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제금융센터는 12일 "ECB는 경제 활동의 급격한 악화나 인플레이션의 큰 폭 하락이 없는 한 현재 금리 수준이 적절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금센터는 "유로존 금리 인하 사이클은 종료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같이 예상했다.
현 시점 ECB에 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데이터는 부족하다고 했다.
센터는 "유로존 정책금리는 중립금리 추정 범위(1.75~2.25%)의 중앙값, 인플레이션을 제거한 실질 금리는 0% 전후로 경기나 물가의 상하방 위험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8월 제조업PMI(50.7)의 확장국면 진입 등은 3분기에도 역성장은 회피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독일의 재정 계획도 지출 규모나 속도가 예상을 상회하는 방향으로 구체화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15%(상한) 관세는 기준 시나리오(10%)보다는 높지만 여타국에 비해서는 유리하거나 동등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관세 불확실성 완화로 성장의 하방 위험은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센터는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5y5y inflation swap)은 2.1%로 목표 수준에 근접하지만 임금 상승률 둔화는 ECB의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국채시장 불안은 ①국내 요인에 의한 것이고 ②주변국으로의 확산 징후가 없으며 ③은행권 유동성 상황도 안정적이어서 현재로서는 ECB의 개입 유인도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센터는 "지난 1년간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고부채 국가 국채의 상관관계는 약화됐으며 은행들의 ECB 유동성 의존도 전체 초과 유동성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며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파급경로보호장치(TPI) 활성화보다는 양적긴축(QT) 속도조절이 우선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강영숙 선진경제부장은 "유로화 강세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상존하지만 단기내 추가 금리 인하의 장벽은 높아진 것으로 보이며 최종 금리가 2%가 될 가능성이 증가했다"면서 "라가르드 총재가 2027년 물가 전망 하향 배경으로 환율 변동을 언급한 점, 근원 물가 전망치는 1.8%임에도 언급이 없었던 점 등은 유로화 강세가 국내 요인에 기인한다면 2%를 크게 하회하지 않는 언더슈팅은 용인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잭슨홀 회의에서도 노동시장의 회복력이 예상했던 것보다 강력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 ECB 예상대로 금리동결
ECB는 1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현재 물가상승률이 중기 목표치인 2% 수준에 있는 점, 물가 전망에 전반적으로 변동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금리를 동겨랬다. 2회 연속 정책금리를 동결(수신금리 2.0%, 리파이낸싱금리 2.15%, 한계 대출금리 2.4%)이다.
QT(APP∙PEPP 원금 재투자 중단), 파급경로 보호장치(TPI, 근거 없이 무질서한 시장 상황에 대응) 관련 지침도 종전대로 유지했다.
ECB는 성장률, 물가상승률 전망치에는 소폭의 변화만 있었다고 했다. 주요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고 인플레이션도 목표 수준에서 안정화될 것을 시사했다.
상반기 유로존 경제는 견조한 내수에 힘입어 0.7% 성장했다.
ECB는 노동시장 회복력, 누적금리 인하, 재정 지출 확대 등이 내수 회복을 지지할 것이며, 내년에는 관세 인상, 유로화 강세에 따른 부담도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5년 성장률 전망은 견조한 상반기 실적 등을 반영해 0.3%p 상향하고 2026년 전망은 해외 수요 약화 등을 감안해 0.1%p 하향조정했다.
인건비 증가율 둔화, 생산성 향상, 유로화 강세 등이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조적 물가 지표,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2% 수준에서 안정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2025-2026년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이 0.1%p 상향조정됐으나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은 동일했다. 2027년 전망치는 모두 0.1%p씩 하향했다. 성장 전망의 하방 위험은 다소 완화됐으나(tilted to the downside→became more balanced) 물가 전망은 여전히 평소보다 불확실했다.
국금센터는 "유로존은 유로화 강세, 관세 인상 등 하방 위험과 공급망 분열, 재정지출 확대 등 상방 위험이 병존한다. 최근 무역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됐으나 글로벌 정책 환경 변화의 전반적 영향은 시간이 지나면서 명확해질 것"이라고 했다.
■ 라가르드의 유로존 경제 진단
라가르드 총재는 ECB의 통화정책이 계속 좋은 위치에 있다고 강조하는 한편 물가 전망의 목표치 하회가 항상 정책 조정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금리 동결은 만장일치 결정이었다.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종료(disinflationary process is over)돼 물가상승률은 최근 수치와 중기 전망 모두 2% 수준이며 관련 위험도 균형에 가까워져(risks are more balanced) 좋은 상태가 지속(continue to be in a good place)됐다고 풀이했다.
금리 경로가 정해진 것은 아니며 데이터 기반, 회의별 접근 방식임을 강조했다.
무역 합의로 6월 전망 시점에 비해 EU의 보복 위험이 사라지고 무역 불확실성이 완화된 것이 위험 평가 수정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2027년 물가상승률 전망치(1.9%)하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높은(big, fat)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전망치 수정은 환율 변화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데 따른 것이며 경미한 편차(minimal deviations)라면, 즉 편차가 작고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면 정책 조정을 정당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프랑스 정국 불안과 관련해 라가르드 총재는 개별국 상황에 대한 언급은 거부했다. 하지만 ECB가 시장 동향을 주시하고 있으며 통화정책 매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수단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유로존 국채 시장은 질서 있고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이번 회의에서 TPI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언급했다.
양적긴축에 대해선 통화정책의 기본 도구는 정책금리이며 양적긴축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시장에는 매우 제한적인 영향만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시장은 라가르드 총재의 기자회견이 매파적이었다는 평가했다. 독일 국채는 보합세를 보였으며 유로화는 강세를 나타냈다. 주가는 경기 회복 기대로 상승했다.
독일 국채 금리(10년)는 금리 동결 및 경제 전망 보도자료 공개 직후에는 하락으로 반응했으나 기자회견이 진행되면서 상승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ECB 금리 인하 기대 후퇴, 미 고용지표 약세 등에 영향을 받으며 상승했다. 주가는 ECB가 내수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더욱 강화한 가운데 폴란드에서의 지정학적 긴장 증가로 방위산업 주도로 상승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