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2-03 (화)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금융시장의 '케빈 마중하기'

  • 입력 2026-02-02 13:1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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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 케빈 워시가 국내외 금융시장에 만만치 않은 변동성을 주고 있다.

우선 금, 은, 암호화폐 등 달러와 경쟁하던 자산들의 폭락이 눈길을 끌었다.

금리 인하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군 중 가장 매파적인 인물을 뽑은 결과라는 평가들도 이어졌다.

다만 케빈 워시의 최근 스탠스를 감안하면 그를 매파적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케빈 워시라는 '인물'에 대한 금융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는 후했다.

하지만 그를 '정치적 인물일 뿐'이라며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 시장이 케빈을 맞이하는 방법..."금·은, 가격 폭락으로 환영인사...달러가격은 속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 30일 케빈 워시(Kevin Warsh) 전 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했다. 현 제롬 파월 의장의 의장직 임기는 올해 5월까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워시가 최고의 연준 의장으로 기록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면서 "그는 적임자이며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금과 은은 워시의 등장을 폭락으로 맞이했다.

귀금속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 기대 후퇴 속에 대규모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30일 케빈 워시의 등장 소식에 금 현물 가격은 전장 대비 9.5% 급락한 온스당 4,883.62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5,500달러선을 돌파하며 5,594.82달러까지 치솟은 지 하루 만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도 온스당 4,745.10달러로 전장보다 11.4% 하락했다.

최근 폭등했던 은 가격의 조정은 더욱 거칠었다. 은 현물 가격은 전장 대비 27.7% 급락한 온스당 83.99달러에 거래되며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00달러선을 하회했다. 장중에는 77.72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금·은 가격 급락 여파로 백금은 19.18%, 팔라듐은 15.7% 각각 하락하는 등 다른 귀금속도 동반 추락했다.

'연준 의장 후보들' 중 케빈 워시는 상대적으로 덜 비둘기파적, 혹은 매파적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따라서 귀금속 가격 폭락은 차기 연준 의장에 대한 실망감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귀금속 가격 급락은 곧 달러 가치 상승을 의미했다.

달러 인덱스는 최근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와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합병 발언 여파로 지난주 4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바 있으나 케빈 워시 지명 소식에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83% 높아진 97.08에 거래됐다.

달러화는 연준 의장 후보군 중 가장 매파적인 케빈 워시의 등장을 가격 급등으로 맞이한 것이다.

금리 시장은 최근 케빈 워시가 트럼프의 주장과 궤를 같이해 금리 인하를 주장해왔기 때문에 단기금리 하락으로 맞이했다. 하지만 성향 자체는 매파라고 판단하면서 장기금리는 올렸다. 미국채2년물 수익률은 2.95bp 하락한 3.5295%, 10년물은 보합인 4.2340%, 30년물은 2.25bp 상승한 4.8725%를 기록했다.

주식시장은 연준 의장 후보군 중 가장 매파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게 반갑지 않았다.

S&P500은 29.98포인트(0.43%) 내린 6,939.03, 나스닥은 225.30포인트(0.94%) 하락한 23,461.82를 나타냈다.

고금리를 싫어하는 기술주들의 케빈 워시에 대한 경계감이 컸다.

■ 한국시장이 케빈을 맞이 하는 방법은...'트리플 약세'


한국 금융시장도 연준 의장 후보군 중 가장 매파적인 케빈이 선택된 게 그리 기쁘지는 않았다.

주가지수는 2월 첫 거래일을 맞아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낙폭을 5% 이상으로 키우는 등 '너무 해피했던 1월과 달리' 2월 시장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최근 트럼프가 한국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높이겠다고 위협하는 등 한미 관세이 틀어지면서 긴장감이 커진 가운데 연준 의장 후보 중 매파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는 케빈이 등장하자 더욱 위축된 것이다.

한미 관세 갈등 재부각, 연초 주가 급등에 따른 피로감 등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쿠팡의 이사를 하던 케빈이 등장하자 일단 후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최근 급등했던 귀금속 가격이 '케빈 워시'를 빌미로 급락한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도 케빈 워시를 빌미로 급락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차기 의장에 지명됐다. 워시가 과거 양적완화를 비판했던 이력이 부각되면서 공격적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감소했다"면서 "케빈 워시의 연준 의장 지명은 국내 주식시장에도 차익실현 명분을 줬다"고 평가했다.

