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8-30 (토)

(장태민 칼럼) CPI와 PPI, 그리고 베센트와 서머스

  • 입력 2025-08-18 13:5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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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사진: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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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에리카 맥엔타퍼(Erika Lee McEntarfer) 노동부 노동통계국장을 전격 경질했다.

7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 증가수가 예상을 대폭 밑돈 것으로 나오고 이전 수치들도 대거 수정되자 트럼프는 바이든 시대에 임명된 국장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트럼프는 맥엔타퍼 국장에 대해 '통계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해고를 통보한 것이다.

일단 고용 데이터 수치가 많이 이상하긴 했다.

당시 7월 비농업고용은 7.3만명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10만명 남짓)을 하회했으며, 무엇보다 5~6월 고용이 이전 발표치에 비해 25.8만명이나 하향조정된 점이 눈길을 끌었다.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관세와 이민 정책 등 트럼프 행정부 정책 영향이 나타나면서 소비, 투자에 이어 고용 둔화 추세도 가시화되기 시작했다면서 9월 연준의 금리인하를 당연시하기 시작했다.

■ 고용 충격 이후의 CPI, 9월 금리 인하 확보...현직 재무장관의 놀라운 연준 압박

8월 1일 고용지표 발표 당일 미국채 2년물 금리는 26.5bp 폭락하면서 급하게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했다.

당시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었지만, 고용지표가 서프라이즈를 나타내면서 분위기를 급격하게 되돌린 것이다.

고용지표 발표 당일 미국채 10년 금리는 15bp 정도 빠지면서 불 스티프닝 분위기가 형성됐다.

1일 고용지표가 발표로 고용 차원에서 '금리인하'를 확보(?)한 금리시장은 12일 소비자물가가 나오자 금리인하를 더욱 당연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7월 CPI 데이터가 예상에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의 수치를 보여주자 연준의 9월 금리 인하를 더욱 자신하게 됐다.

CPI 결과가 나온 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이 반영하는 9월 금리인하 확률은 95%를 넘어섰다.

7월 CPI는 전년비 2.7% 상승해 6월과 같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시장 예상치 2.8%보다는 약간 낮은 수치였다. 전월비로는 0.2% 상승해 예상에 부합했다. 다만 근원 CPI(식품과 에너지 제외)는 전년비 3.1% 상승해 전망보다 약간 높다는 느낌을 줬다.

시장은 전체적으로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은 CPI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리 인하를 자신했다.

특히 최근 고용지표와 CPI 데이터는 트럼프 진영의 강도 높은 금리 인하 주장에 더 큰 힘을 실어줬다.

트럼프가 파월에 대한 고소까지 위협하는 가운데 그의 측근들까지 연준 압박에 동참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12일 CPI 결과를 확인한 뒤 연준에 대놓고 '50bp 인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행정부 경제수장이 매우 구체적으로 금리 인하폭을 요구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베센트는 연준이 당장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50bp 강도'로 인하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속 인하 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금리가 현 수준에서 1.5%~1.75%p 정도 낮아져야 적절하다고 했다. 어떤 경제 모델을 보더라도 그 정도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계 에러'와 금리인하를 연계시키는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수정된 고용 지표가 연준에 미리 알려졌다면 6월과 7월에도 이미 금리 인하가 있었을 수 있다고 했다.

■ PPI의 반전과 연준맨들의 응전

지난주 베센트 장관의 구체적인 금리인하 관련 발언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한국으로 따지면 경제부총리인 기재부 장관이 한은 총리에게 금리인하 시기와 폭을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과 같다.

미국에선 과거 재무장관들이 연준의 금리 정책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것을 크게 자제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트럼프 시대'다.

기존 질서나 관행 따위는 중시하지 않는 트럼프 시대의 경제 수장인 만큼 베센트의 연준에 대한 구체적인 금리인하 요구는 '그럴 수 있다'는 느낌도 준다.

고용지표와 CPI 데이터로 9월 금리 인하가 당연시되고 베센트의 발언 등으로 '빅스텝(50bp)' 가능성까지 거론될 때 미국 PPI가 나와 분위기를 되돌렸다.

CPI가 관세에 따른 인플레 압력이 '과장'이라는 시그널을 던졌다면, PPI는 관세에 따른 물가 압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인식을 재차 키웠다.

14일 발표된 미국의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기계, 장비 부문을 중심으로 전월비 0.9% 급등했다.

이 수치는 시장예상인 0.2%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이 상승률은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였다. 전년비 상승률은 3.3%를 나타냈다.

PPI 발표 후 금융시장에선 관세가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려 기업이익을 압박할 수 있으며, 높은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강화됐다.

