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15일(현지시간) 중국 규제당국이 엔비디아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관련 악재로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뉴욕주식 정규장에서 전장 종가보다 0.04% 내린 177.75달러로 마감했다.
중국 규제 당국의 예비 반독점 조사결과 발표는 미중 양국 외교관들이 이번 주 마드리드에서 4차 무역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측 협상 대표인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14일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 직전 압박 수위를 높였다. 12일 미국 상무부는 중국 반도체 기업 2곳을 이른바 '실체 목록(Entity List)'에 추가해 GMC반도체 기술과 지춘반도체 기술이 미국 반도체 기술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지속적인 무역 협상에도 불구하고 미중 양국은 긴장된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서로의 무역 조치에 보복성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AI 기술 핵심 장비의 중국 수출을 대부분 금지하고 있고, 중국은 다양한 전자제품과 방위 장비에 사용되는 희토류 광물 공급 약속을 미루고 있다.
특히 이번 엔비디아 제재는 중국이 훨씬 더 공격적인 태도로 나선 것이며,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약속한 ‘엔비디아 칩의 대중 수출 허용’이 중국에서 기대만큼 환영받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중 양국은 AI와 이를 뒷받침하는 반도체 기술을 국가안보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현재는 미국이 앞서 있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엔비디아와 AMD로부터 중국 반도체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받는 조건으로, 일부 고성능이지만 기능이 제한된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를 허용하는 합의에 서명했다. 이 합의는 미국의 AI 우위를 지키는 동시에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진전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엔비디아에 제재를 가할지는 불분명하다. 중국 규제당국은 해당 기업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번 조사 지속 결정은 지난해 12월 시작된 초기 조사에 이은 것이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성명을 통해 "엔비디아는 이스라엘 반도체 설계사 멜라녹스 테크놀로지스 인수에 대한 규제 당국의 조건부 승인 조건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 백악관은 지난 4월 엔비디아의 H20 칩과 AMD의 MI308 칩을 포함한 특정 AI 칩의 중국 수출을 차단했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와 체결한 전례 없는 협정에 따라 해당 기업들은 중국 내 해당 칩 판매 재개를 위한 수출 라이선스를 취득해 다시 중국에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엔비디아는 바이든 행정부의 수출 통제에 직면해 중국시장 접근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해 H20 칩을 출시했다. 중국 시장은 2024년 엔비디아 매출의 13%를 차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H20 칩의 중국 수출을 허용했음에도 중국이 이를 수용할지는 불분명하다. 백악관이 중국 수출을 허용한다고 발표한 직후 중국 관영매체 계정은 해당 칩이 중국에 안보 우려를 제기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게다가 중국은 이미 암시장을 통해 H20 칩을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H20 칩은 올해 초 출시 당시 실리콘밸리를 뒤흔든 중국의 첨단 AI 모델 ‘딥시크’ 개발에 기여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는 중국의 AI 기술 수준이 당초 예상보다 앞서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