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 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벌인 소송에서 승리했다.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취소 신청 사건에서 승소한 것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18일)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취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선고받았다고 전했다.
취소위원회는 2022년 8월 31일자 중재 판정에서 인정한 '정부의 론스타에 대한 배상금 원금 2억1,650만 달러 및 이에 대한 이자' 지급 의무를 모두 취소했다.
한국은 현재 환율 기준 4천억원 가량을 아끼게 됐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그간 취소 절차에서 지출한 소송 비용 약 73억원도 물게 됐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한국 정부가 승리한 것이다.
론스타는 그러나 "판정에 실망한다"면서 "새로운 소송 제기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하이에나처럼 끈질긴 론스타의 소송에 다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오랜 기간 금융시장에서 종사해온 사람들 중엔 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사모펀드와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보이는 일부 한국인들이 국가의 부를 강탈해간 사건을 잊어선 안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 론스타 일지
론스타는 2003년 8월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 834억원에 사들였다.
론스타의 매입 당시 자격, 매입 가격 등을 놓고 엄청난 시비가 붙었다. 다시 이미 헐값 매각, 국부 유출 등의 논란이 거셌다.
이후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 헐값 인수 의혹 등을 놓고 검찰 조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론스타는 2007년 이후 HSBC 등 외국계와 하나금융 등 국내 금융사에 본격적으로 외환은행 매각을 시도했으나,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의 승인을 쉽게 얻지 못헸다.
그러다가 결국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3조 9,157억원에 매각했다. 론스타는 매입 가격의 3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가격으로 팔고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을 팔 때 한국 정부의 개입으로 더 비싼 값에 매각할 기회를 잃고 가격까지 내려야 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부당하게 지연하고 개입하면서 46억 7,950만 달러(약 6.1조원)의 손해를 봤다며,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ISD(투자자-국가 분쟁)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ICSID는 2022년 8월 한국 정부에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의 4.6%에 해당하는 2억1,650만달러(당시 1,300원 환율 기준 2,800억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2022년 10월 한국 법무부는 이 판정에 불복하여 ICSID 취소위원회에 판정 취소를 신청했다.
그리고 3년 남짓한 시간이 흐른 2025년 11월 18일.
ICSID 취소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취소 신청을 받아들여 기존의 배상 판정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약 4천억원 규모의 정부 배상 책임이 모두 소멸된 것이다.
■ 론스타 승소로 힘 받은 한동훈, "론스타 소송 비난했던 송기호가 현재 '경제안보비서관'"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이긴 뒤 한동훈 전 법무장관은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한 전 장관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장관 당시인 2022년 9월 론스타 ISDS 소송을 추진하자 민주당은 승소가능성 등을 트집 잡으며 강력 반대했다"면서 "믿고 기다려주신 국민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트집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 법무부 등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민주당 정권이 뒤늦게 숟가락 얹으려 하지 말고 당시 이 소송을 트집잡으며 반대한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는 특히 자신의 론스타 대상 소송을 방해했던 집단들이 정권을 잡은 뒤 자화자찬한다고 비판했다.
한 전 장관은 "민주당 정권의 잘못된 ‘가로채기’를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바로잡는다. 김민석은 론스타 승소가 '새 정부 쾌거'라고 말했지만 이 소송 최종변론은 민주당 정권 출범 전인 2025년 1월이었다"면서 "새 정부가 한 것은 없다"고 했다.
그는 "게다가 민주당은 그냥 구경만 한 게 아니라 이 항소 제기 자체를 강력 반대했다"면서 숟가락을 얻는 이재명 정부를 비난했다.
한 전 장관은 특히 현 정부 경제안보비서관 송기호씨를 비난했다. 송기호씨는 참여연대에서 활동한 인물로 한동훈 전 장관이 론스타를 대상으로 소송을 할 때 엉뚱한 일을 벌인다고 비판했던 인물이다.
한 전 장관은 "민주당과 민주당 관련자들은 론스타 취소 소송에 대해 한동훈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비아냥댄 바 있다. 희망고문이고 역사와 국민 앞에 죄인이 될 거라 악담했다"면서 "저를 상대로 소송에 지면 당신이 이자를 대신 낼 거냐고 압박했다"고 상기했다.
