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신한투자증권은 16일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원화 구두 개입은 과거 미국과 주변국 간 플라자 합의를 통한 약 달러 유도 국면을 연상시킨다"고 진단했다.
지난 14일 미국 베센트 재무장관의 원화 관련 구두 개입과 함께 달러/원 환율은 야간거래에서 1,460원대로 급락한 바 있다.
베센트 장관은 ① 원화 가치의 급격한 약세가 한국 경제 펀더멘탈과 맞지 않는다는 점, ② 외환시장에서의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 ③ 한국 경제 성장을 통해 한국이 미국의 주요 파트너가 되고 있다는 점을 핵심적으로 언급했다.
최근 한국과 일본 통화가 과도한 약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은 이 나라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이익을 꾀하려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베선트의 얘기를 면밀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 베센트 구두개입, 플라자 합의 때와 비교해 보면...
이진경 연구원은 "현재 일본과 한국의 경우 자국 통화의 과도한 약세 압력 속 달러화의 인위적 가치 절하에 대한 정책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정책 공조의 개연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과거와 플라자 합의 당시와 비교해 볼 것을 권했다.
지난 1985년에도 미국은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을 강화했다. 달러화 가치를 하락시켜 무역 적자를 줄이고자 했던 것이 주요 조치였다.
미국에 대해 대규모 무역흑자를 기록하던 일본과 독일은 관세 인상 등 직접적인 조치로 경제적 타격을 입는 것보다 환율 조정이 이득이라는 판단 하에 플라자 합의에 참여했다.
1985년 9월 22일부터 6주간 진행된 외환 개입으로 달러화는 7.4% 절하됐고 참여국 통화는 각각 10% 내외의 절상을 보였다. 다만 개입 종료 이후에도 2년간 달러 약세와 기타 통화 강세가 전개됐다.
이 연구원은 "당시 플라자 합의로 인한 시장 심리 변화의 여파도 잔존했지만 미국과 주변국 간 내외금리차 확대 영향이 주효했다. 외환 개입 이외에도 국제 공조 하에 미국을 비롯한 독일, 프랑스, 일본이 각각 정책금리를 인하했고 이에 따른 시장 금리 하락에 달러화 가치가 크게 절하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는 금리 차에 따른 달러화 변동 경로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국가들의 금융시장 개방도가 높아지고 국제 자본의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채권 자금의 영향력이 줄고 주식 자금의 영향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추가로 현재의 경우 과거 플라자 합의 당시와 달리 연준 금리 인하 막바지 국면"이라며 "결과적으로 직접적인 외환 개입 외 금융환경에서 유도될 수 있는 약 달러 요인이 과거에 비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즉 과거와 유사한 강도로 제 2의 플라자 합의가 체결되더라도 추세적인 달러화 하락이 전개되기 어렵다고 했다.
국가별 경제 여건 변화 역시 직접적 외환 개입 종료 이후 통화 가치 움직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플라자 합의 하의 경제 정책 공조에서 미국, 프랑스, 영국은 재정적자 축소 및 물가안정을, 일본과 독일은 내수확대를 최우선 정책 목표로 추진했다. 그 결과 엔화와 마르크화의 달러 대비 강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현재는 각국의 경기 국면과 정책 우선순위가 과거에 비해 상이하다.
이 연구원은 "일본과 한국의 경우 확장 재정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외환 개입에 더해 경제 정책의 공조를 추가로 동반하기 어렵다"면서 "확장 재정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통화 가치의 절상을 유발하나 이는 보다 장기적 관점의 영향에 해당한다"고 풀이했다.
그는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이 일부 진정된 이후 성장 둔화 여부에 정책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통화정책은 이미 중립 수준에 근접했다. 따라서 약 달러 목표에 더해 금융 여건 전반의 안정성을 동시에 우선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유로존은 경기 부진과 재정 제약이 공존하는 상황 속에 환율 조정을 위한 정책 공조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제한적이라고 했다.
그는"결과적으로 과거와 달라진 금융환경 및 국가 간 상충된 이해관계 속 현재의 약달러 유도책은 과거 플라자 합의에 비해 효과가 제한적일 공산이 크다"고 풀이했다.
■ 베센트 개입으로 심리적 저항선 형성...향후 약 달러 유도책 주목
이 연구원은 "금번 베센트 장관의 개입으로 달러/원 환율의 고점 인식 확산 속 레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특히 1월 이후 달러/원 환율의 급반등은 대부분 대외 강 달러 압력과 투기적 매도세가 집중됐던 엔화의 약세에 연동된 영향으로 일부 오버슈팅일 가능성이 크다"고 풀이했다.
12월 출회된 한국 정책 당국의 외환 개입 효과가 공존하는 가운데 1,400원 중후반대에서 형성된 심리적 저항선이 원화의 추가 약세를 제한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구체적인 미국의 외환 개입 방안은 아직 부재하다고 했다.
따라서 금번 베센트 장관의 개입을 통해 미국 정책 당국의 약 달러 선호가 재확인된 점은 달러/원 환율의 추세적 하락 보다는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연내 플라자 합의와 유사한 수준의 외환 정책이 전개될 경우 대외 강 달러 압력 되돌림과 함께 달러/원 환율의 하향 안정화가 기대된다"면서 "다만 과거와 달라진 금융환경 하에 향후 미국 정책 당국의 외환 개입 행보에 따른 영향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어 "향후 공개될 외환 개입 강도에 따라 원화 강세 정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