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10-29 (수)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트럼프-다카이치 ‘新 미일 황금시대’ 선언…투자·안보 연계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

  • 입력 2025-10-29 07:25
  • 김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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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트럼프-다카이치 ‘新 미일 황금시대’ 선언…투자·안보 연계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김경목 기자] - 5500억달러 대미 투자 확정·희토류 협력 문서 서명…日, 방위비 증액 앞당기며 美와 전략적 동맹 강화
- 中 견제·경제안보 축 강화로 한국 포함 동아시아 경제구도 재편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8일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열고 ‘미일 동맹의 새로운 황금시대(New Golden Age)’를 선언했다.

이번 회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경제·안보 연계형 전략 동맹 구축이라는 구조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양국은 이날 5500억달러(약 790조원) 규모의 일본 대미 투자 이행을 명문화하고, 희토류 및 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에 관한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

이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과 일본의 경제안보 강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결합하기 시작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5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美 인프라·AI·에너지 중심

이번 회담의 핵심은 일본이 약속한 5500억달러 대미 투자금의 세부 이행 계획 확정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투자금의 절반 이상이 전력 및 인프라 분야에 투입될 예정이며, 손실 위험은 ‘제로(0)’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와 대기업은 웨스팅하우스, GE 버노바, 히타치 등이 참여하는 에너지·AI 전원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할 전망이다.

이 투자는 미국의 경기 부양과 기술 인프라 확충을 지원함과 동시에 일본 기업들에 안정적 투자 수익과 미국 시장 내 영향력 확대를 보장하는 ‘정치적 투자’ 성격이 짙다.

일본 내에서는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합의”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경제안보를 위한 공동투자”라며 방어에 나섰다.

희토류·핵심 광물 협력…中 수출 통제 대응한 ‘경제판 미일안보’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미일 핵심광물 및 희토류 확보 프레임워크’에도 공동 서명했다.

중국이 희토류·리튬·니켈 등 전략 광물의 수출 통제를 강화한 상황에서, 양국은 공급망 다변화 및 제3국 공동투자 체계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협정은 미국의 ‘반(反)중국 희토류 동맹’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호주·캐나다·베트남 등과의 다자 협력을 일본이 핵심 파트너로서 주도하는 구조를 띤다.

이를 통해 미국은 첨단 산업의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일본은 소재·정제 기술 분야에서 주도권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희토류 동맹이 본격화될 경우 중국 중심의 글로벌 광물 공급 구조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것”이라며 “미일 공조는 기술패권 경쟁에서의 ‘보이지 않는 산업 동맹’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日, 방위비 증액 조기 달성…美와 안보 연계 심화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일본의 국방비를 GDP 대비 2%로 높이는 시점을 2027년에서 2025년으로 2년 앞당긴다고 밝혔다.

일본은 2022년 '국가안보전략'을 통해 2027년까지 국방비를 GDP 대비 2%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4일, 첫 소신표명 연설에서 국방비 2% 증액 목표를 2년 앞당겨 2025년까지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알고 있다”며 “미국은 대규모 방위장비 주문을 수주했다”고 언급해 사실상 무기 세일즈 외교를 공식화했다.

이로써 일본은 자위대 현대화, 미사일 방어체계 강화 등 군사 대국화 움직임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해양 팽창을 견제할 ‘전략 파트너’로 일본을 전면에 세운 셈이다.

'아베 시즌2' 평가…다카이치, 트럼프式 ‘거래 외교’에 호응

이번 회담은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노선을 계승한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시즌2’식 밀월 관계를 복원한 자리이기도 했다.

두 정상은 회담 내내 아베 전 총리를 언급하며 신뢰를 쌓았고,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의사를 밝히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 강조했던 “미국의 황금시대” 발언을 다카이치 총리가 “미일의 새로운 황금시대(New Golden Age)”로 확장시킨 점도 주목된다.

이는 트럼프식 거래 중심 외교와 일본식 경제안보 전략이 결합된 상징적 수사로 풀이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일본의 막대한 대미 투자와 미국 국채 매입 확대가 엔저 압력을 키울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일본 증시에는 호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입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트럼프-다카이치 정상회담은 단순히 두 정상의 첫 만남이 아닌 미일 양국이 경제안보를 매개로 한 전략적 결속을 제도화한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국 견제, 공급망 안정, 첨단기술 투자, 군사력 강화까지 포괄한 이번 합의는 향후 동아시아 경제·금융질서에 구조적 변화를 불러올 ‘지정학적 경제 블록화’의 서막으로 평가된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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