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고성능 인공지능(AI) 칩 ‘H200’의 중국 수출을 조건부로 허용했지만, 중국 정부는 자국 내에서의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복수의 중국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H200 칩을 구매하려는 기업은 먼저 “국산 칩으로는 대체가 어렵다”는 사유서를 제출하고 정식 승인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규제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와 공업정보화부(MIIT)는 공공부문에서의 H200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H200은 엔비디아가 개발한 AI 칩 가운데 두 번째 세대에 속하며 생성형 AI 개발과 대규모 연산에 활용되는 고성능 제품이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 제재 이후 반도체 자급화, 이른바 ‘반도체 독립’을 적극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자국 칩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에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하고, 외산 칩 수입에 대한 통관 검사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시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국가안보에 영향을 주지 않는 조건에서 엔비디아 H200 칩을 중국 내 승인된 고객에게 수출할 수 있도록 했다”며 “판매 수익의 25%는 미국에 지불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는 이미 중국 시장용 저성능 모델 H20 수출을 허가받았으며,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의 대형 IT 기업인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은 여전히 엔비디아 칩 사용을 선호하지만, H200 사용이 제한될 경우 해외에서 AI 모델을 훈련하는 방식으로 우회하고 있다. 미국 상원에서는 H200을 포함한 고성능 AI 칩의 대중국 수출을 30개월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돼 트럼프 행정부의 수출 완화 조치가 제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외교부의 궈자쿤 대변인은 트럼프 발표와 관련해 “중국은 미중 양국이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과 윈윈 결과를 이루는 것을 일관되게 추구해 왔다”고 밝혔다.

FT는 이번 조치가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전략과 맞물려 엔비디아 H200 칩의 중국 내 보급 규모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