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2-03 (화)

(장태민 칼럼) 이재명의 감성과 이창무의 이성

  • 입력 2026-02-03 13:2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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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SNS 글을 통해 '서울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서울 집값이 급등한 가운데 최근엔 집값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이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주말부터 SNS를 통해 목소리를 내면서 부동산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하지만 쉬지 않고 올라오는 대통령의 글, 그리고 감정이 잔뜩 실린 사자후에서 서울 집값 잡기에 실패하고 있는 행정부 수반의 초조함이 느껴진다.


■ 대통령의 사자후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아침에도 매우 감성적인 글을 올렸다.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로 불로소득을 얻겠다는 수십만 다주택자의 눈물이 안타까우신 분들께 묻는다"면서 "이들로 인한 높은 주거비용 때문에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수백만 청년들의 피눈물은 안 보이느냐"고 했다.

대통령은 "돈이 마귀라더니, 설마 마귀에게 최소한의 양심마저 빼앗긴 건 아니겠지요"라고 적었다.

그는 "대한민국은 위대한 대한국민들의 나라"라며 "상식적이고 번영하는 나라를 위해 망국적 부동산투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잡을 것"이라고 했다.

이전에도 실패했으니 이번에도 실패할 것으로 기대하고 선동하는 사람들에게 경고장도 날린다고 했다.

대통령은 특히 투자수단의 다변화와 국민 의식의 변화가 부동산 불패 신화를 깰 수 있다고 자신했다.

대통령은 "먼저 이전에는 부동산이 유일한 투자수단이었지만, 이제는 대체투자수단이 생겼다. 객관적 상황이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면서 "다음으로 국민이 변했다.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과거에는 투자수단으로 부동산이 압도적이었지만 이제 2위로 내려앉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국민이 선출한 권력이 달라졌다고 했다.능력이 있는 사람(자신)이 대통령이 됐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공약이행률 평균 95%. 저는 당선이 절박한 후보시절에 한 약속조차도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했다"면서 "이제 대한민국 최종 권한을 가진 대통령으로서 빈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엄포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다주택자 눈물을 안타까워 하며 부동산 투기를 옹호하시는 여러분들, 맑은 정신으로 냉정하게 변한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했다.

당장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으면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그는 "그 엄중한 내란조차 극복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위대한 대한민국인데, 이 명백한 부조리 부동산 투기 하나 못 잡겠느냐"고 했다.

협박 엄포가 아니라, 모두를 위해 필요하고 유용한 일이어서 권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이 마지막 탈출 기회"라고 했다.

대통령의 말, 매우 무섭다!

■ 대통령이 지목한 대학교수...'부동산 상식' 말해도 겁 먹어야 하나



자료: 이재명 대통령이 링크했던 기사 속 이창무 한양대 교수의 다주택 규제 10가지 부작용

자료: 이재명 대통령이 링크했던 기사 속 이창무 한양대 교수의 다주택 규제 10가지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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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사자후는 감정적이고 힘도 꽤 있어 보였지만, '부동산 경제학'의 틀과 배치된다.

대통령은 최근 망국적 투기꾼의 편을 든다면서 사실상 이창무 한양대 교수를 꾸짖었다.

이 대통령은 1일 '주택시장, 다주택 규제의 10가지 부작용'이라는 제목의 파이낸셜뉴스 기사를 링크하면서 "부동산 투기 때문에 나라 망하는 것을 보고도 왜 투기 편을 드는 것인가"라는 글을 남겼다.

'투기꾼 편을 든' 이창무 한양대 교수가 속으로 뜨끔했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이 교수의 글은 기본적으로 부동산, 그리고 부동산 경제학을 공부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일반적인 내용'이었다.

예컨대 취득세, 보유세(재산세·종부세), 양도세 등 세금을 높이면 세금이 가격에 전가되고 결국 임차인이나 매수자의 부담이 커진다는 사실은 부동산을 공부해본 사람들은 다 안다.

아울러 이런 규제는 주택 공급을 방해하고 내수 경제에도 큰 부담을 준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깨달은 것처럼 다주택자 규제는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심화시켜 지역별 주택가격 양극화를 더욱 촉진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솔직하게 말하자. 다주택자 규제를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입만 열면 지역경제 활성화를 외치지만, 사실 다주택자 규제가 최근 '지방경제 파괴'의 주범 중 하나다.

■ 부동산 생태계엔 다주택자가 필수...더 이상 '다주택자 악마화' 안 된다


다주택자 규제는 기본적으로 주택시장 생태계를 파괴해 수급을 왜곡해 각종 사회 병리현상을 일으킨다는 게 부동산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들에겐 '너무나 일반적인' 관점이다.

