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7-18 (금)

유럽 채권시장의 큰 수급 위협, 네덜란드 연기금의 DB→DC 제도개편 - 국금센터

  • 입력 2025-07-17 08:5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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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제금융센터는 17일 "유럽 최대 규모인 네덜란드 연기금이 기존 ‘확정급여형(DB)’에서 ‘확정기여형(DC)’으로 제도를 개편함에 따라 유럽 장기채권 수요가 구조적으로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연기금 규모는 1위 ABP(5,100억유로), 2위 PFZW(2,590억유로) 등 총 1.6조유로 상당하다.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 방식은 은퇴 후 지급할 연금액을 보장해야 하는 형태인 반면,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 방식은 고용주가 적립하는 기여금만 확정이고 실제 연금액은 투자 성과에 따라 달라지는 형태다.

국금센터는 "네덜란드 연기금들은 빠르면 25년부터 늦어도 28년까지 연금 수령 시스템을 집합적 확정기여형(CDC)으로 전환해나갈 방침이며, 이에 따라 그간 보유중이던 1,250억유로 가량의 장기채권을 상당수 매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환 배경은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저하, 고령화에 따른 지급부담 증가, 고용주 부담 완화 필요성 등이었다.

센터는 "확정기여형으로 전환시 장기적인 연금 지급의무 이행을 위해 대량의 장기 국채를 보유할 필요가 없어지며, 장기 국채 대신 주식이나 회사채와 같이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더 많이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일부 중소형 연기금은 이미 전환을 시작했으며, 대형 연기금들은 내년 1월부터 전환을 시작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현재 대체 포트폴리오를 구성 중이다.

네덜란드에서 두 번째로 큰 연금 기금인 PFZW(의료 및 복지 종사자 연금)는 26년부터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대 연금 기금인 ABP(공무원 및 교육 종사자 연금)는 27년부터 전환할 계획이다.

■ 내년부터 네덜란드 연기금, 장기국채 매각 본격화

국금센터의 주혜원 연구원은 "내년부터 네덜란드 연기금의 장기 국채 매각이 본격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유럽의 장기금리 상승과 일드커브 스티프닝에 대한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네덜란드 은행인 Rabobank는 연기금의 DC 전환 과정에서 1,270억유로 가량의 장기 국채가 매각될 것으로 추정했다.

네덜란드 연기금은 4천억유로 이상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국채가 가장 많이 매각(690억유로)될 것으로 전망했다.

네덜란드 국채의 19%, 독일 국채의 8%를 네덜란드 연기금이 보유 중이며 이중 상당 비중의 만기가 장기 및 초장기로 구성돼 있다.

핌코는 연기금 개혁으로 인한 자산-부채 헤지 수요 감소는 유로존 장기 국채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2023년 유럽 전체 국채 순공급량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자산-부채 헤지 수요는 장기적인 연금 지급의무(부채)를 헤지하기 위해 듀레이션이 긴 장기채권을 매수해 금리변동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주 연구원은 "이러한 수요 감소는 주로 만기가 20년, 30년, 50년인 초장기 채권 시장에 집중돼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의 30년 국채 금리는 3.25%로 이미 14년래 최고치에 근접했으며 프랑스, 네덜란드 등 주요 유럽 선진국에서도 유사한 상승세가 나타난 상태다.

이는 유럽 전역에 걸쳐 과도한 부채 누적, 재정지출 확대, 그리고 정치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주 연구원은 "향후 네덜란드 연기금의 장기 국채 매각이 본격화되면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하며, 10-30년물 금리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덜란드 30년물 국채와 10년물 국채 간의 금리 차이는 연초 11bp에서 현재 45bp 이상으로 확대됐다.

TD Securities는 "많은 투자자들이 유럽 초장기 채권이 연말에 한꺼번에 매도가 쏟아질 것에 대비해 전략적으로 선제적 매도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 유럽 채권의 위기, 네덜란드 수급

주 연구원은 "네덜란드 연기금의 장기채 수요 감소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긴축, 유럽 각국의 재정지출 확대로 인한 국채공급 증가, 헤지펀드의 수익 추구 전략 등과 맞물려 유럽 장기금리 상승압력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네덜란드 연기금의 장기채 수요 감소는 단일 악재가 아니며, 유럽 각국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인한 국채 공급 증가, ECB의 양적긴축 흐름과 맞물려 유럽 국채 시장에 복합적 불확실성을 야기한다고 했다.

국방비, 인프라 투자 확대로 독일 등 유럽 각국 정부는 채권 발행을 늘리는 추세이며, ECB는 그간 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하던 역할을 멈추고 QT를 통해 유동성을 회수하고 있다.

독일의 인프라 재정투자(5,000억유로), EU 전체의 ReArm Europe 프로젝트(8,000억유로) 등의 자금조달을 위한 추가적 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 연구원은 "이번 대규모 국채 매각은 장기물 금리 상승압력을 가중시키고 시장에 유동성 압박을 초래하는 등 채권 투자자들에게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불안 요소"라며 "특히 30년 이상 초장기물 시장의 주요 매수자 부재로 거래가 어려워지고 가격 변동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국들의 장기금리가 재정안정성에 대한 우려 등을 반영해 글로벌 금융위기 또는 유럽 재정위기 이래 최고치 수준까지 상승하고 있어 네덜란드 연기금 등의 장기채 수요 감소가 유럽의 장기금리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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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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