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국토교통부

(장태민 칼럼) 10.15 대책, 또다른 수급 불안 키울 위험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정부가 서울과 경기 주요지역을 규제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은 뒤 여기저기서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각종 부동산 카페 등에선 정부의 정책을 칭송하기도 하고, 동시에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일부에선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는 규제 대책으로 서울 집값이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도 표현했다.
하지만 부동산을 '겪어 봤거나' 부동산을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정부가 규제 일변도의 엉뚱한 정책을 내놓은 것이란 평가가 많이 보인다.
사람들은 자신의 부동산 포지션(월세, 전세, 1주택, 다주택 등)에 맞춰 희망회로나 절망회로를 돌릴 게 아니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 수급의 기본을 보자
물건 가격이 오르는 이유가 뭔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강한 '수요'는 무엇에 대한 수요인가.
서울도 상급지, 중급지, 하급지 등 다양하지만 대충 뭉뚱그려 말하자면 서울 지역의 아파트라고 볼 수 있다.
서울 집값이 뛰고 사회 문제가 된 이유는 서울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공공주택, 임대주택이 아니라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물건들을 많이 공급해주면 된다.
그러나 김현미 전 장관이 남긴,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명언 '아파트는 빵이 아니다'라는 원리에 의해 아파트는 당장 공급이 될 수가 없다.
결국 신축 공급에 한계가 있으니 구축 쪽에서 매물이 나오게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살 집이 필요하다. 모든 한국인은 예외없이 '부동산 시장에 편입' 돼 있다. 따라서 집을 팔려는 사람의 '계획'도 중요하다.
오랜기간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때려 팬 가운데 상당수는 지금 집을 팔면 어딘가 새로운 거처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서울인들의 문제'는 집을 판 사람들이 기존에 살던 곳 보다 '더 좋은 곳'으로 가려고 한다는 점이다.
즉 상급지에 대한 수요가 강하다. 이런 상황이 빚어진 데엔 문재인 정부가 잘못 도입한 '똘똘한 한 채' 정책을 오랜 기간 바꾸지 못한 영향이 컸다.
주택 분양시장에서 새로운 물건 공급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유통시장에서도 좋은 물건은 큰 선호를 받기 때문에 집값 상승 압력이 꺾이지 않는 것이다.
■ 정부가 하려는 것...앞으론 다시 '부동산 세금 게임' 시작될 확률 높아
좋은 집을 가진 사람들이 팔지 않으려는 이유는 뭘까?
단순하게 생각해서 집값 상승폭 기대값이 내가 이 집을 깔고 앉아있는 데 드는 비용보다 크면 팔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주변 사람들, 그리고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보유세 등 세금을 올려서 집을 내놓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금을 잘못 건드려 실패한 사례를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한 종부세,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강화시킨 각종 부동산 세금이 집값을 더 올리는 모습을 봐 왔다.
문재인 정부는 시시때때로 취득세, 양도세, 재산세, 종부세 등에 손대고, 각종 다주택자 규제를 활용해 집값을 적극적으로 올렸다. 경험적으로 세금은 전가효과를 통해 집값 상승에 기여했다.
세금과 각종 대출 규제, 다주택자 때려잡기를 통해 한국 부동산 수급은 극심하게 꼬이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신규 주택 공급의 혹한기를 맞아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뾰족한 수가 잘 보이지 않아 정부 관계자들은 결국 '세금을 건드는 게 낫다'는 식으로 나올 확률이 높아 보인다. 세금을 통해 집값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미신(?)을 버리기가 참으로 쉽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만약 세금 부담을 높여 매물 출회를 이끌 수 있다면 박수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문재인 정부 때 집값을 급등을 시켰던 민주당이 과연 이번엔 할 수 있을까?
여러분은 이번에 민주당 정부 부동산 정책가들의 능력이 올라왔다고 믿는가.
■ 풍선 효과와 대출 층위 나누기
사람들은 전날 정부 정책 발표 후 풍선 효과, 그리고 대출 금액 구간 효과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서울과 경기 남부 알짜 지역을 묶었지만 '이상하게 숨통을 틔워준 곳들'도 있다.
구리, 남양주, 동탄, 일산 등은 정부가 마련해준 일종의 '해방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정부가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규제지역을 넓게 잡았다고 하지만, 접점은 생길 수 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정책 효과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은 규제지역 '옆'을 사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에 묶인 지역과 근접한 곳은 공략 포인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집값별로 빌릴 수 있는 돈을 차등화해 그 효과도 큰 관심이다.
수도권·규제지역의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의 주담대 한도는 현행과 동일한 6억원, 시가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시가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대출한도를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대출을 규제하면 앞으로 비싼 집을 사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즉 당분간 상급지 시장에 '냉각기'가 올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다만 이 부분이 과연 고가주택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스러운 측면이 있다.
문재인 정부 이후 서울 집값이 폭등하면서 '아파트 호핑' 등을 하면서 이미 거액 현금을 손에 쥔 사람이 보통 사람들의 생각보다 많다.
이처럼 현금 부자들이 많고 또 정부의 주담대 규제에도 불구하고 사업자 대출 등 다른 방식으로 돈을 빌릴 수 있다면 고가 주택들의 가격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얘기들도 들린다.
이런 가운데 15억까지는 6억까지 빌릴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온갖 수를 써서 15억 아래 아파트들을 15억 쪽으로 붙이려 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정부가 나눈 대출 기준 금액들이 일종의 앵커가 돼 사람들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토허제 확대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듯
필자는 특히 토허제 지정으로 전세 물량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어 이 부분이 만만치 않은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고 본다.
토허제 확대로 전세의 씨가 마르고 전셋값이 몇 천만원, 몇 억씩 오르기 시작하면 여력이 있는 '전세 저니맨'을 중심으로 주택매수 대열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
이런 분위기가 강화되면 울며 겨자먹기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덩달아 늘어나 매매가격을 더욱 자극할 수도 있다.
아울러 토허제 확대가 재건축 등에 영향을 미쳐 안 그래도 부족한 주택 공급을 더욱 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보인다.
전날 정부 대책을 두고 '지금까지 보지 못한 강력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이런 평가가 서울 집값 하락을 담보해줄 것 같지는 않다.
정부의 과감하지만 '무식한 대책'은 또 다른 측면의 수급 불안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