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8-01 (금)

(장태민 칼럼) 동맹국들에게 조공 걷는 트럼프

  • 입력 2025-07-28 13:3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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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트럼프 대통령, 출처: 백악관

사진: 트럼프 대통령, 출처: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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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일본에 이어 EU도 미국과 15% 관세율에 합의하면서 한국 역시 이 수준의 관세를 부여 받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현지시간 27일(일요일) 미국과 EU는 관세협상을 마무리했다.

EU산 자동차도 일본산처럼 이 관세의 틀 속으로 편입됐다.

한국 역시 선진 경제권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만큼 일단 이들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EU도 일본처럼 15% 관세 합의하고 미국에 선물...한국도 이길 따를 것이란 예상

미국 동맹국들은 당초 미국이 제시했던 수치보다 낮춰 관세율을 부여 받는 대신 21세기판 조공을 받치는 중이다.

미국은 EU에 제시했던 상호관세를 30%에서 15%로 깎아주면서 생색을 냈다.

미국과 EU는 27일 일요일 미국으로 수입되는 EU산 상품에 상호관세 및 자동차 품목관세 15%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무역협정에 합의했다.

기본적으로 일본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춘 것이다.

EU산 수출품 대부분에 15%의 관세가 적용되지만 철강과 알루미늄은 기존 쿼터제를 유지하고 의약품은 제외된다. 의약품 관세는 향후에 발표하기로 했다.

양측은 항공기 및 관련 부품, 반도체 장비, 특정 화학제품 및 복제약, 핵심 원자재, 농산물 및 천연자원 등에 대해선 성호 무관세에 합의했다.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반도체 품목관세 인하 대상 여부에 대해선 2주 후에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EU는 15% 관세에 합의한 뒤 7,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고 미국에 6천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하기로 했다.

금융시장에선 한국도 일본, EU의 길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많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한국도 일본, 유럽처럼 15% 관세율과 비슷한 협상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일부에선 한국만 왕따 취급을 당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하지만 반도체, 조선, 방산 등 한미 산업의 협력 필요성, 그리고 미중 패권다툼에서 한국이 가지는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미국이 한국만 소외시키는 결정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했다.

■ 미국, 한국 홀대 제스처 취하면서 기선 제압 노력

최근 한미 관세협상에 대한 긴장감이 커졌던 이유는 미국의 한국 '홀대' 때문이었다.

지난 24일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미국으로 출국하기 1시간 전에 '25일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 무산'이라는 통보를 받아야 했다.

외교적으로 이런 일은 거의 보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미국에 있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마저 협상 파트너인 루비오 국무장관을 만나지 못하고 귀국하게 돼 그림이 영 이상해졌다.

한국의 안보수장, 경제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줄줄이 무시를 당하는 그림이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당연했다.

외교 관례상 상상하기 힘든 일이 미국의 의도적, 혹은 전략적인 한국 홀대 전술을 통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금융가 등 주변에서 긴장감을 높이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최근에 나타난 '불길한 징조'를 두고 판이 깨진다고 예상하긴 쉽지 않다.

판을 뒤엎는다기 보다는 미국이 한국의 대미 투자를 더욱 압박하고 쌀, 소고기 등의 분야에서 개방 확대를 요구하기 위한 술수일 수 있다.

미국은 일본과 협상할 때 4천억불 투자로 분위기를 띄웠다가 5천억불로 올린 뒤, 거기에서 500억불을 더 얹을 정도로 최선을(!) 다한다.

■ 미국, 15% 조건으로 최대한 돈 뜯어내려 할 듯

트럼프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 중 본 적 없는 캐릭터다.

그는 노골적으로 동맹국들에게 돈 내놓으라는 요구를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자기 나라 절반도 안 되는 한국에게 '머니 머신'이라고 치켜세우면서 미국을 도와야 한다고 한다.

1인당 국민소득 9만불에 육박하는 미국이 인당 국민소득 4만불도 안 되는 '못 사는 나라'를 지독하게 괴롭힌다.

미국은 자신을 통 크게 도와야 한다고 끊임없이 동맹국들을 가스라이팅하고 있다.

트럼프는 특히 최근 대놓고 미국에 투자하는 금액이 커질수록 관세율을 내려간다고 독려하기도 했다.

최근 일본이 5,500억달러, 즉 우리도 750조원이 넘는 투자를 하기로 했다면서 한국에게도 엄청난 투자금액을 요구했다.

한국 경제 규모가 일본의 1/3 남짓이라는 점에서 한국 입장에선 1천억달러, 맥시멈으로 2천억달러 정도를 예상했다.

하지만 미국 언론 보도를 보면 트럼프 행정부는 뜬금없는 액수를 불렀다.

미국 매체 불룸버그는 미국이 한국에 제안한 금액은 4천억달러라고 했다.

트럼프가 초기에 세게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과 한국의 상대적 덩치를 비교할 때 너무 나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노회한 협상가 트럼프 맞아 선전 기대

미국과 일본 협상단도 애초엔 일본이 미국에 투자할 규모를 4천억달러로 합의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제멋대로 직접 펜으로 숫자를 지운 뒤 5천억달러로 수정했다고 한다. 그런 뒤 최종 발표 때는 5,500억달러로 조금 더 올렸다고 한다.

트럼프는 '협박식 협상'에 도가 턴 인물이지만 디테일에도 강한 성실한 협상가다.

어차피 자기보다 힘센 사람이 없으니 기존 협상의 틀이나 예의에서 벗어나는 일에 대한 부끄러움도 없다.

금융시장이나 인터넷 등에선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가 세게 부른 뒤 결국 물러선다는 '타코'(Trump always chickens out) 밈을 통해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을 조롱하기도 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타코 밈은 트럼프를 조롱하는 사람들에게 되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트럼프는 관세를 2.5%만 물던 나라에게 30%를 내야 한다고 협박한 뒤 15%로 '깎아 준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자신이 인심을 썼다면서 온갖 생색을 내고, 상대방은 관세가 기존의 6배로 높아졌지만 '선방했다'고 자위하는 꼴이다.

마치 주인없는 대동강 물을 팔아먹던 봉이 김선달이 미국의 트럼프로 환생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트럼프든 누구든 강자에겐 약하다.

사실 트럼프 정부 출범 전 미국의 동맹국 진영에 속한 많은 사람들이 미국과 힘을 합쳐 중국에 대항할 수 있길 기대했다.

그러나 미국의 엄포는 중국에 쉽게 먹히지 않았다. 최근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협박에 꼬리를 내리는 모습까지 보여야 했다. 그런 뒤 트럼프는 같은 진영의 중요한 동맹국만 더 괴롭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한국에게도 협상 카드가 없는 건 아니다.

미국이 절실히 협력을 원하는 반도체, 조선업, 방산 등의 중대 산업이 있다. 중국 때문에 위상이 예전같지 않지만 한국은 그래도 전세계에서 몇 개 남지 않은 서방 진영의 제조 강국이다.

한국 협상가들이 노회한 트럼프 협상단을 맞아 유종을 미를 거두길 바랄 뿐이다.

자료: 최근 관세협상 관련 산업부 보도자료

자료: 최근 관세협상 관련 산업부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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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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