그냥 단순하게 보더라도 다주택자는 무주택자에게 집을 공급하는 사람이다.

다주택자가 줄면 공급 감소로 인해 임차인들은 높은 임대료를 내야한다. 극단적인 경우를 상정해서, 만약 다주택자가 거의 사라지면 전월세 값은 폭등할 수 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부동산을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현재 다주택자가 계속 줄어드는 현상을 우려하기도 한다.

정부 데이터에 의하면 2020년 서울의 다주택자비율이 15.2%(전국 15.8%)에서 2024년 14.0%(14.9%)로 줄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주택자는 무주택자과 엮여 있으며, 이들이 없으면 무주택자들도 온전히 설 수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통령은 부동산을 엉뚱한 잣대로 읽고 있었다. 대통령은 다주택자를 '악'이라는 매우 단순한 프레임에서 보고 있다.

대통령이 '부동산 경제학'을 경제학의 눈이 아니라, 윤리학의 눈으로 읽으니 이창무 교수같은 사람이 '못된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은 냉정한 이성으로 풀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대통령이 유토피아적 감성만 앞세운 듯해 안타깝다.

한 때 서울 자가에서 살았지만 지금은 서울로 복귀하는 게 매우 힘들어진 필자의 한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부동산과 관련해 투기, 거품, 탐욕, 망국 이 4가지 단어를 쓰는 집단은 절대 부동산 정책을 담당해선 안 됩니다. 하지만 국민도, 언론도 현실을 모르는 성리학자들이 쓰는 저 강력한 단어들에 뇌가 오염돼 있어요."


■ 성리학자들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정책을 담당하던 어중이떠중이 성리학자들은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란 식의 감성적인 프레임을 이용해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다.

당시의 세금 등 각종 규제 정책은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고 주택 공급 급감으로 이어졌다. 이재명 정부는 다시 '다주택자'를 악당으로 설정한 듯하다.

많은 성리학자들에겐 다주택자가 '살 필요도 없는 집'을 갖고 있으니 악당처럼 보이고, 이들이 집 투기를 했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폭등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대단한 착각이다. 최근 서울 집값 급등세는 공급 부족과 집값 추가 급등을 우려한 실수요자들에 의해 이뤄졌다.

대통령이 '진짜 서울 집값'을 걱정하는 전문가들에게 투기 옹호 세력이란 딱지를 붙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진짜 전문가들은 정부가 집값 급등의 주범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정부가 집값을 더 띄우는 정책을 쓴 뒤 그 책임을 투자자들에게 돌리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지금은 서울에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을 모두가 알고 있기에 정책가라면 이 공급 부문에서 숨통을 틔울 생각부터 해야 한다.

■ '공급 없다'...정비사업 규제부터 풀어야 하는데 오히려 '실거주' 압박 높이는 정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서울 집값이 잡히기 어려운 이유가 공급 부족 때문이란 점을 안다.

지금의 아파트 공급은 역대 집값이 가장 크게 뛸 때(2020~2021년)보다 적다.

2020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4만 6천 호에서 2021년에는 2만 8천 호로 급감한 바 있으며, 2021년엔 2만호 수준으로 줄었다.

지금의 공급 상황은 더 나쁘다. 2025년 3만 1천 호에서 올해는 절반인 1만 6천호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시점 2027년 입주 물량은 8천~9천 호 수준으로 추정되는 중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서울 아파트 시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선 매년 5만 호 수준의 입주 물량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공급이 궁지에 몰려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1.29 부동산 공급대책을 통해 2030년까진 새로 더해질 물량이 없다는 점도 알게됐다.

그런데 정부는 기존 사업마저 옥죄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이주를 준비하고 있는 정비사업 단지부터 이주비 대출 규제 등을 풀어 공급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공급 경로의 막힌 혈을 뚫는 일보다 수요를 옥죄는 정책이 더 구미에 당기는 모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정책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서울 집값이 더 뛰어서 그런지 부동산 증세에 욕심을 내고 있다.

당장은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를 폐지한다고 여러 차례 말한 데다 '비거주 1주택 장기보유 세금 감면'에 대한 문제 제기도 했다.

각자 사는 생활방식이 다양한데 규제론자들은 '비거주' 주택을 지나치게 문제 삼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비거주' 때문에 전세, 월세로 사는 사람들의 생활에도 숨통이 트인다는 단순한 사실을 간과해버린다.

실거주를 선(善), 비거주를 악(惡)으로 보는 프레임은 전세, 월세 가격을 더욱 급등시킬 수 밖에 없다.

'현실을 모르고 착하기만 한' 성리학자들의 착각은 한국사회 약자들의 인생을 더욱 궁지로 몰 것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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