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신(新)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1조7000억달러(약 2500조원) 규모로 급팽창한 미국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이 “다음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최근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 업체와 부품 업체의 잇단 파산이 현실화된 가운데, 건들락은 사모대출이 2006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유사한 위험 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들락은 17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 팟캐스트 ‘오드 랏츠’에서 “사모대출 시장에는 ‘쓰레기 대출’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 시장이 다음 대규모 금융위기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사모대출의 가격은 100 아니면 0, 두 가지뿐”이라며 “언제든 팔 수 있어 안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유동성이 극도로 낮아 위기 시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추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파산한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업체 트라이컬러와 자동차 부품사 퍼스트브랜즈는 이러한 위험의 전조로 거론됐다. 두 기업은 사모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며 중복 담보 제공, 과도한 레버리지 등이 드러나 시장 불신을 키웠다.
건들락은 “2006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이 AAA로 포장돼 팔렸던 것처럼 지금 사모대출에도 동일한 덫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사모대출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가 강화되며 비은행 금융회사(NBFI)가 대출 수요 공백을 메우기 시작하면서 급성장했다.
그러나 은행 대출과 달리 감독·공시가 느슨해 ‘그림자 금융’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예금자 보호나 중앙은행 지원도 없어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위기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건들락은 특히 사모대출 펀드를 일반 개인에게 적극 판매하려는 업계 흐름을 “완전한 미스매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언제든 환매 가능하다고 광고하지만 실제 자산은 팔리지 않는 것들”이라며 “대규모 환매가 발생하면 펀드가 기초자산을 헐값에 던질 수밖에 없고, 이는 손실을 폭발적으로 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블랙록이 한 달 만에 특정 사모대출 채권 가치를 100%에서 0%로 조정한 사례도 위험의 실체를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그는 금융시장 전반의 과열과 고평가도 위험을 부추기고 있다며 “AI·데이터센터 투자 붐이 투기적 거품을 만들고 있다”며 “내 전체 경력을 통틀어 지금 미국 주식시장은 가장 건강하지 않은 상태 중 하나”라고 했다.
건들락은 엔비디아 등 대형 기술주의 변동성을 언급하며 “이런 투기 장세는 언제나 과도한 가격으로 끝난다”고 말했다.
건들락은 투자전략과 관련해 “지금은 자산 비중 자체를 줄여야 할 때”라며 포트폴리오의 20%를 현금으로 보유할 것을 권고했다. 금 비중은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고, 비달러 자산과 유럽·신흥국 주식 비중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문제는 항상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믿는 자산’에서 터진다”며 “사모대출 시장은 지금 그 조건을 완벽히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