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11-17 (월)

(장태민 칼럼) 추징금 재테크

  • 입력 2025-11-17 14:0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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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진우 전 서울중앙지검장

사진: 정진우 전 서울중앙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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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 주말 대장동 사건의 남욱 변호사가 추징보전 해제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금 '대장동 범죄 재테크'가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이 일은 검찰이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으면서 생겼다.

1심 재판부는 대장동 개발비리 관련 범죄수익에 대해선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기자에게만 428억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이후 검찰이 항고를 포기하면서 현재 추징보전 중인 2,070억원 중 1,642억원에 대해선 동결 조치를 지속할 근거가 없어졌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던 대로 대장동 개발업자가 재산 동결을 풀어달라는 움직임을 보였다.

다만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장관을 지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에 출연해 "추정보전 해제는 말이 안 되는 소리이며, 법원이 동의할 리 없다"고 했다.

■ 대장동 일당들에게 추징보전액과 풀리는 돈

남욱 변호사가 추징보전 해제를 요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1심 선고 추징액수가 '0원'이었기 때문이다.

당초 추징보전액이 514억원이었지만,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이제 이 돈을 묶어둘 수 있는 방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

대장동 사건의 추징보전액을 보면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기자가 1,270억원 가량으로 가장 많다.

1심이 김 전 기자에게 선고한 추징액수는 428억원이기 때문에 단순산술적으로 842억원이 풀린다고 볼 수 있다.

정영학 회계사에 대한 추징보전액은 256억원이며, 1심 선고 추징액수는 '0'원이다. 즉 차액인 256억원이 풀릴 수 있다.

유동규 전 성남 도개공 기획본부장의 추징보전액은 '0원'이었으나 이번 1심에서 유씨는 8억 1천만원의 추징액을 선고받았다.

정민용 변호사도 추징보전액 0원이었으나, 이번 1심 선고에서 37억 2천만의 추징액을 선고받았다.

일단 2023년 기준 대장동 사건 5인방의 추징보전액은 2,070억원, 1심이 선고한 추징액수는 473억원, 풀리는 돈은 1,567억원으로 정리할 수 있다.

■ 추징보전 풀어달라는 남욱, 부동산 투자로 재테크 실력 과시

당초 검찰이 대장동 일당에게 구형한 추징액은 7,814억 원이었다.

하지만 1심에서 선고된 추징금은 고작 473억원에 불과했다.

무려 7,341억 원의 환수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말 남욱 변호사가 자신이 소유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건물에 대한 추징보전을 풀어 달라고 검찰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징보전은 범죄로 얻은 것으로 의심되는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게 묶어 두는 조치다.

남 변호사는 윤석열 탄핵 직후인 올해 4월 이 건물에 대해 법원에 추징보전을 풀어달라고 항고했다가 기각된 바 있다.

남 변호사는 본인 소유의 또 다른 부지도 500억원에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지는 남 변호사가 2021년 300억원대에 매입했으며, 현재 시세 차익이 200억원 가량 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정부가 추징금 원금과 이자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한 사이에 대장동 업자가 다시금 뛰어난 음지 재테크를 해온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사실 검찰이 대장동 개발업자들에게 구형한 추징액 7,800억원은 한달 이자만 해도 20억원이 넘는 막대한 돈이다.

여전히 왜 이런 큰 돈을 놔두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정성호 법무장관이 '이미 2,000억 원 정도 보전돼 있고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사로 돌려받으면 된다'고 했지만, 이 일이 그리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관심 끈 남욱의 추징보전 해제 요구...김만배 등도 움직일까

검찰의 항소 포기로 남욱 변호사가 돈을 찾아가는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기자 등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김만배 전 기자의 경우 징역 8년을 선고받았지만, 일단 추징액 중 842억원을 손에 넣을 길이 열렸다.

정영학 회계사도 마찬가지다.

추징보전 조치로 256억원의 재산이 동결된 상태였지만 1심에선 추징금이 선고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돈을 확보할 길이 열렸다.

