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11-27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매파 기조 유지한 이창용과 금리인하 사이클 종료됐을 가능성

  • 입력 2025-11-27 14:0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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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25년 11월 금통위 모습

사진 2025년 11월 금통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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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추가적인 금리 인하와 관련한 채권시장의 기대감도 약화됐다.

한국은행은 27일 금융시장 대다수의 예상처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리 동결:인하는 5:1로 나타났다.

3개월 시계의 포워드 가이던스에선 동결과 '인하 열어두기' 의견은 3:3 백중세로 나눠졌다.

하지만 최근 금통위를 거치면서 가이던스상의 세력구도가 5:1 → 4:2 → 3:3으로 바뀌면서 이제 금리 인하 사이클이 이제 끝난 것 아닌가 하는 추론도 늘어났다.

물론 여전히 한국경제 성장세가 반도체 등 IT 섹터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데다 경제 불확실성도 만만치 않은 만큼 1차례 추가 인하 정도는 열어둬야 한다는 지적도 보인다.

■ 한은의 사라진 인하 '기조'...인하, 문 닫은 3명 vs 아직 열어두고 있는 3명

이날 국채선물을 강세로 출발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 기조'가 삭제된다는 소문과 함께 선물가격은 상승폭을 반납하더니 약세로 전환했다.

한은 금통위는 예상대로 9시50분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했다. 이후 10시30분 경 내놓은 통화정책방행에선 '금리인하 기조'와 관련한 변화가 나타났다.

한은은 10월까지는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의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라고 했으나, 11월엔 "따라서 향후 통화정책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라고 고쳤다.

기조(基調)는 일관된 성향이나 방향, 틀을 의미한다.

이 단어가 빠진 것은 향후 금리를 여러 번 인하하긴 사실상 어렵다는 의미였다.

결국 현실적으로 관심사는 1번 더 인하를 하느냐, 마느냐였다.

이날 신성환 금통위원이 '한해 5번에 달하는 소수의견' 기록을 세우면서 금리인하를 주장했지만, 다수의 금통위원들은 그를 외면했다.

한은의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는 일단 3:3 백중세로 갈라졌다.

이창용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3명은 3개월 후에도 2.5% 수준 유지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었고, 나머지 3명은 현재 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였다. 동결 가능성을 제시한 3명은 환율 변동성이 상당폭 확대됐고 물가 우려도 다소 증대된 만큼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고 변화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인하 가능성을 제시한 3명은 성장 경로 상·하방 위험이 같이 있고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에 관한 불확실성이 어떻게 전개될 지를 고려할 때 아직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3명은 동결 가능성, 3명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쪽으로 반으로 나뉜 케이스로 생각할 수 있다. 깜빡이 비유없이 보다 선명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금리 인상을 말할 단계는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알려줬다.

총재는 "현 시점과 3개월 뒤 전망을 얘기할 때 금통위원 중 어느 누구도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서 논의하자는 위원은 없었다. 이를 근거로 볼 때 현 시점은 금리인상을 논의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3명은 금리 인하기가 종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고, 3명은 아직도 금리인하 가능성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 '매로 남기'와 '결자해지 하기'...한은 총재는 '매'를 선택했다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에선 한은 총재가 발언 강도를 어떻게 조율할지 이목이 집중돼 있었다.

환율, 부동산 등 금융안정 이슈나 경기 전망 상향 등을 감안할 때 한은이 매파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지만, 한은 총재가 발언 수위를 조절할 것이란 기대도 많았다.

예컨대 한은 총재도 굳이 추가적인 금리 급등을 야기할 만한 공격적인 매파 발언을 또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또 총재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방향 전환'이라는 설화(舌禍)도 일으켰으니 시장을 좀 달래지 않을까 하는 기대들도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는 평가다.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오늘 총재의 발언은 시장이 느끼는 절실함에는 턱도 없는 수준이었다"면서 "추가 금리 인하를 의심하도록 발언했다"고 평가했다.

B 증권사 딜러는 "총재의 발언을 들으면서 금리인하 사이클 종료 쪽으로 무게를 두는 사람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C 운용사 매니저는 "내년 성장률 상향 조정이 1.8%에 그치고 반도체 사이클에 의존한 성장 전망의 상하방 위험도 언급했지만, 기자 회견 내내 기준금리 인하 종료를 전제한 듯한 총재의 발언으로 사실상 인하 사이클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기준금리 인하에서 동결 사이클로 전환되는 시기에 시장 금리 상승폭은 국고3년 기준 최대 기준금리 대비 50bp 수준이었다"면서 "3.0% 수준에서는 매수에 큰 부담이 없겠으나 매수 의지가 되살아 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D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오늘 좀 시장을 달래는 멘트를 기대했는데 최근 금리가 급등한 것을 건전한 조정식으로 총재가 얘기했다. 총재의 현실 인식을 확인한 하루였다"고 했다.

그는 "결국 블룸버그TV 인터뷰도 총재 본심을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 포워드 가이던스가 3:3이 됐던 몇명이 됐던 간에 인하 기대는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향후 다시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부각되기 위해선 미국의 보다 적극적인 금리 인하 등이 필요하다는 평가들도 보였다.

B 딜러는 "일단 내년에 미국이 금리를 많이 내릴 수 있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면 국내가 다시 인하 기대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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