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헐값’ 베네수 채권, 마두로 축출 하루 만에 30% 껑충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에 의해 체포·압송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년간 ‘헐값 채권’으로 취급받던 베네수엘라 국채 가격이 하루 만에 30% 가까이 급등했다. 장기간 부실채권에 베팅해온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단숨에 큰 수익을 거두게 됐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27년 만기 베네수엘라 국채 가격은 마두로 대통령 체포 직전 달러당 33센트에서 이날 오전 42센트까지 치솟아 약 27% 급등했다. 국영 석유회사 PDVSA가 발행한 2035년 만기 채권 가격도 같은 기간 26센트에서 33센트로 뛰었다.
이들 채권은 베네수엘라가 2017년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이후 장기간 거래가 제한돼 왔다. 미국은 2019년 PDVSA의 석유 판매를 제재하고 미국 투자자의 베네수엘라 채권 매입을 금지했으며, 이로 인해 채권 가격은 한때 액면가 대비 10센트대까지 추락했다. 다만 2023년 베네수엘라 여야가 공정 대선 이행에 합의하면서 일부 제재가 해제된 이후 가격은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급등의 직접적인 계기로 마두로 대통령 축출에 따른 정치적 전환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와 미국 간 관계 정상화 가능성과 채무 재조정 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가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부실채권 투자에 특화된 헤지펀드들은 이번 랠리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브로드 리치, 윈터브룩 캐피털,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 RBC 블루베이 등은 수년간 베네수엘라 채권을 저가에 매입해 온 투자자들이다. 브로드 리치의 브래들리 위켄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야권의 대선 승리 가능성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여 신호를 중요한 전환점으로 봤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어조 변화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은 초기에는 마두로 대통령의 체포를 강하게 비난했지만, 최근에는 미국과의 ‘협력 의제’를 언급하며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향후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하면서도, 내부 강경파의 반발 가능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다만 베네수엘라 채권의 중장기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국채와 PDVSA 채권, 대출, 법적 판결 채무 등을 포함해 약 1천540억달러 규모의 채무가 디폴트 상태다. 미지급 이자를 포함하면 국채와 PDVSA 채권만 약 1천억달러에 달하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채무까지 포함한 전체 대외부채는 1천500억~1천700억달러로 추산된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지난해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 약 800억달러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FT는 시장에서 베네수엘라 국채의 최종 회수 가치를 액면가 대비 30센트 미만에서 40센트 이상까지 매우 넓게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신흥국 전문 헤지펀드 매니저는 “이번 거래는 정치적 전개에 베팅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수익 기회는 크지만 채무 재조정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