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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미·일 통화정책 악재엔 서로 다른 점도 있어...한은 총재 '말 주워담을' 가능성도 감안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2025년 마지막 금리결정회의를 일주일 앞둔 가운데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환율 고공행진, 서울 집값 상승 등 금융안정 관련 이슈들이 여전히 한은 기준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한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이미 끝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미국에선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보다 동결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일도 발생하는 등 채권시장을 둘러싼 분위기가 만만치 않다. 일본에선 시장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중이다.
국내 시장 일각에선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가 블룸버그TV에 나와서 금리 사이클의 '전환' 가능성을 거론했다면서 금통위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한은 관계자들은 총재의 외신 발언 이후 '여전히 금리 인하 사이클 속에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퇴조
채권투자자들은 금통위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퇴조한 뒤 해외 쪽에서도 금리 인하 기대감을 낮추는 재료들이 이어져 부담을 느끼는 중이다.
최근 연준에선 마이런, 월러, 보우먼 등 트럼프가 임명한 인사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금리 인하는 신중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이런 가운데 간밤에 공개된 FOMC 의사록은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더욱 낮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19일 공개된 FOMC 의사록은 "많은(many) 참석자들은 각자의 경제전망을 고려할 때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의사록은 "몇몇(several) 참석자들은 경제가 예상대로 전개될 경우 12월 회의에서 또 한 차례 금리 인하가 적절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연준의 표현 관례상 ‘many’는 ‘several’보다 많은 인원을 가리킨다. 즉 12월 동결 의견이 우세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10월 회의 당시 트럼프 대통령 의견을 대변하는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50bp 인하를 주장했다. 하지만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금리 동결을 요구했다.
그런데 의사록에 따르면 투표권이 없는 몇몇 지역 연은 총재들 역시 슈미드 총재 의견에 공감해 동결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석자들은 노동시장 둔화와 고착화된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어떤 위험이 더 큰지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일부는 '경제 활동의 회복력'을 근거로 현재 금리 수준이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다고 평가한 반면 또 다른 이들은 두 차례 연속 금리 인하에도 정책이 여전히 성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했다.
결국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12월 금리인하는 기정사실이 아니다"라며 시장의 기대를 제어한 바 있다.
금융시장은 의사록 공개 직후 12월 금리인하 기대를 크게 낮출 수밖에 없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이 반영한 12월 인하 가능성은 30%대 초반까지 하락하며 이제 동결 가능성이 크게 우세해졌다.
■ BOJ, 금리 인상 재시동...확장재정 불안 속 최근 시장금리 급등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퇴조하는 가운데 이웃나라 일본은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는 중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BOJ의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BOJ 통화정책 위원들은 금리인상 시그널을 보다 확실하게 보내고 있다.
시장은 지난 10월 30일 BOJ가 금리를 동결한 뒤 '조만간' 추가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일본 채권시장은 엔화 환율이 금리인상 속도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되고 있으며, 다카이치 정권의 재정 확대와 금융 완화 스탠스가 어느 수준까지 실현될 것인지가 관건이란 평가들이 나온 바 있다.
10월 회의에서 BOJ는 7:2로 무담보 콜금리 운영목표를 0.5%로 유지키로 했다.
하지만 당시 타카다 위원은 "물가 안정 목표가 대체로 달성됐다"면서 금리인상을 주장했고 타무라 위원은 "물가상승 위험 증가로 중립금리에 더욱 근접하기 위해선 정책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20일)은 고에다 준코 BOJ 정책위원이 "왜곡을 피하기 위해선 실질금리를 균형 상태로 인상해 통화정책을 계속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현재 높은 물가에 따른 기준금리 정상화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는 중이다. 아울러 사나에 정권의 확장재정정책도 채권시장에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日本經濟新聞)은 이날 "일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1.8%로 상승해 2008년 6월 이후 약 17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면서 "정부가 확장적인 재정정책으로 움직여 재정이 악화된다는 경계감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정권은 21일 종합경제대책을 결정할 방침"이라며 "고물가 대책과 가솔린세의 옛 잠정세율 폐지에 따른 감세 등을 포함한 재정지원 규모는 20조엔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채권시장에서는 재정정책이 예상보다 규모가 커 재정 악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관측이 후퇴하고 미국 금리가 상승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신규 발행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한때 3.37%까지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경계감을 드러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11월 들어 일본 국채30년물 금리는 5일과 13일 단 이틀을 제외하면 모두 예외없이 상승해 지금은 3.4%에 거의 붙었다.
일본 국채30년물 금리는 7월 초만 하더라도 2%대를 보였으나, 아베노믹스의 계승자인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들어선 뒤 더욱 맥을 못 추고 있다.
일본 국채10년물 금리는 6거래일 연속으로 오르면서 1.80%를 넘어섰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일본은 이미 12월 금리 인상 관련한 신호를 보낸 상태"라며 "연준이 12월 동결 신호를 보내고 BOJ는 금리 인상을 재개하기 때문에 한국의 인하 논리는 더욱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 미국, 일본 금리시장 모두 부담스럽지만...한국은 금통위 때 총재가 '말 주워담을' 가능성도
금통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퇴조하는 가운데 최근 미국, 일본 통화당국의 움직임은 한국은행의 통화완화 입지를 더욱 좁힌다는 평가들도 보인다.
특히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12일에 진행됐던 블룸버그TV 인터뷰의 총재 발언 중 '방향 전환까지'(even the change of direction)라는 발언을 듣고 투자자들이 놀라기도 했던 것이다.
총재의 실언(?) 이후 한은 관계자들은 국내는 여전히 '금리 인하 사이클 속에 있다'고 했으며, 정부와 한은 등 금융당국의 긴급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당국자들은 채권·외환시장 안정 메시지를 내면서 과도한 변동성을 제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 14일 이창용 한은 총재, 구윤철 부총리 등 금융당국자들은 "채권시장은 향후 금리흐름에 대한 시장의 기대변화 등에 따라 국채 금리가 상승했으나 2026년 WGBI 편입 등 고려시 우리 국채에 대한 수요기반은 견조하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냈다.
투자자들은 다음주 금통위를 앞두고 한은이 계속 매파적으로 나올지, 아니면 한은 총재가 자신의 발언을 되돌리는 데 무게 중심을 둘지 주목하고 있다.
일단 최근 한은 관계자들은 총재의 발언이 시장에서 과하게 해석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전한 상태다.
한은의 한 직원은 "총재를 포함해 금통위는 금리 인하 사이클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총재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 폭과 시기는 데이터에 좌우된다는 원론적인 스탠스를 보였는데, 채권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총재 자신이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말'을 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이 부분을 다음주 금통위에서 되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들렸다.
한국은행의 다른 직원은 "최근 이창용 총재가 간부들과 얘기하면서 그 발언(통화정책 방향전환)을 후회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총재가 내심 하고 싶었던 말은 금리 동결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였으며, 금리 인상 사이클로의 전환은 아닌 것으로 안다. 따라서 총재는 (금통위에서)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말이 나간 실수를 교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권금리는 최근 악재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국고3년 수익률이 3%로 뛰는 등 정책변화와 채권수급 흐름에 대한 부담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직원은 "국고3년 금리가 최근 3%로 뛰었던 일은 한국 경제 상황 등을 감안할 때 과도한 반응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