정부와 민주당 쪽에선 '민사'를 통해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있다는 목소리들도 나온다.

하지만 검찰의 항소 포기로 인해 추징보전이 해제되고 추징금 역시 473억원으로 확정되면 이는 민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범죄수익' 전액을 회수하는 것은 말처럼 만만한 일이 아니다.

■ 수천억 걸린 재판의 검찰 '황당한' 항소 포기...있을 수 없는 역사적 사건 맞다

논리적으로볼 때 수천억 배임 사건에서 몇 백억원만 인정되고 뇌물에서 무죄가 나면 검사는 '당연히' 항소를 해야 한다.

필자는 이런 경우에 검찰이 항소를 하지 않는 사례를 이번에 처음 본다. 재판 구경 많이 해봤다는 사람들도 이번과 같은 케이스는 처음 볼 것이다.

필자가 볼 때 이 건과 관련한 검찰의 항소 포기 논란은 민주당, 국민의힘 등 정치 성향을 바탕으로 찬반을 따질 주제가 아니다.

장담컨대 7,800억원이란 거액을 거의 받을 수 없게 되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다는 건 상식적인 머리로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다.

이 사건의 경우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는 재판엔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1심에 난 결과보다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2심, 3심을 선고할 수 없다.

■ 한동훈이 돈 못 받는다고 본 이유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해 가장 흥분(?)했던 유명인 중 한 사람이 한동훈 전 법무장관이다.

한 전 장관은 최근 한 방송에 나와 "(검찰 항소 포기로 인해) 2심에서 김만배가 7800억원 다 배임 맞고 '해 먹은 거 맞아'라고 자백 해도 형량이 늘어나지 않고 473억 이상을 이 사람으로부터 뺏을 방법이 없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 1심 항소 포기로 인해서 김만배 일당은 노난 것이며, 몇 년 살고 나왔을 때 몇 천억 가지고 떵떵거리며 살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수천억, 그러니까 7000억 내지, 계산 방법이 다른데 4000억 내지는 7000억 원 되는 돈을 국가가 포기해 버린 것이고 그 돈을 그대로 김만배 등 대장동 일당에게 안겨준 것"이라고 했다.

민사소송으로 환수할 수 있다는 얘기도 '순진한 발상'이라고 했다.

한 전 장관은 "민사소송으로 환수할 수 있다는 얘기는 대단히, 대단히, 대단히 눈 가리고 아웅하는 얘기"라며 "동결을 풀어주면 그 돈 다 쓸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1심 판결과 검찰 항소 포기로) 추징보존 해놓은 것은 당장 풀어줘야 하고 그러면 신나게 쓰지 않겠는가. 그럼 그 돈이 그대로 남아 있는가. 소송을 통해서 그걸 받아낼 수 있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민사소송을 나중에 성남시가 되면 하면 되지, 이런 말 하는 분들은 사실관계, 즉 실무를 모르거나 아니면 국민에게 사기 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전 장관은 "민사로 하면 된다? 이 말은 탈옥시켜놓고 니가 개인적으로 다시 잡아오면 된다는 말과 같다"고 했다.

그는 또 지난 15일 남욱 변호사가 추징보전액 해제를 요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성호 법무부장관 등 추징을 포기 시킨 자들이 개인 돈으로 피해자 성남시민들에게 물어내야 한다. 그것이 정의이고 상식"이라고 적었다.

이 대장동 사안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항소포기=추징포기=대장동 일당 재벌 만들기'라는 공식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요약했다.

한 전 장관은 대장동 일당의 피해자 성남시가 국민을 대신해 ‘민사로 하면 된다’는 말을 믿지 말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검찰 항소 포기 당시 정성호(법무장관)·이진수(법무차관)·노만석(검찰총장 직대)·박철우(반부패부장)·정진우(중앙지검장)에 대해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이 사회의 악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 성남 시장의 환수 약속...성남시는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돈을 환수할 수 있을 것인가

검찰의 항소 포기로 인해 김만배, 남욱 등 대장동 개발업자들은 엄청난 부자가 될 것인가.

