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노동시장 진입 지연·주거비 부담, ‘개인 문제’ 넘어 성장 제약 요인으로 - 한은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청년세대의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주거비 부담이 개인 차원의 어려움을 넘어 한국 경제의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는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조사국 거시분석팀 이재호 차장은 19일 발표한 보고서 ‘청년세대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주거비 부담의 생애영향 평가’에서 “최근 청년층은 과거 세대보다 고용·주거 측면의 초기 진입 비용이 크게 높아졌다”며 “이는 생애 전반에 걸쳐 고용 안정성과 자산 형성, 인적자본 축적을 제약하는 상흔효과(scarring effect)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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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지표는 개선, 체감은 악화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고용률 등 거시 지표만 놓고 보면 현 청년세대의 고용 여건은 이전 세대에 비해 일부 개선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노동시장 진입 초기의 문턱이 높아지며 구직 기간이 장기화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기업 성장 사다리 약화와 고용 경직성으로 인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경력직 선호와 수시채용 확대가 맞물리면서 청년층은 취업 시기를 늦추는 반면, 기업은 신입 채용을 줄이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최근 경기 둔화로 양질의 일자리 자체가 감소하면서 청년 고용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구직 기간 장기화는 단순한 지연에 그치지 않는다. 분석 결과, 미취업 기간이 1년일 경우 5년 후 상용직으로 근무할 확률은 66.1%였지만, 미취업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나면 56.2%로 낮아졌다. 또 과거 미취업 기간이 1년 늘어날 때 현재 실질임금은 평균 6.7%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일본의 ‘취업 빙하기 세대’가 평생에 걸쳐 고용 불안과 소득 감소를 겪은 사례와 유사한 흐름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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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비 급등, 자산·인적자본 축적 압박
주거 측면에서도 청년층의 부담은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 학업과 취업을 계기로 독립하는 청년이 증가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었지만, 청년이 주로 거주하는 소형 비아파트 주택 공급은 충분히 확대되지 못했다. 그 결과 월세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주거비 부담이 크게 커졌다.
실제로 고시원 등 취약 거처 이용 비중은 2010년 5.6%에서 2023년 11.5%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최저주거기준(14㎡ 이하) 미달 비중도 2023년 6.1%에서 2024년 8.2%로 다시 상승 전환했다. 주거비 부담이 커졌음에도 주거의 질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주거비 상승이 청년층의 자산 형성과 인적자본 축적을 동시에 제약한다고 분석했다. 주거비가 1% 상승할 경우 총자산은 0.0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주거비 지출 비중이 1%포인트 높아지면 교육비 비중은 0.1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주거비 부담이 교육·훈련 투자 여력을 직접적으로 잠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주거비 부담은 청년층 부채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체 연령 대비 청년층 부채 비중은 2012년 23.5%에서 2024년 49.6%로 급증했다. 이는 소비 여력을 위축시키는 동시에 교육과 직업 등 미래 투자를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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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문제 아닌 성장 문제”…구조 개혁 필요
한은은 청년 고용·주거 문제를 더 이상 개인의 적응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과도한 주거비 부담은 인적자본 축적을 저해하고,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하락과 성장 잠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정책적 시사점으로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를 통한 이중구조 개선, 소형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주거 수급 불균형 해소'를 중장기 해법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단기적으로는 청년층의 일경험 지원사업을 확대해 노동시장 이탈을 막고, 최소한의 주거 안정을 위한 금융 지원 강화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차장은 “청년층이 겪는 초기의 고용·주거 충격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며 “청년 문제에 대한 대응은 곧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