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코스피, 4000선 사상 첫 돌파..삼성전자 10만원 넘어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포인트 고지를 넘어섰다.
2021년 ‘동학개미운동’ 열풍 속에 3000포인트를 처음 돌파한 지 4년 10개월 만이다.
27일 오전 9시 23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78.81포인트(2%) 오른 4020.40에 거래됐다.
개장 직후 3999.79로 출발한 지수는 불과 10초 만에 4000선을 뚫으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후 장중 한때 4025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가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가 4000포인트를 돌파한 것은 1989년 3월 1000포인트, 2007년 7월 2000포인트, 2021년 1월 3000포인트를 넘은 데 이어 네 번째 ‘빅 피겨’ 돌파다. 특히 3000에서 4000까지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4년 10개월로, 과거 어느 때보다 짧았다.
이날 상승세는 개인과 외국인의 동반 매수세가 주도했다. 개인은 1000억원, 외국인은 1900억원어치를 각각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2600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삼성전자가 사상 처음으로 10만원대를 돌파하며 코스피 4000 돌파의 ‘상징적 주역’이 됐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2.83% 오른 10만1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AI 거품 붕괴’로 4만9900원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는 불과 1년 만에 주가가 두 배 이상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약 500만명에 달하는 개인 주주들이 모두 수익권에 진입했다.
SK하이닉스(▲4.5%), HD현대중공업(▲6.9%), 에코프로(▲3.4%) 등 주요 종목도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를 제외한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 종목이 모두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코스피 급등의 배경으로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풍부한 유동성 ▲반도체 슈퍼사이클 본격화 등을 꼽는다.
이재명 정부 들어 상법 개정·배당소득세 완화·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 등 증시 친화 정책이 잇따르며 저평가된 국내 주식의 재평가가 이뤄졌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촉발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증이 반도체 업황을 끌어올리면서 시장의 ‘위험선호 심리’가 강화됐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 협상 타결 기대감이 커진 것도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뉴욕증시 3대 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64% 상승,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은 17.8%, 일본 닛케이는 23.6%, 중국 CSI300은 18.4%, 홍콩 항셍은 30.4%, 대만 가권은 19.5% 상승에 그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기준 업종별 상승률은 기계장비(+118%), 증권(+112%), 반도체(+97%), IT(+84%), 밸류업 관련 업종(+69%) 순으로 집계됐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9월 이후 반도체를 중심으로 상승하던 증시가 최근엔 자동차·2차전지 등으로 확산되는 등 위험선호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며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이어지는 한 특별한 악재가 나오지 않는 이상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코스피의 단기 급등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대기성 자금이 풍부하다는 점이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11.5배 수준으로, 2021년 3000선 진입 당시의 13배보다 낮다.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20일 기준 80.6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후 80조 원대를 유지 중이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 역시 96.1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내년 실적 전망이 개선된 만큼 밸류 부담은 크지 않다”며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 단기 조정이 있더라도 낙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빚투’(신용거래융자) 증가와 고환율 기조는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적된다.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3일 기준 24.4조 원으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달러/원 환율은 1400원대 초반을 유지하며 외국인 자금 유입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허 연구위원은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해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경우 외국인 수급이 다시 약화될 수 있다”며 “환율 리스크는 여전히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코스피 추가 상승 여력을 여전히 유효하게 보고 있다.
LS증권은 상단을 4100포인트, 상상인증권은 4350포인트로 제시했다. 유안타증권은 강세 시나리오에서 4400포인트를 전망했다. 모간스탠리도 내년 6월까지 4200선 도달을 예상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주식의 이익 모멘텀 상향 조정이 지속될 것”이라며 “반도체 단가 상승과 미국 빅테크의 견조한 실적이 코스피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