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은은 기준금리 운용과 더불어, 다양한 수단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활용해 대내외 충격에 기민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6일 열린 ADB-BOK-JIMF 컨퍼런스 기조연설문에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운용과 더불어, 다양한 수단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활용해 대내외 충격에 기민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금융‧경제 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정책조합을 통해 정책목표간 상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국은행이 얻은 교훈도 적지 않다며 그중에서도 세 가지, 즉 중앙은행과 정부 간 정책 공조,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과제, 국가별 적용의 유연성에 대대해 말을 이어갔다.

이 총재는 "우선 여러 기관이 정책 수단을 나누어 보유하고 있는 경우 기관 간 긴밀한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은 주요국과 달리 직접적인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과 미시감독 권한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와의 조율 과정에서 정책 강도나 방향에 대해 이견이 있을 경우 정책 대응의 신속성과 유효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중앙은행의 거시건전성 역할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을 지적하며 "앞으로도 정책방향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책 조합은 국가별‧시기별 여건에 맞춰 유연하게 설계하고 적용해야 한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외환시장내 자본 흐름 주체가 비거주자에서 거주자로 전환됐다"며 "해외증권투자가 크게 늘면서 대외 포지션도 순대외채무국에서 1.1조달러 수준의 순대외채권국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환율 상승 충격에 대한 한국 경제의 흡수 능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 22년 하반기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융·외환시장 불안에 분리 대응..24년 8월 금융불균형 확대 대응

이 총재는 이날 '팬데믹 이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 경험과 교훈:통합적 정책체계(IPF) 관점에서의 접근'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한국은행의 정책목표 간 상충 및 대응 경험을 소개하며 팬데믹 이후 금리 인상기, 정책 기조 전환기, 그리고

금리 인하기의 각 국면에서 나타난 정책 목표 간 상충과 그에 대한 한국은행의 대응 경험을 설명했다.

이 총재는 "2022년 하반기 금리인상 국면에서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융·외환시장 불안에 분리 대응했다"며 "하반기 국내부문에선 금리인상을 지속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는 한편으로 단기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장의 과도한 리스크 프리미엄을 축소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2022년 하반기 한은에서는 RP 매입, 대출 적격담보 및 공개시장운영 대상증권 확대 등 조치를 시행한 가운데 정부도 채권시장안정펀드 가동, CP 및 회사채 매입프로그램 등을 함께 운용했다고 했다.

한은 총재는 "이에 2022년 11월 180bp까지 확대됐던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는 2023년 2월에는 70bp로 축소되는 등 시장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며 "당시 한은의 유동성 공급은 거시적 통화긴축 기조를 훼손하지 않는 한시적이고 부분적인 조치였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하반기 대외부문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승 속도 조절을 위해 10월 빅스텝 금리인상과 함께 외환시장개입을 병행하는 정책조합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한편 2022년 하반기 환율 급등 국면 당시 국민연금과 외환스왑 체결함으로써 해외투자용 현물환 매입수요를 완화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20224년 8월에는 금융불균형이 심화된 상황에서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정책 조합을 통해 대응했다고 했다.

이 총재는 "2024년 8월, 연준 정책기조 전환에 대한 기대가 크게 확산되며 국내 시장금리가 선제적으로 큰 폭 하락했다. 금융여건이 빠르게 완화됐다"고 말했다.

당시 2024년 8월 중 서울 주택가격은 연율 기준 20%에 달하는 급등세 속 가계대출 또한 월 10조원에 가까운 증가폭을 기록했다며 "이후 한은의 2024년 8월 금리 동결과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 강화에 힘입어 9월 이후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일부 완화한 가운데 2024년 10월과 11월 연속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후 2024년 12월 예기치 못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국면이 이어지면서 경제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2025년 1월 성장에 대한 하방 리스크 감안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필요성 커진 상황이었지만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서 추가금리 인하시 환율상승 가속화시킬 수 있는 위험도 고려했다"며 "1월 금리 동결하고 경기하방 압력 대응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5조원 확대했다. 이후 2월 이후 대외 불확실성 지속에도 국내 정치불안이 일정 부분 완화돼 경기대응차 금리를 추가로 인하했다"고 덧붙였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