특히 고용지표, CPI에도 불구하고 매파성을 버리지 못한 연준 관계자들이 PPI 결과를 등에 업고 베센트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현재 상황을 감안할 때 9월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뒤 "일부에서 주장하는 50bp 인하는 지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15일 CNBC 인터뷰에서 "이번주 CPI와 PPI 보고서는 인플레이션 방향에 대한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일시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서비스 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가 여전히 '황금 경로'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CME의 페드와치는 9월과 10월 각각 기준금리 25bp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PPI의 반전에도 불구하고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80% 이상으로 매우 높게 보고 있긴 하다.

■ 트럼프에 휘둘리는 연준 내부 파워 게임

고용지표·CPI를 등에 업고 트럼프와 그의 부하들은 연준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파월이 연준 본부 건물을 개보수하면서 끔찍하고 극도로 무능한(The horrible, and grossly incompetent)한 업무 처리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공사 비용이 원래는 5천만 달러 수준이었지만 파월의 무능으로 30억 달러 규모로 불어난 점을 문제삼았다. 그러면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연준 내부의 세력 구도도 다이내믹해지고 있다.

연준 내부에선 보우먼, 월러 이사 등 차기 연준 의장감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정부의 금리 인하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정치적으로 잘 보여서 연준 의장이라는 꿈꾸기 어려운 자리를 차기하기 위한 사람들의 돌출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연준 의장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이븐플로우의 마크 서멀린은 "물가가 2~3% 범위로 안정적이고 노동시장약세가 심화되고 있어 금리 50bp 인하가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마크 서멀린은 1970년생으로 연준 의장 후보군 중엔 젊은 축에 속한다. 과거 부시 행정부에서 대통령 경제 정책 부보좌관과 국가경제위원회 부국장을 역임한 경력이 있으며, 지금은 트럼프 정부에 줄을 대기 위해 노력 중이다.

금리 정책을 둘러싼 연준의 구도가 시간이 흐를수록 트럼프의 의중 대로 재편될 수 있다는 예상들도 나오는 가운데 향후 미국 금리정책이 상당한 파워 게임 양상을 띌 수 있는 것이다.

■ 민주당 정부 前재무장관의 트럼프 정부 現재무장관에 대한 비판

최근 고용지표, CPI, PPI 등이 엇갈린 수치를 보여주고 미국 정부의 통화정책 간섭이 심화되자 미국 민주당 정부에서 경제 관료를 지낸 서머스가 나섰다.

로렌스 H. 서머스는 클린터 정부의 재무장관, 오바마 정부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서머스는 과거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연준 의장 후보로 고려했으나, 당내 일각의 강력한 반발로 재닛 옐런에게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이런 이력의 소유자인 서머스로선 베센트 재무장관의 연준에 대한 강력한 위협을 좌시할 수 없었다.

몇 시간 전 서머스는 자신의 X에 베센트의 발언에 대한 강도높은 우려를 표명했다.

서머스는 "재무장관이 금리에 대해 그렇게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행정부 관리들은 (최근 베센트 장관처럼) 그런 종류의 판단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행정부 관료가 공개적으로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하는 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머스는 또 통화정책의 어떤 모델도 중립금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 그리고 인플레이션 기대에 대한 판단을 기반으로 해야 하지만 베센트의 발언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만약 매우 큰 재정적자, 상당히 높은 데이터 센터 투자, 무역적자 감소, 그리고 저축 흐름을 줄이는 높은 자산가격이 자금 수요 순증가를 일으키고 있다고 본다면 나는 중립금리가 상당히 많이 올랐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경우엔 경기침체를 보지 않는한 175bp 금리 인하를 처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정치적 압박에 시달린 파월, 잭슨홀에선...

최근 예상을 대폭 밑돈 고용지표, 엇갈린 물가지표, 그리고 행정부의 금리정책 간섭 심화 속에 이번주 잭슨홀 심포지엄이 열린다.

잭슨홀이 통화정책방향과 관련해 묵직한 메시지를 주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파월의 연설에 관심이 쏠려 있다.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여전히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 가운데 잭슨홀에서 파월 의장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금리인하 압박이 도를 넘었지만, 연준은 그저 '데이터 좀더 보겠다'는 식의 드라이한 반응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18일 "이번 잭슨홀에서 파월 의장이 9월 금리인하 여부 관련 명확한 신호를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며 "향후 공개될 8월 소비자물가와 고용보고서를 통해 물가와 노동시장 상황을 좀 더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센터는 "아울러 최근 경제 여건이나 금융시장 상황이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할 정도로 급박한 것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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