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10일 외국인 매매를 주시하면서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해외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가운데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대거 매도하자 국내 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금리가 많이 오른 데 따른 저가매수 등이 나오기도 했지만, 대외 분위기에 거스리기 어려운 모습이다.
특히 한은의 1.5조원 규모 단순매입도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한은이 금리가 올라 취약해진 시점에 맞춰 RP 채권을 확충했으나 우호적인 수급 영향이 제한된 것이다.
미국 금리는 FOMC 결과를 앞두고 조금 더 올랐다.
■ FOMC 매파적 인하 기대 지속...양호한 고용 데이터에 금리 상승
미국채 금리는 '매파적 금리인하' 기대 속에 단중기 구간 위주로 올랐다. 금리는 다수 구간에서 4일 연속 올랐다.
기대 이상의 고용 데이터(구인건수)가 나오며서 시장의 경계감이 커진 가운데 입찰은 양호한 편이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90bp 오른 4.186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0.80bp 상승한 4.8100%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4.30bp 오른 3.6190%, 국채5년물은 5.40bp 상승한 3.8005%를 나타냈다.
재무부가 실시한 390억달러 규모 10년물 입찰에서 입찰 수요를 나타내는 응찰률은 2.55배로 전월 2.43배보다 높아졌다.
뉴욕 주가지수는 FOMC 결과를 앞두고 혼조세를 나타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79.03포인트(0.38%) 내린 4만7560.29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6.00포인트(0.09%) 하락한 6840.51, 나스닥은 30.58포인트(0.13%) 상승한 2만3576.49를 나타냈다.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는 장중 0.4%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러셀2000은 전일 대비 5.26포인트(0.21%) 오른 2526.24에 장을 마쳤다. 이 지수는 올해 들어 13.2% 올랐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6개가 강해졌다. 에너지주가 0.7%, 필수소비재주는 0.4% 각각 올랐다. 반면 헬스케어주는 1%, 산업주는 0.7% 각각 내렸다.
개별 종목 중 엔비디아가 0.3% 내렸다. 중국이 엔비디아 H200 인공지능(AI) 칩 수입 제한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전해져 관심을 끌었다. 워너브러더스 인수전이 한창인 넷플릭스는 0.1% 하락한 반면, 파라마운트는 0.58% 높아졌다. 인수 대상인 워너브러더스는 3.8% 올랐다. 테슬라도 1.3%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는 FOMC를 대기하면서 약간 올랐다.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13% 높아진 99.21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05% 낮아진 1.1633달러, 파운드/달러는 0.12% 내린 1.3306달러를 기록했다.
일본 지진 여파로 엔화도 달러화 대비 제법 큰 폭으로 약해졌다. 달러/엔은 0.59% 오른 156.84엔에 거래됐다.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14% 하락한 7.0618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에 0.23% 강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이틀 연속 하락했다. 미국 FOMC를 대기하면서 러-우 전쟁 관련 협상을 주목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0.63달러(1.07%) 내린 배럴당 58.25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0.55달러(0.88%) 하락한 배럴당 61.94달러에 거래됐다.
■ 예상보다 양호한 JOLTS...금리 인하는 거의 기정사실로 보는 중
미국 노동부의 10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따르면, 구인 건수가 767만건으로 전월 766만건보다 1만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상치 720만건을 상회하는 결과였다. 9월 구인 건수는 765만8000건으로 10월보다 약간 적었다.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 여파로 9월과 10월 지표가 함께 공개된 것이다.
미국의 월간 구인 건수는 지난 7∼8월 720만 건 수준에 머물며 고용시장 둔화 우려를 불러온 바 있다. 하지만 9~10월 구인건수 반등으로 노동시장 불안감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기 하루 전에 JOLTS가 발표된 가운데 일단 금리는 인하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은 12월 FOMC의 기준금리 25bp 인하 확률을 약 87%로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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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끄는 중국 정부의 H200 제한 움직임
최근 트럼프가 엔비디아의 AI칩 H200의 중국 수출을 조건부로 허용한 가운데 중국이 보인 반응이 관심을 모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의 H200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H200 칩을 구매하려는 기업은 먼저 '국산 칩 대체가 어렵다'는 사유서를 제출하고 정식 승인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와 공업정보화부(MIIT)는 공공부문에서의 H200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보도됐다.
