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18일 미국채 금리 상승에 약세로 출발할 듯하다.
지난주 미국채 시장은 CPI에 안도하면서 9월 FOMC 금리인하 기대감을 키웠으나, 예상을 웃돈 PPI 수치를 확인한 뒤 금리를 다시 올려야 했다.
국내 연휴 기간 미국채10년물 금리는 다시 4.3%대로 올라서면서 이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 미국 PPI가 다시 불러일으킨 인플레 우려
현지시간 14일 발표된 미국의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기계, 장비 부문을 중심으로 전월비 0.9% 급등했다.
이 수치는 시장예상인 0.2%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이 상승률은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였다. 전년비 상승률은 3.3%를 나타냈다.
소비자물가를 통해 관세 영향에 안도했던 시장이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금융시장은 12일 예상에 대체로 보합한 CPI 결과를 본 뒤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영향이 우려만큼 크지 않다"는 식의 평가들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PPI가 나온 뒤 시장에선 생산자물가가 나온 뒤 관세가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려 기업이익을 압박할 수 있으며, 높은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아울러 최근 물가 데이터를 감안할 때 트럼프 정부 재무장관이 얘기하는 50bp 인하는 과도하다는 지적도 보였다.
연준에선 또 시장이 기정사실로 만들어가던 9월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보였다.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현재 상황을 감안할 때 9월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뒤 "일부에서 주장하는 50bp 인하는 지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15일 CNBC 인터뷰에서 "9월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하려면 좀더 많은 확신이 필요하다. 이번주 발표된 혼조 양상의 인플레이션 데이터와 관세에 대한 지속적인 불확실성이 금리 인하에 대한 자신의 결정을 주저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굴스비는 특히 최근 인플레이션 완화와 안정적인 노동시장을 결합한 '황금 경로'가 금리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CPI와 PPI를 모두 확인한 뒤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이번주 CPI와 PPI 보고서는 인플레이션 방향에 대한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일시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서비스 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가 여전히 '황금 경로'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연준에 대한 통제력 강화 프로젝트는 진행 중이다.
미래 연준 이사나 파월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사람들은 트럼프의 입맛에 맞추려는 듯한 스탠스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은 당장 9월 빅스텝을 종용하기도 한다.
예컨대 연준 의장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이븐플로우의 마크 서멀린은 "물가가 2~3% 범위로 안정적이고 노동시장약세가 심화되고 있어 금리 50bp 인하가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 14~15일 이틀간 미국, 유럽 금리 일제히 상승
미국채 금리는 14일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상승했다. CPI 결과에 안도했으나 PPI가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인 뒤 금리는 올랐다.
미국채 금리는 현지시간 14~15일 상승세를 이어갔다. 국내가 광복절 연휴를 맞이한 기간 미국채 금리는 이틀간 7bp 넘게 올랐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4일 4.50bp, 15일 3.15bp 올라 4.3175%를 기록했다.
국채30년물 수익률은 각각 4.50bp, 4.70bp 상승해 4.9180%를 나타냈다. 국채30년물 금리 레벨이 5%와 10bp 안 쪽으로 들어온 것은 7월 30일(4.9030%) 이후 처음이다.
국채2년물 금리는 이틀간 각각 5.70bp, 2.30bp 상승해 3.7545%를 나타냈다. 국채5년물은 각각 5.15bp, 2.35bp 상승한 3.8385%를 기록했다.
유럽 쪽 금리 급등도 눈길을 끌었다.
독일 10년물 금리는 14일 3.18bp, 15일 7.50bp 상승해 2.7848%를 기록했다.
영국 10년물 수익률도 각각 5.63bp, 5.71bp 올라 4.7839%에 자리했다.
■ 인플레 우려 속에 나오는 미국의 경기 우려 움직임도
미국의 8월 소비자신뢰지수는 4개월 만에 하락으로 전환했다.
15일 미시간대 발표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신뢰지수는 58.6으로 잠정 집계돼 전월 61.7보다 하락했다. 이는 예상치 61.9를 하회하는 결과다.
예상을 밑도는 지수는 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늘어난 데서 비롯됐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5%에서 4.9%로,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4%에서 3.9%로 높아졌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개월 만에,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개월 만에 상승으로 전환했지만 두 지표 모두 지난 4, 5월 일시적으로 기록했던 최고치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
미시간대 설문조사 디렉터인 조앤 쉬는 "소비자 신뢰도는 8월에 약 5% 하락하며 4개월 만에 하락으로 전환했다. 이 악화는 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늘어난 데서 비롯됐다"며 "전반적으로 소비자들은 4월 상호관세 부과가 발표되고 일시 중단된 이후 우려되던 최악의 경제 시나리오를 더 이상 예상하지 않고 있으나 미래에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악화될 것으로 계속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1년간 실업 악화를 예상하는 소비자 비중은 2022년과 2024년 11월까지만 해도 약 32%였지만, 현재는 60% 수준으로 대공황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미국의 7월 소매판매도 예상을 밑돌았다.
15일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소매판매는 7,263억달러로 전월 대비 0.5% 늘었다. 이는 예상치(0.6%)를 소폭 하회하는 결과다. 전년 동월보다는 3.9% 증가했다.
6월 소매판매는 0.6% 증가에서 0.9% 증가로 대폭 상향 수정됐다.
매튜 셰이 미국소매협회(NRF) 회장은 "7월 소비자 지출이 많은 소매업체가 성공적인 여름 판매 행사를 개최한 가운데 소비자들이 관세 인상 전에 구매를 앞당기며 소매판매가 증가했다"며 "최근 데이터는 상품 가격 상승, 특히 비내구재 가격 상승을 보여주는 만큼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영향이 확대되고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트럼프 반도체 관세, 한·미 통화당국 움직임 등 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제 다시 반도체 관세 위협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관세율을 300%까지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15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알래스카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2주 안에 반도체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향후 한미 정상회담, 미국의 반도체 관세 조치 등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계감도 보인다.
채권시장은 한미 통화정책 차별화 정도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에선 최근 트럼프 정부의 연준 압박 속에 9월 FOMC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PPI 데이터 확인 등을 통해 빅컷 요구 등은 과도하다는 인식이 강화됐다.
향후 잭슨홀 미팅 등을 통해 연준의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통화당국은 계속해서 부동산(가계부채), 환율 등 금융안정 관련 변수들을 주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통화정책 상에 미국과 온도차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진단도 나오는 중이다.

자료: 최근 최종호가수익률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채권-장전] CPI와 달랐던 미국 PPI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