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노벨상’ 크루그먼 “비트코인 폭락, 트럼프 정치 영향력 약화 탓”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CUNY) 경제학과 석좌교수가 최근 이어진 비트코인 급락의 핵심 원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 약화라고 진단했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사상 최고가 12만6,000달러를 기록한 뒤 한 달여 만에 약 30%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주에는 8만1,000달러까지 떨어지며 반 년 만의 최저치를 찍었고 시가총액 약 1조2,000억달러가 증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9만 달러 초반을 회복했지만 변동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달 24일 자신이 운영하는 서브스택 글에서 “최근 비트코인 폭락은 ‘트럼프 트레이드’ 붕괴로 이해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약화되면서 트럼프주의에 대한 베팅으로 여겨져 온 비트코인이 동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가상자산 업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가족의 이익과 지지층 결집을 위해 친(親)암호화폐 정책을 펼쳐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화당 내부에서 트럼프 경제정책 지지율 하락 ▲K자형 경기 심화에 대한 우려 확대 ▲뉴욕·시애틀 등 주요 도시 선거에서 민주당·사회주의 성향 후보들의 연이은 승리 등으로 트럼프의 정치적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가문이 지난 수년간 비트코인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온 만큼, 최근 하락으로 약 10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적 후견 효과’가 약화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백악관은 크루그먼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는 암호화폐 번영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민간 시장에서의 가격 변동을 대통령의 정치적 위세와 같은 비경제적 요인으로 설명하는 사람은 멍청이라는 표현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급락 원인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의 조정, 지정학적 긴장 완화, 유동성 축소 등 거시 환경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로 아크인베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 정부 셧다운 종료 이후 유동성이 회복되고 있으며 향후 수 주 내 3,000억달러 추가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며 최근 하락을 ‘건전한 조정’으로 평가했다.
아크인베스트 CEO 캐시 우드 역시 “비트코인의 장기 목표가는 변함없다”며 2030년 목표가 150만달러를 재확인했다.
비트코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동력과 어느 정도 연동돼 있는지에 대해 의견은 갈리지만, 최근의 급격한 조정이 미국 정치 지형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은 시장 전반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