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12-08 (월)

(상보) 월가 “해싯 연준 의장 지명, 美국채 투매 부를 가능성” - FT

  • 입력 2025-12-04 14:23
  • 김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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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 월가 “해싯 연준 의장 지명, 美국채 투매 부를 가능성” - FT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김경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차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유력 후보로 지목하면서, 월가 대형 투자기관들이 미 재무부에 강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연준 목표치를 웃도는 상황에서 정치적 영향에 따른 ‘과도한 금리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국채 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보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재무부가 지난달 월가 주요 은행과 글로벌 자산운용사·채권시장 핵심 플레이어들과 개별 비공개 면담을 진행하며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상당수 채권 투자자들은 “해싯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해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며 국채 시장 불안을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넘어선 상황에서도 무차별적인 금리인하가 추진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지목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FT에 “아무도 ‘리즈 트러스 사태’를 다시 겪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2022년 영국 트러스 정부가 재정 기반 없는 대규모 감세안을 밀어붙여 국채시장이 붕괴하고 장기금리가 급등했던 사건을 가리킨다.

해싯 위원장은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연준 의장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한 행사에서 그를 “잠재적 연준 의장”이라고 언급하며 사실상 단독 후보로 좁혀졌음을 시사했다. 발언 직후 외환시장에서 달러가 일시적으로 약세를 나타내는 등 민감한 반응이 포착됐다.

월가의 우려는 해싯 개인의 능력보다 ‘정치적 독립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연준의 제한적 금리인하 결정에 대해 파월 의장을 공개 비난하며 급격한 완화 정책을 요구해 왔다.

해싯 위원장 역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내가 지금 연준을 이끈다면 즉시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말하는 등 트럼프의 통화정책 시각을 거의 그대로 되풀이해 시장의 경계감을 키웠다.

일부 투자자들은 해싯이 분열된 연준 이사회 내에서 합의를 이끌어낼 리더십을 갖추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FT는 “해싯이 올해 초 재무부 차입자문위원회(TBAC)와 만났을 때 시장 현안보다 백악관의 다른 우선순위—예컨대 멕시코 마약 카르텔 문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 클라우디아 삼은 FT에 “해싯은 능력 있는 경제학자지만 문제는 어떤 모습의 해싯이 연준에 들어오느냐”라며 “정치 참모 해싯인지, 혹은 독립적 중앙은행 총재 해싯인지가 시장의 핵심 관심사”라고 밝혔다.

자산운용사 나인티 원의 존 스톱포드는 “시장은 그를 트럼프의 ‘꼭두각시’로 보고 있으며 이는 연준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해싯을 둘러싼 월가의 불안은 단순한 인선 논란이 아니라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시장 전반의 경고음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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