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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추경 원론' 무시한 대통령

  • 입력 2026-01-21 14:4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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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자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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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화예술 추경'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켰다.

이 대통령은 최근 문화예술 추경 논란과 관련해 "추경 기회가 있다면 하자고 했더니, 국채 발행을 늘리느냐고 걱정들을 하던데 그렇게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몇 조, 몇 십 조 적자국채를 발행해서 추경을 하는 건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전날 채권시장이 '연초 추경 우려'에 과도하게 반응한 가운데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이 오해를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연초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추경 논란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 '문화예술 추경' 적자국채 우려할 일 아니었다

대통령은 전날(20일)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추경 기회가 있을 수 있다면서 '문화예술 분야 추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문화예술' 추경과 관련한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 어제 처음 나온 게 아니었다.

대통령은 지난주(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화예술 분야의 '직접지원 확대를 위해 추경 편성 가능성'을 이미 언급한 상태였다.

청와대는 당시 원론적인 취지일 뿐 추경 검토는 없다고 했다.

전날에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청와대는 전날에도 "추경 발언은 원론적인 수준"이라며 추경의 시기나 규모, 시행 여부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사실 대통령의 15일, 그리고 20일 발언은 대화의 맥락을 보면 이해가 가능하다.

대통령의 얘기는 향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기회가 있다면, '그 때 문화예술 분야 예산을 늘려서 예술가들을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문화예술 분야 현금 지원만 감안하면 적자국채를 찍을 일도 없을 것이다.

여의도 국회 일을 하는 A씨는 "최근 대통령은 예술가들에게 현금을 좀 지원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그 규모는 모두 수백억원에 불과해 금융시장이 채권발행을 우려할 만한 그런 추경에 대한 얘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추경 재원은 또 전년도 세계 잉여금, 기금여유재원, 당해연도 초과 세수, 적자국채로 구성되기 때문에 예술가들 때문에 적자국채를 우려할 필요도 없었다.

특히 지난해 상장사들의 영업호전에 따른 법인세를 감안할 때 '올해 대규모 추경'이 아니라면 적자국채를 크게 걱정할 이유는 적어 보인다.

■ '금기사항'이었던 연초 추경 거론...언제 풀렸나

전날 대통령의 추경 관련 발언에 대한 시장의 반응한 과도한 것이었다.

전날 국고10년, 국고30년 등 장기물 금리는 9~10bp 대의 급등세를 나타낸 바 있다.

사실 국내 채권시장은 이미 일본 장기국채 금리가 다시 급등세를 보이자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부의 '추경 공격'이 들어오자 더욱 몸을 움츠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전통적으로 연초 추경 거론은 '금기 사항'이지만 큰 정부를 지향하는 문재인 정부 때부터 이 금기가 풀렸다.

또 한국에선 정치가 늘 법 위에 있다보니, 추경 요건에 대한 해석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었다.

정치인들은 최근 지지율에 도움만 된다면 '연초부터' 추경을 거론하는 데도 별로 망설이지 않았다.

그리고 2026년 초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손쉽게 '추경'을 거론한 것이다.

이쯤되면 한국 정책가들이 '모두' 추경에 중독된 것 아닐까?

■ 연초 추경 거론,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게 정상...하지만 한국은 이미 추경 중독

특별한 경제 위기가 없는 한 연초에 추경을 거론하는 정치인은 이상한 사람이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이 막 통과시킨 예산안에 대해 연초부터 '잘못했다'고 고백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초 추경 주장은 정상이 아니다.

경기가 우려된다면 본예산을 조기 집행하는 게 우선이며, 이후에 부족할 때 추경을 하면 된다.

경제 위기가 아닌 상황에서 조기 추경이 집행되는 경우는 없다.

추경이 1분기에 실시된 사례는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사태와 같은 특수한 경우에 한정된다.

그런데 대통령의 추경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대통령은 전날 ‘통상 추경이 있다. 문화, 예술 분야 예산을 잘 검토해보라’고 했다.

어느새 이제 정치인, 관료, 대통령 등이 추경을 연례행사처럼 여기고 있는 것이다.

'추경의 일상화'는 문재인 정부 때 자리가 잡혔다.

문 정부가 큰 정부를 지향하면서 재정을 크게 늘리던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까지 터졌기 때문에 이제 연중 '추경을 하는 경우'를 당연시하는 사람들이 대폭 늘어났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 '추경 당연시 하는 정치인, 관료' 시각 바로 잡아야

채권시장에서도 추경을 연례행사로 여기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이자율 시장의 채권매니저들 중엔 정부가 포퓰리즘을 중대한 정책기조로 활용하는 이상 추경을 매년 감안하고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많다.

B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연초부터 대통령이 추경 얘기를 두 번이나 하면서 수급 부담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문화예술 추경' 자체는 우려할 일이 아니지만, 어쨌든 추경은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딜러는 "올해 역시 추경을 할 것으로 본다. 지방선거가 있으니 추경으로 매표 행위를 해야 한다. 결국 선거 전후로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경을 연례행사로 삼는 나라는 포퓰리즘 국가다. 이런 나라 정책가들은 국가 재정관리에 대한 실력, 그리고 프로의식도 없다고 봐야한다.

한국이 매년 추경을 하는 나라가 된 뒤 경제 잠재력이 올라간 것도 없다.

한국 정책가들은 이제 추경 사유를 따질 생각조차 없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

국가재정법에 명시된 추경 편성 사유는 ▲ 전쟁 및 대규모 자연재해 ▲ 경기침체 및 대량실업 경기침체 ▲ 법령상 지출 의무 등이다.

즉 추경은 '특수한 경우'에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추경을 통해 생활형편이 어려운 문화예술인에게 1천만원씩 나눠주는 것'은 법 위반이다.

한국 사회엔 언제부턴간 '추경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강화됐다. 언론이 오히려 대통령의 '애민정신' 혹은 '착한 마음'을 숭상하고 받들면서 이에 동조하는 내시 역할을 떠맡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와 언론이 이런 식으로 끝도 없이 타락하다 보면 국가 곳간은 거덜 나고 만다.

베테랑 채권 딜러 C씨는 이렇게 말했다.

"문화예술 추경을 한다고요? 장난 합니까? 그건 추경 요건에도 해당 안 되고, 대통령이 나서서 범법 행위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법 공부 해 본 적 없는 채권쟁이도 아는 걸 변호사 출신 대통령은 왜 모르나요?"

그는 제발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 돈을 자기 쌈짓돈처럼 쓰지 말라고 주변 사람들이 좀 말렸으면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발 국민 돈 좀 아껴 썼으면 합니다. 자꾸 이런 식이면 헌법소원이라도 제기해서 포퓰리즘으로 나라가 더 망가지는 것을 막아야 할 듯합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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