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7-12 (토)

(장태민 칼럼) 진성준의 트럼프 향한 사자후

  • 입력 2025-07-11 15:4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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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여당 정책위의장이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해 귀를 잠시 의심해야 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놓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동맹의 이익을 희생해서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는 트럼프에게 시원하게 쓴소리를 했다는 평가가 보였다.

하지만 반대 쪽에선 한창 한미 관세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강경한 목소리 이후 한미 관계가 틀어져 한국이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이어졌다.

■ 진성준의 사자후..."트럼프, 예의 없이 무도한 요구"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1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100억 달러를 요구했다"면서 "동맹 국가에 대한 존중이나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과도하고 무도한 요구"라고 비판했다.

그간 국내 정치인이나 정책가들은 트럼프가 과도한 청구서를 내밀 때에도 이를 대놓고 비난하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전날 진 의장은 달랐다. 그의 트럼프에 대한 비판은 거침이 없었다.

진 의장은 "(트럼프는) 사실관계를 아는지 모르는지 왜곡까지 하고 있어서 실로 유감스럽다"면서 "우리나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4만 5천명이라고 했지만 실은 2만 8천명"이라고 바로잡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우리나라에 무상으로 군사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으나 우리나라는 해마다 1조 수천억 원의 분담금을 지불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지 무상 제공, 첨단무기 구입 등 제반 간접비용을 감안하면, 미국의 부담보다 우리의 부담이 훨씬 크다"면서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우리의 요청으로 방위비 분담금이 깎였다고 했으나 실은 더 늘어났으며 앞으로 물가상승률에 따라 계속 늘어난다"고 했다.

아울러 협정이 한미 간에 합의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고 했다.

여당 정책위의장의 거침없는 '한미 교역 현실' 알려주기

진 의장은 우리 정부가 미국의 왜곡된 사실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우선 방위비 분담금의 진실을 미국 정부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더 나아가 한미 양국의 무역과 투자에 대한 진실도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계속해서 '왜곡된 정보'로 한국을 오해하는 중이라고 했다.

진 의장은 "지난 3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평균 관세율은 미국보다 4배 높다'고 했다. 그렇지만 한미 FTA에 따라서 양국은 대부분의 상품에 대해서 관세를 철폐했고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산 수입품의 실효 관세율은 0.79%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으로 벌어들인 흑자의 대부분은 미국 현지에 고스란히 투자돼 미국의 첨단산업과 공급망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진 의장은 "정부가 국익 최우선의 원칙 하에 마지막까지 협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관세, 비관세, 방위비 등 한미간의 현안들을 모두 망라한 패키지 딜을 통해 호혜적인 이익 균형을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일단 최근 미국을 다녀온 위성락 안보실장이 조기 정상회담을 제안했고 미국도 공감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진 의장은 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 대미 특사단의 방미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철강 등 품목 관세 시행에 따른 업종별 피해 최소화를 위한 지원은 물론,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과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여당과 정부는 국익 최우선의 원칙을 견지하면서 성공적인 협상과 대책 마련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여당 실력자의 사자후에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과 한미 통상의 진실을 깨닫고 동맹과 상호이익 차원에서 협력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런 간지나는 사자후가 미국의 성질을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적지 않다.

트럼프 대놓고 비판한 진성준...강공 유리할까, 자칫 위험에 빠뜨릴까

진 의장의 트럼프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은 미국 이기주의에 속앓이를 하던 많은 사람들을 속을 시원하게 했다.

하지만 진 의장의 발언 수위가 높아 걱정스러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국가다. 트럼프 시대엔 기존의 국제 질서 원칙이 미국의 이익 앞에 무너지는 경우도 일상적이다.

통상 문제가 시끄럽지만 이미 한미 FTA 같은 중대 협정도 사실상 사문화됐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의 경제와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나라이며, 최대 동맹국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렵다.

이런 미국에 대고 여당의 실력자가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았기 때문에 이를 걱정하는 사람도 많은 것이다.

진 의원이 제시한 강공책은 긍정, 부정 효과가 모두 있을 수 있다.

일단 알아야 할 것은 통상 등 경제 협상 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다.

아무리 전략을 잘 짰더라도 결과가 형편 없으면 애초에 전략을 잘 짰다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 진성준의 명확한 선긋기...긍정효과와 부정효과

여당의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대놓고 문제제기를 한 것은 미국, 그리고 미국의 입장만 이해하려고 들려는 한국인 일각에 환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특히 넘어선 안 되는 레드라인을 설정해 주는 효과도 있다.

사실 논리적으로 볼 때 미국의 방위비 협상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이 방위비 협상을 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또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트럼프에겐 허풍이 하나의 전략이지만, 금액을 일단 10배 가까이 부른 뒤 더 큰 이익을 챙기려는 것은 사실 동맹국을 무시하는 처사다.

아울러 한국의 '상황 환기' 전략이 미국 측의 한국 입장 이해로 이어진다면 좋은 효과를 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진 의장의 태도가 '정확한' 사실관계를 미국에 알리면서 공정한 협상을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이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강경한 태도가 미국을 자극하게 되면 상황이 더 꼬일 수도 있다.

국제사회에선 공정이나 질서라는 도덕적인 틀보다 힘이 센 사람의 목소리가 더 설득력이 있다.

주변에선 무역협상 와중에 방위비 분담금 문제, 전작권 환수 문제 등을 제기해 트럼프나 미국 협상팀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 우리는 트럼프 TACO 조롱할 수 있을까...중요한 것은 과정 아니라 결과

최근 금융시장 등에선 '트럼프의 타코(TACO)'를 조롱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타코(Trump Always Chickens Out)는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도망친다'는 뜻으로 그의 변덕스러운 관세 정책을 놀려먹는 밈으로 활용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가 시장과 소비자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하는 행태를 비꼰 것이다.

예컨대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대해 145% 관세로 위협하다가 30%로 낮추는 식이 반복되자 'TACO 트레이드'가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냉정한 협상가나 투자자라면 속편하게 타코 밈을 즐길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트럼프가 정말 겁쟁이(chicken)인지도 의문이다. 필자의 눈엔 여전히 상대방을 벗겨 먹는데 익숙한 노련한 협상가로 보인다.

트럼프는 자기가 상대방에게서 얻고 싶은 것의 배 이상을 부른 뒤, 정상적인 협상에서라면 얻을 수 없는 이익을 챙기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예컨대 현재 방위비 분담금이 1.5조원 가량인 상황에서 트럼프가 15조원을 부른 뒤 우리가 결국 5조원 이상을 내게 된다면 이를 어떻게 봐야 하나. 우리가 잘한 것인가, 트럼프가 잘한 것인가.

여당의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거친 사자후를 토해낸 뒤 한국의 협상 전략과 미국의 대응이 어떤 경로를 밟아갈지 더욱 궁금해진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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