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12-20 (토)

[채권-장전] 당국의 환율 방어선

  • 입력 2025-12-19 08:1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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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19일 미국채 금리 하락에 강세로 출발할 듯하다.

미국 CPI가 예상을 크게 밑돌자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1%대 초반으로 레벨을 낮췄다.

다만 셧다운 여파로 인한 지표의 왜곡 가능성도 고려하기 때문에 향후 연준 관계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국내시장은 계속해서 환율 흐름을 보면서 금리 레벨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금융당국이 환율 하향 안정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면서 수급 안정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과연 달러/원이 하향 안정을 길을 닦을 수 있을지 확인해야 한다.

한편 예상대로 BOE는 기준금리를 내리고 ECB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시장은 유럽 쪽 중앙은행의 결정보다 BOJ의 금리인상에 따른 시장 반응을 더욱 주시하는 중이다.

■ 미국 CPI 예상 대폭 하회...통화완화 신호 vs 통계 오류 가능성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은 18일 발표한 자료에서 1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3.1%를 밑도는 수치로 지난 9월(약 3.0%)보다도 낮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6%를 기록했다. 이는 9월의 3.0%에서 크게 낮아진 것으로 2021년 초 이후 가장 낮다.

이번 CPI에서 확인한 인플레이션 둔화는 통화정책 완화 기대를 키울 수 있는 재료다.

다만 11월 CPI 발표는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여파로 예정보다 늦어진 데다 통계적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의구심도 남아 있다.

10월 1일부터 11월 12일까지 43일간 이어진 셧다운으로 인해 10월 CPI는 아예 집계되지 못했으며, 11월 지표 역시 일부 항목에서 데이터 수집에 제약이 있었다. BLS는 일부 지수 산출에 비조사 데이터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물가지표를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의 명확한 전환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비교 기준이 되는 10월 데이터가 없다는 점에서 확대 해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준 관계자들이 이번 11월 CPI를 얼마나 중시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시장에서는 향후 몇 달간 추가 물가지표를 통해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지속되는지 여부를 확인한 뒤 연준의 내년 금리 경로가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美금리 CPI 둔화에 4.1%대 초반으로...주가도 CPI 둔화에 환호

미국채 시장은 18일 CPI 둔화로 강세를 나타냈다. CPI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10년물 수익률은 4.1%대 초반으로 레벨을 낮췄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3.30bp 하락한 4.119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2.60bp 하락한 4.8020%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2.40bp 떨어진 3.4600%, 국채5년물은 3.70bp 내린 3.6630%를 나타냈다.

뉴욕 주가지수는 상승했다. CPI 둔화를 반기면서 기술주 위주의 강세가 나타났다. 금리 하락과 마이크론 호실적에 힘입은 대형 기술주 강세도 주가에 힘을 실어줬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65.88포인트(0.14%) 오른 4만7951.85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53.33포인트(0.79%) 높아진 6774.76, 나스닥은 313.04포인트(1.38%) 상승한 2만3006.36을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6개가 강해졌다. 재량소비재주가 1.8%, 통신서비스주는 1.5%, 정보기술주는 1.4% 각각 올랐다. 반면 에너지주는 1.4%, 필수소비재주는 0.7% 각각 내렸다.

개별 종목 중 마이크론이 실적 호조에 힘입어 10.2% 급등했고, 엔비디아는 1.9% 올랐다. 오라클과 AMD도 0.8% 및 1.5% 각각 상승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플랫폼스는 1.7% 및 2.3% 각각 높아졌다.

달러인덱스는 0.1% 상승했다. CPI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둔화한 가운데 달러인덱스는 급락 후 낙폭을 만회했다.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로 10월 CPI 수치가 누락되면서 데이터에 왜곡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10% 높아진 98.47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14% 낮아진 1.1725달러를 나타냈다. 독일이 내년 연방채권 입찰을 20% 가까이 늘리겠다고 발표한 후 유로존 재정 우려가 커진 점이 유로화를 압박했다.

파운드/달러는 0.05% 오른 1.3381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영란은행(BOE)이 정책금리를 3.75%로 25bp 인하하면서도 추가 정책완화는 신중히 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영향이 크다.

달러/엔은 0.05% 내린 155.62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09% 하락한 7.0340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에 0.11% 강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이틀째 반등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재 대상 유조선의 베네수엘라 출입을 전면 봉쇄하도록 지시한 데 따른 지정학적 긴장이 계속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0.21달러(0.38%) 상승한 배럴당 56.15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0.14달러(0.23%) 오른 배럴당 59.82달러에 거래됐다.

■ BOE, 예상대로 인하...막바지 인하 사이클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18일 기준금리를 3.75%로 25bp 인하했다.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결정이었다.

이번 인하는 지난해 8월 이후 여섯 번째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가 3%대 중반으로 내려온 것은 2년 10개월 만이다.

이날 표결에서는 MPC 위원 9명 가운데 앤드루 베일리 총재를 포함한 5명이 금리 인하에 찬성했고, 4명은 동결을 주장했다. 지난달 회의에서는 동결 의견이 근소하게 우세했으나, 이번 회의에서는 인하 의견이 다시 과반을 차지한 것이다.