외환시장도 큰 충격에 휩싸여 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가격은 3시30분 종가 기준으로 이날 20원 가까이 뛰었다.

케빈 워시의 등장에 따른 글로벌 달러 강세로 달러/원 가격 상승이 예고돼 있긴 했으나, 이날 달러/원은 1,450원선을 가뿐히 넘어선 뒤 단숨에 1,460원을 향해 달려갔다.

달러/원은 1월 28일 장중 1,420원을 찍으면서 '상승 압력 일변도의 시장은 끝났다'고 웅변하는 듯했지만 3영업일 뒤인 오늘 1,450원선을 힘없이 내준 뒤 다시 위 쪽을 열어젖혀야 했다.

금리시장도 케빈이 반갑지 않았다.

당장 달러/원이 급등하자 채권시장은 또 다시 '환율 악몽'을 떠올리면서 약세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하고 있는 과도한 상황임에도 환율의 금리 괴롭힘이 언제 그칠지 알 수 가 없다는 평가도 보였다. 최근 3.0%대로 레벨을 낮추면서 분위기를 쇄신하는 듯했던 국고3년 금리가 장중 3.2%를 향했다.

올해 늘어난 채권 발행물량,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흐름 등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한국돈 원화가 체력에 한계를 보이면 채권가격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오늘 입찰 부담, 일본 BOJ의 금리인상 시사 등도 채권에 약세 요인이었지만 시장의 가장 큰 부담은 환율"이라고 밝혔다.

그는 "케빈 워시가 연준 의장에 지명되면서 달러인덱스가 급등했고 이는 달러/원 환율 급등으로 이어졌다"면서 "국내 채권은 결국 케빈 워시의 쓰리쿠션 샷에 맞아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장중 국내 주가가 낙폭을 키우면서 폭락하자 국채선물이 강세로 전환하는 등 채권은 약세 일변도에서 벗어났다.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초반만 해도 환율 폭등에 맥을 못추는 채권은 장중 주가가 5% 넘는 대폭락을 보이자 빠르게 강해졌다"고 말했다.

■ 과거의 케빈과 현재의 케빈

케빈 워시는 연준 이사 재직 당시 매파적 인사로 분류됐다.

연준 이사로 재직하던 2006~2011년 당시 인플레이션을 안정시켜야 한다면서 과도한 양적완화(QE)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워시는 2008년 금융위기에 대응한 연준의 양적완화가 필요 이상으로 장기화돼 과도한 공공부채, 물가 불안정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통화량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금리인하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2009년에 금리 인상을 지지하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인 2024년 9월 연준이 금리를 50bp 인하할 때도 '과도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여기까지 보면 워시는 상당히 매파적인 인상을 준다.

하지만 워시는 작년부터 AI에 기반한 생산성 향상을 근거로 금리 인하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그는 2025년 이후 '정책금리는 지금보다 더 낮아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피력했다.

강한 경제 성장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생산성 향상에 기인한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작년부터 금리인하를 지지해 온 것이다.

관세에 의한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라고 보면서, AI에 의한 생산성 향상은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아울러 지금의 연준은 물가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대신 금리 인하를 활용해 돈을 월가에서 가계·중견기업 등으로 재분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향후 케빈 워시의 속내를 좀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도 많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케빈 워시의 최근 행보가 트럼프의 '충성도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한 정치적 행보일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면서 "기준금리는 인하하되, 연준이 보유한 국채 등의 자산을 매각해 대차대조표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워시는 다른 후보들 대비 매파적인 성향이라는 평가가 명확하기에 시장의 실망감과 경계심리가 고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금융시장은 5월 이후 들어설 케빈 워시의 연준이 트럼프 행정부의 금리인하 요구에 보다 수용적인 입장을 보일 있지만, 급격한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장은 2026년 중 연준이 금리를 2회 정도까지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금융시장 등의 평판 '대체적으로 좋은' 케빈

케빈 워시가 줄곧 매파적 행보를 보이다가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된 작년부터 금리 인하 지지로 선회한 데에 일부에서 우려하기도 하지만, 시장의 신뢰는 대체로 높은 편이다.

특히 '제롬 파월 해임'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한 일 등도 거론된다.

