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캐나다가 미국산 제품에 부과했던 수십억달러 규모의 보복 관세 일부를 철회하기로 했다. 다만 자동차·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며, 이는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통화 이후 나온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의 통화는 양국이 설정한 무역협정 체결 시한을 넘긴 뒤 처음이다.
캐나다는 앞서 미국이 캐나다산 제품에 35% 관세를 부과하자 이에 맞서 약 300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25% 보복 관세를 매겼다. 대상 품목에는 오렌지 주스와 세탁기 등이 포함돼 있었다.
카니 총리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부합하는 제품에 대해 미국과 보조를 맞춰 관세를 철회할 것"이라며 "양국 간 교역되는 대부분 제품에서 자유무역을 재확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9월 1일부터 발효된다.
백악관은 CBS에 보낸 성명에서 "캐나다의 결정은 오래전부터 필요했던 조치”라며 "무역과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해 캐나다와 논의를 이어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카니 총리와 통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당선된 카니 총리는 선거 과정에서 아이스하키 용어를 인용해 '몸싸움(elbows up)'을 불사하는 강경한 대미 협상 전략을 내세운 바 있다.
피에르 푸알리에브르 캐나다 보수당 당대표는 이번 보복 관세 철회 결정을 비판하며 "총리의 팔꿈치가 이상하게도 사라졌다”며 "또다시 카니 총리가 미국에 굴복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카니 총리는 캐나다가 미국과의 자유무역 예외 조항 덕분에 다른 나라들보다 유리한 지위를 갖고 있다고 반박하며 "캐나다산 제품의 실질 평균 관세율은 약 5.6%로 다른 국가들의 평균 16%에 비해 훨씬 낮다. 미국과 남은 통상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캐나다 노동자와 기업에 주어진 이 독특한 이점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자동차·철강·알루미늄·목재 등 주요 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협상을 가속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현재 영국을 제외한 모든 철강·알루미늄 및 구리 수입에 50% 관세를 매기고 있다. 또한 자동차 수입에도 고율 관세를 적용 중이다.
이에 대응해 캐나다도 미국산 철강·알루미늄·자동차에 25% 보복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가 캐나다 경제에 막대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캐나다는 두 금속의 주요 공급국으로 이미 현지 기업들은 계약 취소와 생산 축소를 겪고 있다.
한편 북미 3국이 긴밀히 얽혀 있는 자동차 산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대의 자동차가 판매되기 전까지 미국·캐나다·멕시코 국경을 여러 차례 넘나들며 조립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캐나다 자동차 산업 중심지인 온타리오주는 최근 3개월 동안 약 3만8천개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제조업 일자리였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