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11-24 (월)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연준, 12월 금리 결정 ‘오리무중’…내부 의견·지표 불확실성 혼재

  • 입력 2025-11-24 08:03
  • 김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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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김경목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2월 9~10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오리무중’ 국면에 빠졌다.

연준 내부에서는 금리 인하 필요성을 두고 핵심 인사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정부 셧다운 등으로 주요 노동시장·물가 지표가 제때 제공되지 않아 정책 판단 근거가 사실상 제한된 상태다.

연준 핵심 인사 ‘양분’…윌리엄스·마이런·월러 단기 인하 가능성 시사

존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는 21일 칠레 산티아고 행사에서 “통화정책이 다소 긴축적이지만 최근 조정으로 완화됐다”며 “단기적으로 연방기금금리(FFR)를 추가로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고용 둔화로 노동시장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강조하며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은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도 “내 표가 결정적인 상황이라면 25bp 인하를 지지할 수 있다”며 노동시장 약화와 데이터 지연에도 선제적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21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연준은 ‘데이터 기반’이 아니라 ‘전망 기반’이어야 한다”며 “데이터가 없다고 해서 전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연방정부 셧다운 등으로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향후 전망을 토대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도 12월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월러 이사는 최근 고용 시장의 급격한 둔화를 우려하며 향후 몇 주 동안 발표될 지표가 이러한 판단을 바꿀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런던에서 열린 경제학자 대상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하거나 기대 인플레이션이 급등할 것이라는 걱정은 없다”며 “나의 초점은 노동시장에 있으며 최근 수개월 동안 약화가 지속돼 왔다. 이번 주 발표될 9월 고용보고서나 앞으로 나올 다른 지표들도 추가 인하 필요성에 대한 나의 견해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12월 회의에서 25bp 인하가 적절하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세 사람은 연준 내 비둘기파 성향의 핵심 인사로 이번 12월 회의에서 단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신호로 시장에 해석되고 있다.

매파 진영은 추가 인하 ‘강력 제동’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등 다수 연준맨들은 추가 금리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콜린스 총재는 22일 12월 추가 금리인하가 “전혀 시급하지 않다”고 밝히며, 최근 금리 인하 기대를 키운 비둘기파 발언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날 경제 콘퍼런스에서, 연준이 지난 8월과 10월 두 차례 단행한 0.25%포인트(p) 금리 인하로 정책 기조가 이미 인플레이션 억제 쪽으로 약하게 기울어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 2%를 고집스럽게 상회하고 있는 만큼, 현재의 약한 긴축 기조가 적절하며 추가인하가 당장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전반적인 금융 여건은 역풍이 아니라 순풍에 가깝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통화정책을 더 완화해야 할 긴박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금융시장의 강세가 경기 회복력을 떠받치고 있는 만큼 완화적 정책을 추가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콜린스 총재의 신중론은 일관된 흐름이다. 21일 CNBC 인터뷰에서도 “현재 통화정책은 적절하다”며 “금리인하에 높은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지역 연설에서도 단기적인 추가 금리인하에 나서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12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일축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와 노동시장 냉각의 명확한 증거 없이는 연내 추가 인하를 지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건 총재는 21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The SNB and its Watchers 2025’ 콘퍼런스에서 “두 차례(9·10월)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미 단행된 상황에서 12월에 또다시 금리를 낮출 만큼의 여지가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지거나 노동시장이 현재의 점진적 둔화를 넘어서는 명확한 냉각 신호를 보여주지 않는 한 추가 인하에 찬성하기 어렵다”고 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최근 물가 흐름을 고려할 때 성급한 금리인하는 오히려 “고물가 기간을 더 길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맥 총재는 20일 CNBC 인터뷰에서 “현재 금리 수준은 내 판단으로 거의 긴축적이지 않거나, 전혀 긴축적이지 않은 수준”이라며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다소 긴축적인 정책 스탠스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금리를 더 낮추면 물가가 더 오래 높은 상태로 머물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은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 정체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통화정책 운영에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 부의장은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FinRegLab AI 심포지엄 연설에서 “현재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약 3% 수준에 머물러 있고 목표치는 2%”라며 “목표 달성을 위해선 현 시점에서 통화정책을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안정과 고용이라는 책무 양 측면을 모두 충족하려면 섣부른 정책 전환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최근 금융시장의 자산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져 향후 조정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쿡 이사는 민간 신용(프라이빗 크레딧) 시장의 급팽창과 금융 시스템과의 연계 강화가 새로운 금융 불안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쿡 이사는 20일 워싱턴 D.C. 조지타운대학교에서 열린 강연에서 “프라이빗 크레딧 시장은 높은 수익률과 낮은 부도율을 근거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누적되고 있다”며 “자산가격이 너무 높은 국면에서는 작은 충격에도 급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들 매파 진영은 고물가 지속과 금융시장 과열 위험을 이유로 추가 인하에 제동을 걸며, 연준 내 의견 갈등을 명확히 드러냈다.

경제지표도 혼재…판단 근거 ‘깜깜이’

연준의 고민을 가중시키는 것은 최신 경제지표 부재다. 10월 실업률은 연방정부 셧다운 영향으로 발표되지 못했고, 10월 고용자 수 증감 자료는 12월 FOMC 이후에야 공개될 예정이다.

9월 고용보고서는 일자리 증가 폭이 예상치를 상회했으나, 실업률 상승과 과거 수치 조정으로 노동시장 둔화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21일 발표된 서비스업 PMI는 55.0으로 견조한 확장을 기록했지만, 제조업 PMI는 51.9로 예상보다 부진하며 재고 급증와 공급망 지연까지 겹쳤다. 소비자심리지수도 51.0으로 3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소비자 신뢰가 크게 약화됐다.

결국 연준은 불완전한 데이터 속에서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판단해야 하는 ‘깜깜이’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압박과 금융시장 반응…12월 FOMC, ‘노동시장 vs 물가’ 균형의 시험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연준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농담을 던지며, 금융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실제 금리 결정은 연준 독립성에 따라 좌우되지만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발언이 심리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금리선물 시장은 윌리엄스 발언 직후 12월 25bp 인하 가능성을 40%에서 70% 이상으로 반등시켰다. 다만 매파 인사들의 견해 표명과 지표 부재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정리하면, 연준 내 입장은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뉜다.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연준, 12월 금리 결정 ‘오리무중’…내부 의견·지표 불확실성 혼재이미지 확대보기


이처럼 연준맨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경제지표 또한 혼재하면서 연준의 12월 FOMC 결정은 ‘오리무중(五里霧中)’ 상태에 놓였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노동시장 둔화가 우세할지, 인플레이션 경계가 우세할지 알 수 없다”며 향후 시장 변동성을 경계하고 있다.

연준이 공식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내부 의견 충돌까지 심화된 상황에서, 12월 FOMC는 향후 미국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 방향을 좌우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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