권혁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케빈 워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하려고 시도할 때 반대하는 조언을 건낸 인물"이라며 "장기적으로 매파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연준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JP모간과 씨티은행은 "케빈 워시가 현재 인플레이션 둔화 국면상 비둘기파적 행보를 보일 수 있으나 경기가 과열되거나 현 정권이 레임덕에 진입할 경우 과거의 매파적 성향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금융시장, 연준 등에선 케빈 워시의 전문성과 사람 됨됨이를 칭송하는 목소리들이 여럿 나왔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워시는 연준 정책이 지나치게 완화적일 때와 과도하게 긴축적일 때의 위험을 모두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라며 "탁월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고문은 "워시는 깊은 전문성과 폭넓은 경험, 뛰어난 소통 능력을 갖췄다"면서 "연준 개혁과 현대화에 대한 그의 공언은 정책 효과성을 높이고 정치적 독립성을 지키는 데 긍정적 신호"라고 옹호했다.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와 영란은행 총재를 모두 거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금처럼 중대한 시기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중앙은행을 이끌 인물로 워시를 선택한 것은 환상적"이라고 칭송했다.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워시에 대해 "탁월한 자격을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맨'인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는 "워시는 설득력 있고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월가는 케빈 워시가 연준의 독립성 지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노벨상 수상자 크루그먼이 볼 때는 '기회주의자'에 불과


트럼프 대통령의 케빈 워시 낙점에 대해 '무난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시장이 '케빈의 기회주의자 속성을 간과하고 있다'면서 쓴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다.

월가가 케빈에 대해 '안전한 선택'이라고 평가할 때 폴 크루그먼은 케빈 워시를 맹비난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워시는 통화긴축을 선호하는 매파가 아니라 ‘정치적 동물(political animal)’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 경제학계의 석학은 케빈 워시에 대해 권력에 따라 눕는 기회주의자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크루그먼은 "워시를 통화정책 매파로 묘사하는 것은 범주 오류다. 그는 원칙적인 통화정책 신봉자가 아니라 정치적 환경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인물"이라며 과거의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워시는 민주당이 백악관을 차지했을 때는 긴축 통화정책을 주장하며 모든 경기부양 시도에 반대했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한 이후에는 금리인하를 옹호해왔다"면서 "이런 행태는 정책 신념의 변화라기보다 정치적 계산의 결과"라고 했다.

워시는 2006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연준 이사로 임명돼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기인 2011년까지 재직했다.

특히 2010년 11월 연준이 2차 양적완화(QE)를 결정했을 당시 연준 이사회 멤버 가운데 유일하게 인플레이션 우려를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강한 매파 성향으로 주목받았다.

크루그먼은 "당시 양적완화가 워시의 우려와 달리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았음에도, 워시는 기존 주장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은 채 새로운 논거를 제시하며 긴축 기조를 고수해왔다"면서 능력에도 의문을 제시했다.

그는 "워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다시 금리 인하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정권에 따라 통화정책 관점이 바뀌는 전형적인 정치적 행보를 보였다"고 폄하했다.

■ 케빈, 트럼프 뜻 받들려 해도 마음대로 못한다

FOMC는 합의제 기구다.

향후 케빈 워시가 트럼프의 입장을 대변하려고 하더라도 마음대로 위원회를 좌지우지하긴 어렵다.

금리 인하가 데이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독립적인 통화정책 운용에 대한 의구심이 강화될 수 있다.

시장에서도 만에 하나 케빈 워시가 '데이터와 따로 노는' 통화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위기감이 심화돼 다른 위원들과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시각들이 보인다.

BOA는 "만약 차기 의장이 필요 이상의 금리 인하를 압박할 경우 연준 내 기존 이사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주요 신용평가사가 연준 독립성 훼손 시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을 경고한 점도 '엉뚱한' 통화정책 강행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보인다.

사실 S&P와 피치는 이미 "연준의 신뢰도와 장기적 통화정책 성과를 저해하는 정치적 압박과 이에 따른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 약화는 모두 신용등급 조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라고 경고를 해 놓은 상태다.

최근엔 법무부의 수사착수 이후 연준 내 신망을 쌓아 온 파월 의장이 이사직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아져 신임 의장을 견제할 것이란 견해마저 보인다.

케빈 워시를 맹비난한 크루그먼도 연준의 구조가 '케빈의 악행'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크루그먼은 "연준은 독재 체제가 아니라 위원회 중심의 공화국이며, 의장은 한 표만 가진 존재"라며 "핵심 결정은 다수 위원에 의해 내려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각한 경제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한, 다른 연준 위원들은 사실상 워시를 무시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대부분은 그에 대한 경멸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금융시장의 '케빈 마중하기'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국제금융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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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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