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3-22 (일)

(상보) 크루그먼 "워시를 매파로 보는 건 잘못...그는 정치적 동물"

  • 입력 2026-02-02 10:27
  • 김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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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 크루그먼 "워시를 매파로 보는 건 잘못...그는 정치적 동물"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김경목 기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CUNY) 교수가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에 대해 “통화긴축 선호 매파가 아니라 ‘정치적 동물(political animal)’에 불과하다”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반면 월가 주요 인사들은 워시 후보자를 “안전한 선택”으로 평가하며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온라인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에 따르면 크루그먼 교수는 전날 자신의 계정에 올린 글에서 “워시를 통화정책 매파로 묘사하는 것은 범주 오류”라며 “그는 원칙적인 통화정책 신봉자가 아니라 정치적 환경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진보 성향의 대표적 경제학자로 꼽히는 크루그먼 교수는 “워시는 민주당이 백악관을 차지했을 때는 긴축 통화정책을 주장하며 모든 경기부양 시도에 반대했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한 이후에는 금리인하를 옹호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행태는 정책 신념의 변화라기보다 정치적 계산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워시 전 이사는 2006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연준 이사로 임명돼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기인 2011년까지 재직했다. 특히 2010년 11월 연준이 2차 양적완화(QE)를 결정했을 당시, 연준 이사회 멤버 가운데 유일하게 인플레이션 우려를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강한 매파 성향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후 양적완화가 그의 우려와 달리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았음에도, 워시는 기존 주장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은 채 새로운 논거를 제시하며 긴축 기조를 고수해왔다는 게 크루그먼 교수의 평가다. 크루그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다시 금리 인하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며 “정권에 따라 통화정책 관점이 바뀌는 전형적인 정치적 행보”라고 꼬집었다.

크루그먼 교수는 워시 후보자가 실제로 연준 의장이 되더라도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연준은 독재 체제가 아니라 위원회 중심의 공화국”이라며 “의장은 한 표만 가진 존재이고, 핵심 결정은 다수 위원에 의해 내려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각한 경제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한, 다른 연준 위원들은 사실상 워시를 무시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대부분은 그에 대한 경멸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 같은 비판과 달리 월가의 평가는 전반적으로 우호적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워시는 연준 정책이 지나치게 완화적일 때와 과도하게 긴축적일 때의 위험을 모두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라며 “탁월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고문 역시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워시는 깊은 전문성과 폭넓은 경험, 뛰어난 소통 능력을 갖췄다”며 “연준 개혁과 현대화에 대한 그의 공언은 정책 효과성을 높이고 정치적 독립성을 지키는 데 긍정적 신호”라고 옹호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워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시장에서는 워시 후보자를 둘러싼 논쟁이 향후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 논란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매파로 분류됐던 인물이 정권 교체 이후 비둘기파적 발언을 이어가는 상황 자체가 연준 수장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크루그먼 교수는 “연준은 오랫동안 전문성과 독립성을 자랑해왔지만, 미국을 휩쓸고 있는 정치적 광기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며 “워시 지명은 그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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