H200은 엔비디아가 개발한 AI 칩 가운데 두 번째 세대에 속한다. H200은 생성형 AI 개발과 대규모 연산에 활용되는 고성능 제품이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 제재 이후 반도체 자급화, 이른바 '반도체 독립'을 적극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자국 칩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에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하고, 외산 칩 수입에 대한 통관 검사를 강화했다.
중국 당국의 반도체 자립 전략과 맞물려 엔비디아 H200 칩의 중국 내 보급 규모가 제한적일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편 중국의 대형 IT 기업인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은 여전히 엔비디아 칩 사용을 선호하지만, H200 사용이 제한될 경우 해외에서 AI 모델을 훈련하는 방식으로 우회하고 있다
■ 글로벌 통화정책 변화에 긴장하는 한국
주요국 통화정책은 각국 사정에 따라 다르게 전개되고 있지만, 채권투자에 그리 우호적인 방향은 아니다.
우선 FOMC 결과 발표를 앞둔 미국의 경우 금리인하 전망에도 불구하고 '매파적인 인하'가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유럽에선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나고 이젠 금리인상이 사이클이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사벨 슈나벨 ECB 집행이사가 "ECB의 다음 행보가 금리인상이 될 것이라는 시장 관측에 동의한다"고 말한 점 등이 주목을 받았다.
영국에선 최근 임금 상승률이 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영란은행의 금리 인하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평가들이 나오기도 했다.
일본에선 최근 12월 BOJ 회의 금리 인상 우려로 시장금리가 연일 오른 바 있다.
■ 사나워진 호주 RBA
전날엔 한국 채권시장이 평소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호주 채권시장 분위기도 만만치 않았다.
호주 RBA는 전날 기준금리를 현행 3.60%로 동결한 뒤 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호주 중앙은행 총재가 매파적인 발언을 지속하는 가운데 호주 금리는 상승했다.
호주 10년물 금리는 9일 5.51bp 오른 4.7625%를 기록한 뒤 10일에도 오름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호주 2년물은 9일 9.89bp 급등한 뒤 이날 추가로 오르는 중이다.
호주 RBA는 물가 경계감을 표명하면서 이제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위협구를 던졌다.
미셸 불록 총재는 전날 "인플레이션이 위험 요인 상승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면서 "인플레이션과 고용지표는 2월 회의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불록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면서도 "정책 긴축이 필요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논의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 이는 정책에 일부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인플레 지속시 금리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하와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불록은 "분기별 인플레이션 데이터 주시할 것이다. 추가 금리인하는 필요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분간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망은 장기적으로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할 것임을 시사한다. 다만 발생 확률을 아직 제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금리동결 또는 인상 가능성에 주목할 것"이라며 "문제는 더 오랜 기간 금리를 동결할지, 아니면 금리를 인상할지에 있다. 위원회는 현재 인플레이션에 집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매파적인 금통위를 확인한 뒤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들이 적지 않았다.
최근 주요국 통화당국이 보여주는 분위기는 채권투자자들을 긴장시킬 수 밖에 없다.
■ 외국인 선물매도 계속 주시
최근 국내 금리를 올리는 주체는 선물 매도에 열중하고 있는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9일 3년 선물을 1만 6,504계약, 10년 선물을 3,968계약 순매도했다.
이들은 8일에도 3선과 10선을 각각 1만 2,776계약, 6,032계약 대거 순매도한 바 있다.
해외 금리 상승 흐름 속에 외국인이 가열차게 매도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저가매수 등은 후퇴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이러다 보니 전날 시장에선 단순매입 규모가 작았다거나, 단순매입이 해외금리 상승 분위기 속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식의 평가가 이어졌다.
금리 레벨 메리트에도 불구하고 대외 분위기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선물 매도가 만만치 않은 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자료: 최근 최종호가수익률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채권-장전] 사나워진 호주 RBA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