BOE의 통화 완화 배경에는 물가 둔화와 경기 약화 신호가 자리 잡고 있다.

영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2%로 10월(3.6%)보다 크게 낮아졌다. 여전히 BOE의 물가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지만, 상승세는 뚜렷하게 둔화되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8~10월) 실업률은 5.1%로 소폭 상승하며 노동시장 둔화 조짐도 나타났다.

BOE는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은 최근 정점을 지나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기준금리는 점진적인 하향 경로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추가적인 통화정책 완화 여부는 향후 물가 흐름에 달려 있으며 판단은 점점 더 신중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영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BOE는 올해 4분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로 제시하며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시사했다.

금리 발표 이후 금융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파운드화는 소폭 강세를 나타냈고, 단기 국채 금리는 향후 인하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반영되며 제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 ECB, 예상대로 동결...이제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관심도 커져

유럽중앙은행(ECB)은 18일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ECB는 당분간 관망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CB는 4번 연속 금리를 동결한 것이며, 예금금리(2.00%)와 레피금리(2.15%), 한계대출금리(2.40%)는 제자리를 지켰다.

ECB는 성명을 통해 "최신 평가 결과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서 안정될 것으로 다시 확인됐다"고 했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 안팎에서 안정되고, 유로존 경제가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ECB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2.00%포인트 인하한 뒤, 이후 네 차례 연속 동결을 선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목표 범위에서 안정되는 한 ECB가 당분간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ECB의 최신 경제전망에서는 물가와 성장 전망이 상향 조정됐다. ECB는 내년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9%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0%에서 1.2%로 각각 높였다. 2027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8%, 경제성장률은 1.4%로 예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기저 물가지표들은 최근 몇 달간 큰 변동 없이 중기적으로 2% 목표에 부합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화 강세가 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반면, 글로벌 공급망 분절과 원자재 공급 차질은 물가 상방 압력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 이미 종료됐다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향후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일부 ECB 인사와 시장 관계자들은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이 다시 부각될 경우 다음 정책 변화는 인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 당국, 국내 외화유입 촉진...환율 안정 의지와 대책

금융당국은 강력한 환율 안정 의지를 피력한 뒤 선물환 포지션 규제를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국내 외화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을 마련해 달러/원 상승에 대응하기로 했다.

기재부와 한은, 금융위·금감원 등 금융당국은 전날 ▲고도화된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감독상 조치 내년 6월말까지 한시 유예 ▲ 외국계은행 국내법인에 선물환포지션 비율 규제 200%로 완화 적용 ▲ 수출기업에 대한 원화용도 외화대출 허용 확대(시설자금 → 시설・운전자금) ▲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 편의를 제고할수 있도록 외국인 통합계좌 활성화 ▲ 해외 상장 외국기업 전문투자자 지위 명확화를 통한 외환거래 불편 해소 등을 발표했다.

정부와 한은 등은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이 장기간 누적되며 최근 달러/원 환율의 변동성이 이어지자 시장 상황에 맞춰 외환건전성 제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키로 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외환시장 상황과 관련해 과거 위기와 달리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등 대외건전성은 매우 양호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외환건전성 제도가 외국으로부터의 자본유입을 제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내국인 해외투자 등으로 외화 유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최근의 시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당국은 이번 대책 효과를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며, 시장은 당국 대책의 효과를 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는 한편 추가적인 제도개선 수요 발견시 신속히 개선해 시장 기대 심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에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환율 1,480원선에서 성벽 쌓은 당국

최근 환율이 1,480원대를 넘나들면서 당국이 강력한 수급 방어막을 치고 있다.

채권, 주식 등 국내 증시가 모두 환율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당장 CPI에 따른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 강화 영향과 마이크론 주가 급등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 움직임도 주목된다.

뉴욕 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473.40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달러/원 1개월물 스왑포인트가 -2.10원인 점을 감안하면 NDF 달러/원 1개월물 환율은 전 거래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현물환 종가(1,478.30원) 대비 2.80원 하락했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시장 기대를 크게 웃도는 실적과 강력한 실적 전망을 제시하며 뉴욕 시장에서 10.2% 뛴 가운데 외국인이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봐야 한다.

국내 코스피지수는 전날 마이크론의 놀라운 실적을 이미 확인한 뒤에도 1.53% 급락한 바 있다. 전날 삼성전자는 0.3% 떨어진 가운데 이날 외국인 움직임도 다시 주목된다. 외국인은 전날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4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마이크론의 호실적은 최근 재확산됐던 AI 거품론과 기술주 조정 우려를 상당 부분 덜어냈다는 평가를 받은 상황이다.

외환시장이 정부의 정책 효과를 얼마나 신뢰하는지도 봐야 한다.

최근 1년 연장된 한은-국민연금 통화스왑 계약, 뒤이어 나온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그리고 당국의 개입 등에 따른 수급 조율 효과 등을 확인해야 한다.

최근 달러/원이 강력한 하방 지지력을 보여주면서 1,500원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는 모습이었지만, 외환당국 역시 만만치 않은 전의를 불태우고 있어 정책효과를 계속 봐야 할 듯하다.

자료: 최근 최종호가수익률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최근 최종호가수익률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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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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