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박준홍 한은 결제정책팀장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바람직하다고 생각"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한국은행이 리스크 요인을 고려할 때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준홍 한은 금융결제국 결제정책팀장은 27일 개최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주요 이슈와 대응방안' 설명회에서 "한은은 리스크 요인을 고려할 때에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은행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은행이 발행을 책임지고 주도할 수 있는, 여러가지 컨소시움을 형성해서 발행 지분을 많이 가져갈 수 있는 컨소시움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은 자본외환 규제를 엄격하게 받고 있고, 자본외환 규제 준수 시스템과 인프라를 철저하게 갖추고 있다. 중앙은행과 감독당국의 규제 틀안에 있고 리스크 관리도 가능하고 통화신용정책과 조화도 용이하다"며 "국내 주요은행들 상황을 보면 대부분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적극적이며, 한강프로젝트를 통해서 다양한 디지털통화 경험도 갖췄다"며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박 팀장은 "혁신을 위해서 IT 대기업이 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은행의 여러 능력을 봤을 때 비은행 대기업, 빅테크만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야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원화스테이블코인의 기회와 고민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원화스테이블에는 프로그래밍 기능이라는 것이 있는데 기존의 현금과 신용카드가 수행할 수 없었던 대금지급 조건을 설정할 수가 있다"며 "예를 들어 화물운송 트럭이 목표지점인 부산에 도착하는 즉시 GPS 기능과 스테이블코인의 스마트계약의 지급조건을 결합함으로써 부산에 도착한 트럭기사에 대금이 즉시 정산되도록 할 수가 있다. 대금정산의 지연을 막고 우리사회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중개업자가 없다는 것으로 거래 당사자간 빠르게 거래함으로써 비용도 줄고 속도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이런 혁신과 효율성, 편리성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코인은 역사에서 오랫동안 공공의 영역이었던 화폐의 주도권을 민간으로 옮기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1만원 지폐를 아무 문제없이 믿고 쓰는 것은 국가와 중앙은행의 신용이 있기 때문이라며 "역사에서 많은 새로운 화폐 발행 시도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혁신, 경쟁 촉진이라는 구호를 내세웠지만 안정성, 신뢰가 결여됐을 경우 그 화폐의 결말은 늘 같았다. 미국의 자유은행도 똑같은 구호로 시작됐지만, 준비자산이 됐던 주정부채권 가치가 춤을 출때마다 자유은행권 가치도 함께 춤을 췄다. 예를 들어 인디애나주의 자유은행권 같은 경우는 1달러짜리가 20센트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역사를 보면 화폐는 기술의 문제가 아닌 신뢰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될 경우 7가지 리스크 요인에 주목하고 있다"며 "첫째 스테이블코인이 스테이블하지 않을 위험, 둘째 코인런으로 금융안정이 위협받을 우려, 셋째 소비자보호 공백이 발생할 우려, 넷째 금산분리 원칙과 상충될 소지, 다섯째 자본외환 규제를 우회할 우려, 여섯째 통화정책 효과가 약화될 우려, 마지막으로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약화될 우려 등 7가지 리스크 요인을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모든 업계에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장미빛 전망을 내놓으면서 시장 기대가 높아졌다며 "그런데 발행사 입장에서 보면 무이자로 돈을 받아서 준비자산을 운용하고 이자수익을 얻는다. 이것이 바로 시뇨리지인데, 발행량이 늘어날수록 시뇨리지 이익은 가만히 앉아서 늘어나게 되어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행처럼 이자를 나눠줄 필요가 없고, 사회와 국가에 환원시킬 필요도 없다"며 "사회에 가져다 주는 효용이 생각보다 제약적이고 특정 발행사에 시뇨리지 이익이 집중된다면 이것이 바람직한 현상인지에 대해선 우리 사회 전체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원화스테이블코인을 서두르지 않으면 통화대체 현상이 일어나서 통화주권을 잃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사실 이런 통화대체 현상은 아르헨티나나 나이지리아와 같은 화폐가치가 불안정하고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나라에서 발생한다며 "우리나라 원화가치는 상대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박 팀장은 "스테이블코인은 결국 국가가 접근성을 목표로 한다. 글로벌 범용성이 매우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선 근간이 되는 기축통화의 수요가 있어야 한다"며 "기술적 형태가 디지털로 바뀌었다고 해서 그 통화의 수요가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물론 플랫폼과 같은 네트워크 선점 효과가 있어서 달러스테이블코인이 현재 시장에서 99% 이상을 차지한다. 현실을 냉정하게 보면 제2의 기축통화인 유로화를 보면, EURC는 발행 4년이 되었지만 시장 발행 비중은 0.2%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주된 용도는 가상자산과 토큰 자산의 거래 용도임을 지적하며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가상자산 발행이 금지되어있고 실물자산 토큰화 논의도 아직 초기화 단계"라며 "원화스테이블코인 발행 논의가 진행될 때는 자산 토큰화 활성화 논의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팀장은 리스크 요인을 고려할 때에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바람직하다며 "또한 다양한 제약이나 리스크 요인때문에 유관부처간 정책협의기구가 설치되어 운영되어야 한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의 공존으로 안전한 디지털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