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1-30 (금)

(장태민 칼럼) 1.29 공급대책은 '항복문서'

  • 입력 2026-01-30 14:2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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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정부가 전날 '1.29 공급대책'을 발표했지만 주택 공급의 한계만 드러내고 말았다.

정부가 '6만호 공급'을 통해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했지만 '공급 대책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볼 때는 헛웃음만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공급규모가 작은 데다 6만호조차 제대로 공급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러웠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미 과거에 써 먹었던 공급대책을 재탕하는 모습도 보였다. 결국 이번 대책은 '공급의 어려움'만 드러내고 만 것으로 보인다.

은행원 출신 서울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국민을 바보로 아는 공급대책이었다"면서 "집값 급등을 전혀 제어하지 못하는 대책"이라고 폄하했다.

■ 구윤철·김윤덕의 '헛된' 약속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전날(29일) "접근성이 좋은 도심 내 유휴부지 등을 활용해 청년과 신혼부부 등의 주거 안정을 위한 6만호의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신속한 주택공급을 체감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에 이번 방안에 포함된 후보지의 사업 이행상황을 밀착 관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공급촉진 관계장관회의 출범 이후 관계부처가 함께 일군 첫 성과로서 의미가 크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번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차질 없이 이행함과 동시에 국민 주거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공급 여건이 갖춰지는 곳들을 수시로 발굴하고, 공급 가능한 물량을 즉시 공급해 나가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정부는 이번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차질 없이 이행함과 동시에 국민 주거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공급 여건이 갖춰지는 곳들을 수시로 발굴하고 공급 가능한 물량을 즉시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도 도심 공급물량을 추가 발굴하고 공급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들을 지속 살펴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 방안을 빠른 시일 내 발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과거 부동산 공급대책을 지켜봤던 사람들은 '겨우 6만호, 그마저도 현실성이 의심스러운 물량을 갖고 호들갑만 떨었다'고 평가했다.

부동산을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공급대책이 '공급 무대책'을 소문내고 말았다는 식의 혹평이 이어졌다.

■ 공급대책 답지 못한 공급대책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공급대책'은 뭔가 큰 것이었다.

이런 사람들에겐 '겨우' 6만호 가지고 생색내는 공급대책은 뭔가 이상한 것이다.

예컨대 2008년 이명박 정권 때는 보금자리주택 150만호 기치를 올려 '공급이 쏟아진다'는 신호를 확실히 준 바 있다.

가까이는 문재인 정부 때만 하더라도 2021년 2.4대책에서 80만호 이상의 공급을 약속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약속은 거짓이었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6만호라도 제대로 공급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마치 억지로 물량을 끌어모은 듯한 대책이었다.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관악 세무서 자리에 25호를 공급하고 용산 우체국 자리에 47호를 공급한다는 식의 내용까지 기술했다.

용산구 일원에 1.26만호, 과천 일원에 0.98만호, 노원 태릉에 0.68호를 공급한다는 게 그나마 큰 것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나 지자체와 제대로 협의도 되지 않고 발표한 듯했다. 따라서 '공급하겠다'는 약속도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

사실 이런 지역에 공급하겠다는 얘기는 과거에도 이미 했던 약속의 '재탕'에 불과했다.

예컨대 과천에 어떻게 아파트를 지을 것인가. '경마장' 때문에 노가 난 도시 과천에서 경마장을 떼낸 뒤 아파트를 대거 공급할 수 있을까.

필자는 아무리 뛰어난 이재명 정권이 들어섰다고 해도, 지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 사실 과거에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일이 이번엔 제대로 진행된다고 볼 근거는 없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캠프킴 등에 1만 세대 이상을 집어넣겠다는 주장 역시 과장이란 평가가 많다.

벌써 서울시에선 실무협의도 제대로 하지 않고 정부가 발표한 것이란 말이 나왔다.

주변에선 '남자 김현미'(부동산을 모른다는 의미) 김윤덕 장관이 과연 '알고서' 공급대책을 발표했는지 의심스럽다는 평가도 나왔다.

부동산 업계 일부에선 '문재인 정부 때 공급대책이랍시고 발표한 뒤 공급을 안 한 덕에 그 지역을 재탕해서 활용했다'는 식으로 맹비난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또 일부에선 정부가 2020년 문재인 정부의 8·4 대책과 거의 흡사한 정책을 마치 '새로운 정책'인양 발표하면서 국민을 속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물량도 문제고 공급 시기도 문제고...

