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코스피 4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11월 들어 주가지수의 일방적인 상승세가 일단락 되고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현재는 AI 버블론과 관련한 논박이 주식투자에 대한 경계감을 키웠다.
다만 최근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수의 일방적인 후퇴보다는 '변동성 큰 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관점도 강하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당장 엔비디아 실적이 관건이지만 지금은 하루하루 다이나믹하게 움직이는 중"이라며 "이런 장에 거꾸로 매매하면 완전히 바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연말까지는 변동성이 큰 오락가락 장세로 봐야 한다. 내일 엔비디아 실적이 시장을 흔들 수 있지만 일단 코스피 4천선 공방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주가 변동성 커진 구간...외국인 등 수급 주체들 움직임 주시
코스피지수는 지난 10월 27일 4천선을 뛰어넘은 뒤에도 브레이크 없이 질주했다.
코스피는 11월 초까지도 쉬지 않고 올라 11월 3일엔 4,200선까지 훌쩍 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지수는 4,221.95를 찍고 고꾸라져 이틀 뒤인 11월 5일엔 장중 3,800대까지 속락하기도 했다.
코스피는 이후 4천선 공방을 이어가는 중이다.
최근엔 다시 AI 버블론이 힘을 받았다.
이에 전날 코스피는 100P 넘게 급락한 뒤 이날 장 초반엔 3,800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특히 전날엔 외국인이 상대적으로 많이 팔지 않았는데도 주가가 크게 빠져 걱정하는 모습들도 보였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코스피가 100P 넘게 급락할 때 외국인은 조단위로 순매도했다. 하지만 전날엔 5,521억원 수준의 순매도에 지수가 3% 넘게 폭락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11월 들어 세 차례에 걸쳐 주가가수 100p 넘게 급락할 때 외국인은 2조원 넘는 대대적인 일중 순매도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전날에 5천억원 남짓만 순매도했음에도 주가가 135p나 빠진 것이다.
11월 5일 30조원에 달했던 거래대금이 14조원으로 축소된 가운데 개인들의 저가매수 파워가 떨어지자 지수가 고꾸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보였다.
11월 3일 지수가 4,200선을 넘어 역사적 신고점을 작성한 뒤 주가 상승 속도에 대한 부담, AI 버블에 대한 우려, 연준 12월 금리인하 관련 불확실성 등 악재에 예민해진 상태라는 평가도 보이며, 이런 우려는 거래량에 투영돼 있다는 분석도 보인다.
즉 11월 첫주 평균 22조원, 2주차 17조원, 3주차 14조원 등으로 일평균 거래량이 부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의 변동성 커진 구간을 주가 흐름의 큰 변화, 즉 하락 전환으로 해석하긴 어렵다는 평가들도 적지 않다.
■ 최근 주가 옥죄는 두 요인은...AI에 대한 의심과 유동성에 대한 우려
최근 주요국 주가 하락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AI 버블에 대한 의심, 그리고 유동성에 대한 우려라고 할 수 있다.
AI 관련 우려는 과도한 투자, 지나치게 높은 성과 기대 등을 포함한다.
오픈AI의 1.4조 달러에 달하는 투자 발표 등이 과잉투자 우려를 불렀다.
현지시간 17일엔 아마존이 메타(300억불), 알파벳(250억불)에 이어 150억불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고 하자 더욱 긴장감을 키웠다.
빅테크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유동성을 빨아들이자 안 그래도 불안정한 위험자산 수급이 더욱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손정의, 피터 틸 등 유명 투자자들이 엔비디아를 매도하자 실적 발표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시장을 둘러싼 유동성 환경에 대한 걱정도 많아졌다.
우선 연준 위원들이 최근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면서 12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대폭 축소됐다.
마이런, 월러, 보우먼 등 트럼프 1기, 2기 때 임명된 연준 인사들을 제외하면 다수가 금리 결정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둘기 성향이라던 제퍼슨 부의장마저 '신중할 필요성'를 강조하면서 12월 금리 동결 전망이 더 강해지는 모습도 나타났다.
여기에 단기금리 시장에서 달러 유동성 부족현상, 일본 금리 급등 등이 유동성 우려를 추가로 키운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 변동성 커진 구간...하락장의 시작 아니라는 조언들도
11월 초 '일방적인' 주가 오름세가 일단락된 뒤 변동성이 커지자 본격적으로 주가가 하락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졌다.
하지만 주식투자 난이도가 높아진 지금의 상황을 '약세장 도래'로 판단해선 안 된다는 진단들도 많은 편이다.
우선 강세장에서의 주가 하락은 평소의 하락과 매우 다르다는 생각하고 지금의 시장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단기조정 또는 붕괴’를 구분할 도구는 몇 개가 있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경기·이익 사이클’"이라며 "사이클이 여전히 확장 국면이라면, 보통 조정폭은 10~15%를 크게 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최소한 지금까진 경기사이클이 꺾이기 전에 버블이 먼저 붕괴한 적은 없다. 아직은 확장국면"이라고 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보면 강세장에서는 급락이 평년보다 더 자주 나타나고 급락 폭도 더 크다"면서 "강세장에서 단기조정은 평년보다 2배나 더 많이 나타나며, 일간 하락폭도 3~4%로 평년보다 훨씬 더 급락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커진 변동성에 곧 약세장이 도래한다면서 지나치게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내일 새벽 엔비디아 실적이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일단 12월 FOMC까지는 시장이 한방향 보다는 오락가락하면서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최근의 시장 변동성 확대를 강세장 추세 자체가 꺾였다는 식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 코스피, 기술적으로 매끈하게 오르던 구간에선 탈피...변동성과 추가 조정폭도 감안
최근 심심찮게 나타나는 주식시장 급락장은 그간 주가가 급등한 데 따른 기술적인 과열 해소라는 평가도 많았다.
또 높은 기술주 밸류에이션, 연준 정책 기대의 조정, AI 도입 확대로 인한 노동수요 둔화와 소비심리 약화 등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향후 실적이 이를 잠재울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남아 있다.
하지만 조정폭이 더 깊어질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조언도 보인다. 일단 기술적 지표를 보면 변동성이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들어 중기 상승 사이클의 유의미한 조정이 나타났다. 추세의 성격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횡보 구간에서의 패턴 변화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추세 반전형 신호(급등·급락 반복 → 아랫꼬리 회복 시도 → 윗꼬리 달린 반등 저항) 출현 이후 30~40거래일의 기간 조정, 70일 전후 회복 시도가 나타나는 흐름이 반복된 바 있다고 밝혔다. 최근 코스피가 기술적 지표의 조언대로 움직이는 중이라고 했다.
노 연구원은 "최근 1주일간 시장은 실제로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했고 11월 5일 장중 저점을 단번에 하향 이탈하지도 않으면서 방향성이 모호한 박스권에 머무르는 상태"라며 "주가 상승 사이클은 과거 단기 과열 랠리와 달리 약 7개월 지속된 중기 추세이므로 패턴이 완전히 반복되지 않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은 초기 조정 국면인 가운데 더 밀릴 가능성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2015년 이후 추세 반전 신호가 나타났던 사례에서 가격 조정의 전조는 MDD(Maximum Drawdown) 10% 터치였음을 고려하면 이 구간 도달 시 가격 조정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면서 "3,700p대 중반이 과열 완화와 기술적 정상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분기점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금융 투자자들이 당장 가장 중시하는 이벤트는 국내시간으로 내일 새벽에 나올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다.

자료: 신한투자증권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코스피 4000 공방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