, 오피스텔, 다가구 주택 등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임대사업자에 대한 시선의 이중적이다. 일부에선 무주택자에게 싼 가격에 임대(임대료 상승률 5% 제한)를 제공하기 때문에 서민생활 안정과 집값 안정에 기여한다고 본다.
하지만 다른 쪽에선 매입임대를 '투기꾼'이라는 관점으로 보기도 했다.
일부에선 매입 임대 사업자 등록 제도에 대해 민간 사업자가 세제와 금융 혜택을 받으면서 주택을 대량 매입할 수 있어 집값 상승 요인이 됐다고 주장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X에 올린 글에서도 이런 의심이 녹아 있었던 것이다.
■
매입임대의 양면성...잘못 접근하면 더 큰 수급 혼란 부를 수 있어
과거엔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이 많아 '투기적 욕심으로' 집을 늘린 사람들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종부세 합산 배제, 양도세 감면 등의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지자 일부 투자자들은 주택 구매를 늘려 큰 재미를 보기도 했다.
그러자 임대 사업자들이 갭를 활동한 레버리지 투자로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면서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또 이런 투기꾼들 때문에 집값이 더 뛴다고 불평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특히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의무 임대기간 동안 집을 팔 수 없게 돼 매매용 매물이 줄어 가격을 더 올린다는 식의 진단들도 있었다.
하지만 전세나 월세가 부족한 상황에서 임대사업자들은 싼 주거지를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집값을 안정시키는 측면도 있다.
예컨대 주변 시세가 급등하더라도 등록 임대주택은 낮은 가격을 유지해야 하므로, 인근 전월세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는 상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 사람이 수백 채씩 집을 사 모으면 집을 수만 채 지어도 부족하다'고 했지만 이는 감정이 실린 과장법이다.
매입임대도 전·월세 시장 공급의 중대한 한 축이다. 예컨대 다주택자의 투기를 막겠다고 매입임대를 없애버리면 서민 주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임대 공급이 줄어들어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지면, 이는 매매가격 상승으로 전이될 수 있다.
대통령이 등록만 하면 집을 얼마든지 사 모을 수 있다고 했지만, 현재 아파트 임대 사업자 신규 등록은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대통령이 주말엔 매입임대를 문제 삼았지만 다주택자를 투기꾼 취급하면서 임대 통로를 틀어 막으면 전·월세 시장이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 그 결과 임차료가 뛰고 매매가격도 덩달아 더 올라 시장이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많은 경우 임차인은 다주택자가 세 놓은 집에서 산다. 사실상 그들은 한 배에 타고 있다. 다주택자 악마화 프레임을 유지한 채 없는 사람들의 주거를 안정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