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美샌프란 연은 “관세 인상, 오히려 물가 상승률 둔화”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단행한 대규모 관세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급등시킬 것이라는 기존의 우려와 달리, 실제로는 물가 상승률을 오히려 둔화시켰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 1886년부터 2017년까지의 장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과거 관세 인상은 대부분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별도로 발표된 노스웨스턴대 연구 역시 관세 인상 이후 인플레이션이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결론지었다.
샌프란 연은의 레지스 바르니숑과 아유시 싱 연구원은 “관세가 1%포인트 인상될 경우 인플레이션은 평균적으로 0.6%포인트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관세 인상이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보다 경기 둔화와 수요 위축 효과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두 연구 모두 관세가 경제 전반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관세 충격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 불확실성을 키워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고, 이로 인해 수요가 감소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샌프란 연은 연구는 관세 인상이 실업률 상승과 동반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노스웨스턴대의 타마르 덴 베스텐과 디에고 캔지히는 1840년부터 2024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논문에서 “관세 인상 이후 인플레이션이 다소 상승하긴 했지만, 수입·수출 감소와 제조업 활동 위축으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그 효과가 상쇄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봄 대규모 관세를 발표했을 당시 다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물가 급등과 달러 강세, 그리고 뚜렷한 경기 둔화를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2%)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급등하지는 않았고, 고용은 둔화됐으나 경제 전반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가 기대했던 제조업 부흥 역시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토론토대의 조너선 오스트리 교수는 “주류 경제학이 이 문제에 대해 설명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점진적으로 가격에 전가하면서 향후 인플레이션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실제 기업들이 부담하는 실효 관세율은 각종 면제와 예외 규정으로 인해 명목 관세율보다 훨씬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버드대와 시카고대 경제학자들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미국의 실효 평균 관세율은 14.1%로, 명목 수치인 27.4%에 크게 못 미쳤다.
오스트리 교수는 “과거 관세 인상이 경제를 위축시켰지만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번에도 반드시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높은 관세 수준은 1930년대 이후 처음인데, 당시 미국은 금본위제를 채택하고 있었고 경제 구조 역시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며 “세계는 이미 크게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