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신동수 기자] 한국은행은 연명의료는 환자와 가족, 그리고 사회 전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나 제도 개선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11일 '연명의료, 누구의 선택인가: 환자선호와 의료현실의 괴리, 그리고 보완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가 3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우리 사회는 생애말기를 숙고하는 문화가 크게 진전되었다.
그러나 65세 이상 고령층의 84.1%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되는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거부 의향을 밝혔음에도 실제 65세 이상 사망자 중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비율은 16.7%에 그치는 등 적지 않은 환자들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임종 직전까지 연명의료 시술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 환자 수는 2013~2023년 중 연평균 6.4%씩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증가는 인구 고령화라는 추세적 요인 외에도 연명의료 결정 전 과정에 걸쳐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제약하는 제도적·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연명의료 제도 개선,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 방향으로 이뤄져야 - 한은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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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를 둘러싼 환자선호와 의료현실 간의 괴리는 환자의 신체적 고통, 환자 및 가족의 경제적 부담, 생애말기 의료체게의 구조적 불현형 심화 등 사회 전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연명의료 고통지수 상위 20%에 해당하는 환자가 겪는 고통은 이보다 훨씬 큰 약 12.7배 수준에 달해, 고강도 시술이 집중된 특정 환자군이 매우 극심한 신체적 부담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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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환자가 임종 전 1년간 지출하는 ‘생애말기 의료비’ 평균은 2013년 547만원에서 2023년 1,088만원으로 연평균 7.2%씩 늘어 약 2배가 되었으며, 이는 65세 이상 가구 중위소득의 약 40%에 달했다.
한은은 "죽음에 대한 논의를 기피하는 문화는 임종기 치료 방향을 사전에 문서화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로 이어져, 환자의 평소 의사가 가족과 의료진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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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제도상 연명의료 중단을 위해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가 필수이지만, 주로 수도권의 상급종합병원과 일부 대형병원에 설치되어 있어, 지방 중소병원·요양병원에서는 환자와 가족이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실질적으로 활용하기도 어려웠다.
특히 현행법은 ‘회생이 불가능하고 임종이 임박한 상태’로 정의되는 ‘임종기’에만 연명의료 중단을 허용하고 있으나, 대부분 질환에서는 임종 시점을 의학적으로 예측하기 어렵고, 임종기 여부에 대한 판단도 상당 부분 주관적이었다.
호스피스 이용을 희망하는 비율과 실제 이용률 사이에 큰 괴리가 존재하는 등 연명의료 중단 이후 환자를 지원할 생애말기 돌봄 인프라도 충분하지 못해 병원 내 사망이라는 일원화된 죽음 방식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한은은 이상의 진단을 토대로 대국민 홍보 강화와 제도 참여 경로의 확대, 개인화’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로 환자의 자기결정권 강화, 제도 사각지대 및 이행시점 문제 해소, 연명의료 중단 이후의 돌봄의 연속성 확보 등 연명의료 제도 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한은은 "연명의료 제도 개선의 목표는 연명의료 자체를 줄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삶의 마무리 방식을 미리 충분히 숙고할 수 있도록 돕고, 그에 대한 자기결정이 마지막까지 존중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신동수 기자 dsshin@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