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11-28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채권시장, 금통위 충격 뒤 다시 손절장 공포에 사로 잡혀

  • 입력 2025-11-28 11:2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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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1시17분 현재 국고채 금리와 국채선물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1시17분 현재 국고채 금리와 국채선물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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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고3년물 금리가 3% 위로 올라온 뒤에도 추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국고3년-기준금리 스프레드가 50bp 넘게 벌어진 뒤에도 손절이 이어지면서 금리가 추가로 더 오르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이제 금리 오버슈팅을 감안하면서 손절장 분위기를 주시하고 있다.

■ 투자자들, 인하 사이클 종료 감안...한은 총재의 채권시장에 '소금 뿌리기'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기준금리 동결 전망에 사실상 예외가 없었으나, 투자자들 상당수는 한은 총재가 '발언 수위 조절'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금리가 크게 오른 데다 환율 등 주변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한은 총재가 특별히 더 불을 지르진 않을 것이란 식의 인식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은 금통위는 통방에서 금리 인하 '기조'를 지웠고, 총재는 최근 금리 급등에 대해 '자연스러운 흐름'이란 식의 태도를 보이면서 시장을 외면했다.

전날 금통위는 우선 통방을 통해 향후 '금리를 동결하거나 1번 정도 인하할 수 있다'는 신호를 발신했다.

10월의 통방 정책문단에서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의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라고 했으나, 11월엔 "향후 통화정책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라고 고쳤다.

기조(基調)는 일관된 성향이나 방향, 틀을 의미하기 때문에 단어가 빠진 것은 향후 금리를 여러 번 인하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금리 인하 '기조'가 없어진 만큼 당연히 뒤에 따라오는 표현도 10월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에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해 나갈 것"으로 바뀌었다.

한은 총재는 자신이 블룸버그TV에서 말했던 '정책 전환 고려'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지도 않고 장황하게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석하실지는 '여러분이 판단하라'고 했다.

또 최근 금리 상승이 '과하다'는 식의 발언 대신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이 총재는 최근 금리 상승에 대해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발언하면서 채권시장을 도와줄 생각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총재는 다만 금통위원 중 금리 인상을 논의할 단계로 보는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마이너스 GDP갭 지속 상황에서도 정책 전환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 '매파 본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시장에선 사실상 금리인하 사이클이 끝났다는 식의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A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어제 총재의 시장을 추스리는 멘트는 없었다. 금리 급등도 마치 자연스러운 것처럼 얘기했다"면서 "금통위 포워드가이던스는 3:3이었지만 총재는 마치 시장에 금리인하 사이클이 끝났음을 선포하려는 듯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책금리 사이클이 변곡점을 맞이한 만큼 당장은 조심하는 게 낫다고 했다.

■ 레벨 메리트?...일단 손절장 여파 가늠하는 게 우선

시장금리가 크게 오른 뒤 과도한 오버슈팅이란 평가들도 이어졌다.

일단 과거의 사례 등을 감안할 때 현재의 시장금리 오름세는 지나치다는 것이다.

마치 금리 인상기가 곧 도래할 것처럼 반응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평가도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금리 오버슈팅을 감안할 수 밖에 없다.

B 운용사 매니저는 "금리 인하가 동결 사이클로 전환되는 시기에 시장 금리 상승폭은 국고3년 기준 최대 기준금리 대비 50bp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국고3년 3.0% 수준에서는 매수에 큰 부담이 없겠으나 매수 의지가 되살아 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금리 레벨로만 보면 분명 지나치지만 수급과 심리가 망가져 있는 상황이 문제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지금은 금리 오버슈팅을 감안할 수 밖에 없어 '맥시멈 스프레드'를 보면서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진단도 보였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추가 손절로 오버슈팅할 경우 국고3년이 기준금리보다 맥시멈 70bp까지 높아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국고3년이 3.2%를 찍을 수도 있다고 본다. 지금 분위기에서 하단은 40bp 잡아서 2.9~3.2% 정도 본다. 손절 오버슈팅 상단을 3.2%로 보고 '위기시의 노멀'한 수준을 3.1% 정도로 본다. 일단 지켜보면서 3년 3.1% 내외에서 매수를 타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10년은 좀 애매한데 30년이 받쳐주면 덜 밀릴 수 있으나 만약 30년도 무너지면 10년도 손절이 출회도 장이 고꾸라질 수 있다"고 했다.

■ 채권 손절장, 도움의 손길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채권시장에선 자칫 잘못하다가는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계감도 보인다.

아울러 한은이 단순매입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D 증권사 중개인은 "시장이 어제 한은 총재에 당한 뒤 오늘 장이 다시 위기에 처하면서 단순매입이라도 해 달라고 한다"고 전했다.

E 딜러도 "한은 통화정책이 집값과 환율 등 금융안정 문제에 종속되면서 매우 어려워졌다. 하지만 통화정책만으로 부동산, 환율 문제를 풀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 시장이 매우 위태로운 상황으로 가려고 하는 중"이라며 "당국의 대응조치가 없어지면 채권시장이 다시 무너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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