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中알리바바, 차세대 AI칩 자체 제작...뉴욕증시서 13% 급등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중국 빅테크 기업 알리바바가 자체 AI 전용칩을 개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리바바 주식 가격은 관련 호재로 이날 뉴욕주식 정규장에서 전장 종가보다 12.9% 높은 135.0달러로 마감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과 AI 개발업체들이 미국과의 AI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 지원 아래 자체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알리바바가 기존보다 범용성이 높은 신형 AI칩을 개발한 것이다.
알리바바는 그동안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이었으나 엔비디아가 규제 장벽에 막히며 중국 내 판매에 제동이 걸리자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AI칩 설계사들이 공백을 메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이 아직 미국의 최첨단 칩을 따라잡기에는 한참 멀었다고 지적한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최첨단 칩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중국 내 공장들도 첨단장비 접근 제한으로 생산 역량을 확충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엔비디아가 중국 판매를 허용받은 가장 강력한 AI 프로세서 ‘H20’의 대체 제품을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월 엔비디아의 H20 수출을 재개했지만 중국 정부는 보안 우려를 이유로 자국 기업에 구매를 자제하도록 했다.
상하이의 스타트업 메타X는 7월 H20 대체 칩을 공개했다. 메모리 용량이 더 커 일부 AI 작업에서 성능이 앞서지만 전력 소모가 많은 것이 단점이다. 메타X는 양산 준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베이징의 AI 칩 설계업체인 캠브리콘 테크놀로지는 2분기 매출 2억4700만달러를 기록하며 급성장했다. 이 회사 주가가 급등하자 회사 측은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로 유명하지만 실제 수익의 상당 부분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에서 나온다. 지난 2분기 클라우드 매출은 AI 수요 폭증에 힘입어 26% 증가했다.
에디 우 알리바바 CEO는 "'AI+클라우드'는 전자상거래와 함께 회사의 양대 성장 엔진이다. 향후 3년간 최소 53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리바바의 자체 AI 모델 ‘Qwen’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신형 칩은 특정 응용 분야에 맞춰진 기존 칩과 달리 다양한 AI 추론 작업을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제조는 중국 내 업체가 맡았으며, 과거처럼 대만 TSMC를 거치지 않았다. 미 당국은 TSMC가 중국을 위해 첨단 AI 칩을 생산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다만 중국 내 칩 제조사들은 노후 장비와 국산 장비 한계로 공급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타X는 구형 기술을 활용해 칩을 만들고, 두 개의 작은 칩을 결합해 성능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급자족형 AI 공급망 구축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올해 1월에는 84억달러 규모 AI 투자펀드도 출범시켰다. 선봉장은 화웨이로, 자사 AI 칩 ‘Ascend’를 기반으로 한 컴퓨팅 시스템을 공개했다. 이 시스템은 384개의 칩을 결합해 엔비디아 최신 ‘블랙웰’ 칩 72개가 장착된 시스템보다 일부 지표에서 더 강력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는 6월 관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칩을 결합하면 최첨단과 비교할 수 있는 연산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칩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화웨이는 제재로 인해 엔비디아 플랫폼과 호환성이 부족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사이에서 불편함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알리바바의 신형 칩은 엔비디아 칩과 호환돼 기존 프로그램을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중국의 가장 큰 약점은 AI 모델 훈련이다. 이 과정에는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이 필요하지만, 중국산 칩은 발열과 고장 문제로 훈련 과정에서 자주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오픈AI에 도전장을 낸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는 자사 소프트웨어 혁신과 국산 칩 개선을 결합해 일부 AI 모델 훈련이 가능할 수 있다고 시사해 중국 증시를 자극한 바 있다.
AI 투자사 인터커넥티드 캐피털의 케빈 쉬 대표는 블로그 글에서 "이런 적응 전략이 중국 AI 개발자들이 예상보다 빨리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도록 함으로써 엔비디아와 미국 AI 생태계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