정부는 도심 공공부지 11곳 4만 3,500호, 노후청사 부지 9,900호 등 나름대로 수치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쓴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 공급 물량은 사실상 '과장된 계획'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 때 이미 무산됐던 태릉CC 공급 등이 이재명 정부 때 갑자기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쉽지 않다.

또 '알짜배기 경마장'을 가지고 있는 과천시가 이 땅을 순순히 내줄지, 또 교통·인프라의 한계 등을 이유로 다시 공급을 막지 않을지 걱정된다.

한 무주택자 증권사 직원은 "부동산 '영끌'을 죄악시 하던 정부가 억지로 짜투리 땅까지 끌어모아 '영끌 공급대책'을 내놓았다"면서 "하지만 동네 부동산에 물어보니 정부 계획대로 28년, 29년에 착공하더라도 2030년까지 실제 입주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사실 이번 정책을 통해 이재명 정부가 정권 말기에 한 채라도 공급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이번 공급대책을 통해 '공급의 난맥상'만 다시 알린 꼴이다.

공급의 답은 뻔하다...민간에 숨통 틔워주는 것

서울이란 도시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공급을 하려고 하면 한계를 노출할 수 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공급은 민간 주도의 재건축·재개발이다.

빌라 단지 재개발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고 용적률 상향 등으로 민간 사업자들이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미끼를 최대한 던져야 한다.

공급정책이 성공하려면 '돈 좀 있는' 무주택자가 원하는 집을 지어야 한다.

돈 없는 문주택자, 그리고 정부가 원하는 집을 지으면 그 정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실수요자가 원하는 민간 브랜드 아파트를 앞세워 속도감 있게 일을 추진해야 한다.

쓸데 없이 '아까운 국공유지'를 처분할 게 아니라, 민간이 기술과 자본으로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하는 식, 예컨대 '공공 임대'를 강조하는 방식으론 공급정책에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이 정부 정책가 누구도 '공공임대'에 살지 않는데, 정책은 꼭 '공공'을 강조하면서 위선을 떠는 모습엔 신물이 난다.

주택 공급을 위해선 공사현장을 살려야 한다.

사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건설단가를 너무 띄워 놓았다.

정책가들은 노동자 인권을 위해 임금을 올리고, 돌관공사 등을 못하게 막아 공사 속도를 늦추고, 각종 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주택 공급을 막아온 것 아닌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기 바란다.

건설단가를 올리는 정책을 통해 없는 사람들이 살 집은 더욱 귀해졌다.

지금처럼 공급이 어려울 때는 '일 처리의 효율성'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

예컨대 서울시가 요구하는 ‘이주비 대출’ 등은 풀어줘야 한다. 그래야 재건축의 막힌 혈관이 뚫릴 수 있다.

아울러 경제학의 법칙을 차용해야 한다. '착한 척만 하는' 반경제학적 정책 기조로는 공급 부족을 해소할 수 없다.

예컨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임대주택 비율과 같은 '착한 정책'들은 과감히 폐지해 버리거나 대거 완화해야 한다. 건설업자들도 땅만 파서 장사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집값이 더 오르더라도 지금의 서울에선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서 공급의 기틀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서울은 매년 4만 호에서 5만 호의 신규 아파트, 그리고 총 8만 가구 안팎의 주택공급이 필요하다는 얘기들을 한다.

그런데 공급 물량의 80% 이상은 민간 정비사업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 억지로 세무서, 우체국 등 짜투리 땅을 모을 게 아니라 합리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당장은 '공급을 막는' 제도의 허점부터 개선해야 한다.

올해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구역 43곳 중에 90%가 대출 규제로 이주비조차 마련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푸는 게 우선이다

사실 필자는 전날 정부가 내놓은 공급정책을 보면서 '공급억제정책'을 쓰고 싶은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결국 공급이 제대로 안 돼 집값이 더 뜨면 보유세 인상 등 수요 억제정책을 통해 세금을 더 걷으려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의심한 것이다.

정답은 민간 주택공급 활성화를 통한 '실질적인 공급'인데,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이미 실패한' 공급 정책을 재탕하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다.

'문재인 부동산정책 시즌2'를 맞아 내놓은 공급정책은 집값 상승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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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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