그는 "그랬던 민주당과 민주당 관련자들은 황당한 자화자찬 대신 반성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김민석 이 뜬금없이 직접 브리핑했던데 속보이게 숟가락 얹지 말고 대표로 사과하라"면서 "악의적으로 론스타 취소소송을 승산이 없다며 공격하고 깎아내리던 송기호씨가 현재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이라고 알렸다.
■ 론스타 이번 소송, 한동훈 역할 컸던 건 사실
한국정부가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패소한 뒤 냈던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한국인들이 기억해야 할 게 있다.
일단 이번 승소와 관련해 한동훈 전 장관의 공헌은 인정하는 게 옳아 보인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따르면 1972년부터 503건의 판정 가운데 취소 신청이 받아들여진 건 25건뿐이며, 중재판정부 판정이 전부 취소된 건 8건뿐이라고 한다.
이 얘기는 이번 결과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말이 된다.
즉 한동훈이 2022년 당시 승소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주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결국 재판을 뒤집은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김민석 총리가 '정부의 노력'을 강조했지만, 이번 일을 성사시킨 주체가 한동훈 전 장관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 결코 잊어선 안 되는 IMF 시절의 론스타...한동훈의 의심스러운 청춘?
1990년대 말 터진 IMF 외환위기는 한국 경제 최대의 위기였다.
당시 한국 경제 망조가 들자 '외환위기 극복' 이후에도 각종 벌처 펀드들이 한국 기업들을 헐값에 집어삼켰다.
당시 국민의 은행 중 하나였던 외환은행을 먹은 주체는 은행 대주주 자격이 없는 사모펀드 론스타였다.
필자도 생생히 기억하지만 당시 한국 정부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거래를 성사시켰기 때문에 세간엔 '분명 검은 머리 외국인이 뒤에 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이후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투자자산 가격이 폭등하자 팔고 나가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매각 승인을 늦어진 데 대해 한국정부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을 수사하던 젊은 검사 중에 이복현(전 금감원장), 한동훈 등이 있었다.
사실 론스타는 한국이 외환위기 여파로 정신을 못 차릴 때 외환은행을 타겟으로 삼아 5조원 넘게 번 것으로 알려진다.
2003년 10월 외환은행 지분 51%를 1.4조 원에 사들였다가 2012년 2월 4.4조 원에 팔고 떠났지만, 중간에 콜옵션 행사와 배당, 블록세일 등을 통해 돈을 벌었다.
대략 투자금액 2조원 남짓에 벌어간 돈이 7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론스타는 매각 지연으로 '손해를 봤다'면서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무려 46.8억 달러짜리 소송을 냈던 것이다.
이후 10년의 심판 끝에 2022년 8월 한국 정부가 패소해서 2.1억 달러 배상 명령이 떨어졌던 것이다. 이후 한동훈 전 장관이 취소소송을 이끌면서 3년만에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 해결되지 않은 '검은머리 외국인' 미스터리
한국인들은 이번 승리에 대해 마냥 기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론스타는 이미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엄청나게 '해먹고' 더 해 먹으려다가 제동이 걸린 것일 뿐이다.
아울러 론스타와 관련해 절대 간과해선 안 되는 인물들인 '검은머리 외국인들'에 대한 미스테리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당시 기재부 금융정책국장이던 변양호는 외환은행을 무조건 매각해야 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이끌면서 론스타의 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검은머리 외국인'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도 당시 산업자본이 한국의 은행을 먹도록 방치, 아니 종용한 '아무개' 검은머리 외국인이 있었다는 식의 시장에 얘기가 돌아다닌다.
론스타의 재판 승소를 접하면서 마음 놓고 기뻐할 수만 없는 이유다.


(장태민 칼럼) 론스타 소송 승리와 결코 잊어선 안 될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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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론스타 소송 승리와 결코 잊어선 안 될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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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론스타 소송 승리와 결코 잊어선 안 될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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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정부

(장태민 칼럼) 론스타 소송 승리와 결코 잊어선 안 될 과거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