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소프트뱅크, 엔비디아 매각 오픈AI에 22조원 투자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SBG)이 보유하던 엔비디아 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확보한 자금을 오픈AI를 비롯한 인공지능(AI) 분야에 대규모 투자하는 전략에 나섰다.
소프트뱅크는 11일(현지시간) 발표한 2025회계연도 2분기(7~9월) 실적보고서에서 엔비디아 주식 3210만주를 지난달 약 58억3000만달러(약 8.5조원)에 전량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으로 약 3544억엔(약 3.4조원)의 이익을 실현했다. 회사는 또 미국 이동통신사 T모바일 지분 일부를 91억7000만달러에 처분하며 추가 현금을 확보했다.
이번 매각은 손 회장이 강조해온 AI 중심 전략의 자금 확보 차원으로 풀이된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9월까지 오픈AI에 108억달러(약 15.8조원)를 출자했으며 다음 달 225억달러(약 22조원)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보유한 오픈AI 지분의 공정가치는 265억달러로 평가되고 있으며 추가 투자가 완료되면 지분율은 약 11%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요시미쓰 고토 소프트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투자자 설명회에서 “이번 지분 매각은 자산 현금화 전략의 일환이며 안정적인 자금 조달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AI 생태계 확장을 위한 중장기 투자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의 2분기 순이익은 2조5000억엔(약 23.7조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비전펀드의 투자 성과가 실적을 견인한 결과다. 비전펀드는 같은 기간 3조5300억엔의 투자이익을 기록했으며, 오픈AI 투자이익만 2조1500억엔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정의 회장은 “AI는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기술이며 소프트뱅크를 그 중심축으로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국 내 5000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추진하고 AI용 반도체 설계사 ARM, 로봇기업 ABB 로봇사업부 인수(54억달러) 등으로 AI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프트뱅크가 AI 하드웨어 기업인 엔비디아보다, AI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주도하는 오픈AI에 집중하는 ‘전략적 전환’을 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엔비디아가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 기업인 만큼 매각 시점이 다소 이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소프트뱅크는 이날 내년 1월 1일부로 1주당 4대 1 액면분할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투자 접근성을 높이고 주주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행보가 손정의 회장이 주도하는 ‘AI 생태계 구축의 승부수’로 평가하고 있다. 투자은행 CLSA는 “오픈AI의 기업가치를 1조달러로 가정할 경우, 소프트뱅크의 주가는 여전히 보유 자산가치 대비 25% 할인된 수준”이라며 목표주가를 2만9000엔으로 제시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