그럴 확률이 꽤 커졌지만 당사자인 성남시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생각이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지난주 13일 "우리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단군 이래 최대의 범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신 시장은 "김만배 등 범죄 일당의 이익을 위해 우리 100만 성남 시민의 이익을 박탈한 문제를 뒷짐 지고 보진 않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우리 성남에 있는 대장동에 7,886억 원의 김만배 일당의 분양 수익과 토지 수익에 대해서 검찰은 우리 시민의 이익을 보호하기는커녕 이번에 항소 포기를 해서 이번에 시민이 손해배상 받을 수 있는 길을 차단해 버렸다"고 개탄했다.

그는 "국가 권력과 검찰 권력이 시민에 대한, 국민에 대한 이익을 수호하기는커녕 범죄자를 위한 국가 권력과 검찰 권력으로 타락했다"면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성남 100만 시민의 생각이며, 성남은 많은 분노로 들끓고 있다"고 전했다.

신 시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 중앙지검장과 담당 검사 등 권력의 개가 돼 말도 않되는 항소 포기를 한 자들에 대해서 성남시는 우선 공수처에 고발하고 또 도시개발공사도 고소할 것"이라고 했다.

고소·고발을 통해서 잘못한 것에 대한 법적 책임을 확실히 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할 것이며, 현재 법률을 검토하면서 고발장을 작성하고 있다고 했다.

시장은 그러면서 "우리는 범죄 수익자들에게 1원도 가져가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검찰의 항소 포기 사태로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이번 1심 판결과 이에 따른 검찰의 항소를 보면서 민사에도 대비하려고 했다. 하지만 상상도 못한 검찰의 항소 포기를 맞닥뜨린 뒤 성남시가 대장동의 늪에 더 깊이 빠졌음을 알아차렸다.

신 시장은 "우선 우리가 지난 작년에 5억 1,000만 원의 우리 민사소송 손해배상을 청구해 놓은 상태"라며 "그런데 형사재판이 판결이 나고 그럼으로써 민사소송은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않겠나, 그래서 이후에 증액을 해서 추진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 형사 판결을 보고, 또 검찰의 항소 포기를 보고, 아주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시장은 "그래서 우리는 4,895억 원에 대한 플러스알파에 대해서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것이고, 우리 시는 물론, 도시개발공사 그리고 시민 소송단까지 만들어서 성남 시민이 참여하는 우리 권리를 우리가 지키자는 그런 기치 아래 시민들이 똘똘 뭉쳐서 이 부분에 대해서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는 "범죄 수익 2,070억원 검찰이 추징보전해 놓은 부분에 대해서도 찾아내도록 하겠다. 473억원을 제외한다면 1,600억원이 되겠는데 우리는 그 이상의 범죄 수익이 있기 때문에 검찰이 추징 보전해 놓은 2,070억 원에 전액에 대해서 가압류를 신속히 하겠다. 저희가 가압류 목록을 지금 구하고 있는데, 목록을 구하는 대로 바로 가압류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이 일당들이 검찰과, 또 권력과 짜고 또 가압류를 풀 것이 의심된다. 가압류 목록도 좀 저에게 좀 빨리 전달됐으면 한다. 우리가 노력하고 있는데 지금 아직 입수를 못 한 상황"이라고 했다.

신 시장은 배당결의 무효 확인 소송도 이미 제기를 했지만 재판이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아마 우리도 이번에 판결을 보고서 좀 더 배당결의 무효확인 소송도 잘될 줄 알았는데, 검사가 항소를 포기해서 이 부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확인을 더 해봐야 되겠지만 범죄자들에게 그런 잘못된 부당하게 배당된 4,054억 원을 원천 무효시켜 달라는 소송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좀 잘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신 시장은 "시민과 국민의 재산을 강탈한 김만배 등의 범죄 수익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는 ‘473억 원으로 끝내고, 나머지는 다 범죄자들이 가져라’라고 하는 정말 사법 역사상 부끄러운 일"이라며 자신과 성남시가 최선을 싸울테니 국민들도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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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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